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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

시나리오 작업일지 :: 소재찾기

by 이 장르 2020.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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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과제로 몇 번 써 내려갔었던 소재는 범위가 너무 크거나, 소재 자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써 내려갔던 시놉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은 그저 겉멋만 들어, 있어 보이는 소재를 선택했더랬다. 그렇기에 있어 보이던 그 어떤 소재를 주워 이야기를 만들어낸들, 공허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직접적으로 말은 하지않으셨지만, 시나리오 선생님은 나의 겉멋만 들어버린, 부끄러운 표면을 이미 느끼셨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처음 수업을 시작할때부터 지금까지 늘 나의 도전을 존중해주셨다. 물론 금전적인 지불에 대한 인내가 일부 작용했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얹어있는 존중이 느껴졌다. 감사했다. 타인의 도전에 회의적인 태도로 공격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의 도전이 오롯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쁜 일이다. 그 누구에게도 응원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나의 꿈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더랬다. 덕분에 시나리오를 배우는 수업시간만큼은 내 생각을 온전히 내비 출수 있어 편함과 동시에 불편하기도 한 오묘한 감정이었다.

타인에게 솔직해지는 것은 대부분 스스로에 대한 불편을 동반한다. 아마도 나를 입체적으로 보아야하는 상황에서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드러내 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과정은 살아 감에 있어 언젠가 마주해야 할 부분이니 받아들여보는 걸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우리가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것이 되지 않나 싶다.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글로 적어 내려 가거나 말로 풀어내는 것만을 의 마하 지는 않다.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쓰고 부르는 것, 몸을 흔들어 춤을 추는 것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 중 하나가 된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사실 모든 인류의 시간을 통틀어 본다 하더라도 그 어느 인생 하나 같은 것은 없다. 모두가 다른 환경, 다른 시대에서 다른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결국 스스로의 이야기는 타인에게 독특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자신의 삶이 너무 남들과 비슷해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자신의 인생에 대해 실망스러워하거나 씁쓸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삶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 또 그런대로 타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 어떤 이야기더라도 스스로의 이야기는 꺼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겪은 배움 중에서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교육은 받지 못했다. 스스로를 끄집어내는 방법은 성인이 되어서야 필요성을 느껴, 개인적인 투자를 하여야만 겪을 수 있는 배움이다. 가장 중요한,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방법을 기나긴 필수교육 중에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모순적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나는 나로 살아가면서 나를 모두 알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배움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삶에 치여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로 살아가게 되지 않나 싶다.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었다. 인생이란 걸 오래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사회가 던져주는 미션들을 꾸역꾸역 해나기에도 너무나 벅찼기에, 내 자신과 대화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 나에게 나로부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작업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테이프로 임시로 덧붙여버린 부분들을 하나하나 건 들여보기 시작했다. 나는 나 외의 누군가가 되어볼 수 없기에, 이러한 과정이 모든 사람에게 힘이 든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나는 꽤 고통스러웠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지만 꾸준히 시도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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