여태 시나리오 수업과제로 소재를 써내려가면서 설정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느낌에 늘 허덕였다. 처음으로 제대로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보는거니 이번엔 기필코 설정을 탄탄하게만드리라 다짐을 해보지만, 여전히 막연한 이 느낌은 지울수없다. 아마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든 그렇겠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기로했으니 주인공은 나 자신이어야하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수많은 모습 중 하나를 점토 떼어내듯 떼어 만들기로했다.
아무래도 엄청난 저예산 무자본 영화라 장소, 등장할수있는 배우 수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쓰는것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영화관에서 볼수있는 큰 스케일의, 어마무시한 자본이 투자된 영화만 봐왔기에 당연스레 영화에는 여러 배역을 쓸수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씁쓸함을 남겼다.
하지만 어쩔수없는 부분에 대해 . 오늘의 내가 마주한 제한은 나를 성장시켜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지닌 것들을 최대한 활용할수있는 능력을 극대화시켜줄수도있지않을까.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달란트가 무엇이며, 이것을 활용할수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것, 그러다보면 내가 가진것에 대한 감사함 또한 느낄수있겠지.
인물은 나로부터 나와 결국 나로 수렴한다. 수십명의 인물을 등장시키더라도 이야기를 만들어갈때엔 모든 인물에게 이입해야하기에 생각보다 더한 감정소모가 들수도 있는 작업일수도 있다는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인물이 나오느냐는 결국. 내가 그 인물에대한 감정이입을 어느순간까지 견뎌낼수있는가를 고려해야하는듯 햇다. 감정을 어느정도까지 사용할 의향이 있는가, 혹은 내 감정이 현재 어느정도 남아있는가. 어쩌면 이야기를 써내려가기전 체크해야할 우선적 요소는 자신의 현재상태가 아닐까 싶기도하다.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중에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할수있는 여유가 얼마나 허락될까. 일하면서, 혹은 공부 하면서, 모두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면서 자신의 성과를 점검하기에바빴지만,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사람은 그리많지않았다.
얼마전 누군가가 나에게, 한국인들은 스트레스를 많이받느냐고 물어본적이 있다. 여행으로 새로운 나라를 다녀온 경험은 몇번 있었지만, 생활을 해본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기에, 나는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다른나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알지못한다. 간간히 수치상으로 마주한 한국인의 스트레스지수와 자살률이 세계 상위 순위인걸보면, 우리가 당연시 견뎌내고있는 이 모든것이 사실은 인간이 견디기에는 벅찬 양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된다면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생활을 해보고싶지만, 한편으로는 당연스레 여겨왔던 한국에서의 스트레스보다 더 적은 스트레스를 받는 세상을 경험하게된다면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고싶어하지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가끔씩은 이러한 스트레스가 내가 쓴 글에서도 묻어나지않을까 걱정이 되기도한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나의 스트레스가 최대한 전염되지 않도록, 무작정 써내려간 글을 다듬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을 들일때도있다. 나는 분명 내 최선을 다해 닦아냈다 생각하는데도, 가끔씩 이전에 썼던 글을 뒤적여볼때면 여전히 뿌옇게 바랜 부분이 남아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낀다. 만약 지워내려고해도 지워지지않는것이라면 있는그대로 받아들여볼수도 있지않을까. 그렇다면 미처 지워내지 못한 부분이, 내가 무언가를 할 때에 하나의 재료가 되어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인물을 만들어낼때에도 곁들일수있는 재료가 되어줄수도 있겠다.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 없다지만, 그중 유독 내 사연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수없는듯하다. 사연이 쌓이고쌓여 결국 인물을 만들수있는 자원으로 쓰이는것이 아닐까.
'제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판작업 기록 :: 표지 선정 & 정가 책정 (20) | 2022.03.10 |
---|---|
출판작업 기록 :: 표지 레퍼런스 찾기 (26) | 2022.03.04 |
출판작업 기록 :: 쉬운 건 없었다 (15) | 2022.02.21 |
시나리오 작업일지 :: 소재찾기 (10) | 2020.12.09 |
시나리오 작업일지 :: 시작에 앞서 (12) | 2020.11.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