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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

혐오 중독

by 이 장르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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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은 인간의 쾌락을 만들어주는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파민 작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쾌락의 맛을 본 인간은, 후에 꾸준히 쾌락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러한 행위는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능만을 따르는 인간은 사회적 관점으로 볼 때에 문제적 요소가 더 분할 수밖에 없다.

사유의 부재는 인간이 단순한 상태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인간은 점점 시간이 쌓여가면서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해지기 시작한다. 사유하지 않은 인간의 문제는 여기서 드러난다. 사유하지 않은 인간은 자신의 방향성을 자신의 의지대로 정하지 못한다. 타인으로 인해 이리저리 휘둘리며 잡혔던 방향성은 훗날 문제적 자아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들은 어느 순간 사유했던 인간들과 자신들의 차이점을 점점 느끼게 되고, 그것은 열등감이라는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이들은 자신의 희미한 자아를 외면하고, 사유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처럼 따라 하고 싶어 하는 갈망을 익명이라는 프락시를 통해 드러내기 시작한다.

익명에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사유를 해왔는지에 대해 규정하지 않는다. 익명성이란 것은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얻어낼 수 있다. 인간의 본능은 이기적이며, 그러한 인간의 본능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던 상위계층의 차별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도덕성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도덕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갈망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은 사유에 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자신이 이들과 같은 위치에 서있길 바란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사유하지 않은 인간은 도덕적 사유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기에, 그에 따른 사회적 존경 또한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익명성이라는 것이 등장하면서부터 이들의 욕구는 반사회적인 방향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사실 겉보기에 익명성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한듯하지만, 사실상 그렇지 못하다. 익명은 사유한 자와 사유하지 않은 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익명성을 이용하는 인간들로 인해 당연하게 인간은 하향평준화가 되며, 사유하지 않은 자는 사유하지 않고도 사유한 자와 비슷한 쾌락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익명성은 사유하지 않은 자들이 원하는 도덕적 우월감을 익명성은 실현시켜주기 적합한 도구였다. 현실 사회에서 겪고 있는 그들의 열등감은 익명성을 통해 논리적이지 않은 논리를 가지고 타인을 짓누르며 이로 인해 자신의 우월감을 만끽하게 된다. 이러한 혐오에 동조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들은 더 큰 쾌감을 느끼게 된다. 현실에서는 익명 속에서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자신이 익명 속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 주는 인물이 된다는 것에 대한 쾌감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실 세계 속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익명의 힘을 빌려 잠시나마 체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쾌락이며, 결국 사람들은 사유하기보다 이러한 쾌감을 찾아가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사유하지 않은 인간이 쾌감의 맛을 보게 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쾌감을 추구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껏 해낼 수 없는 것을 익명의 힘을 빌려 사유하지 않는 자들의 요구를 채워주는, 하향평준화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다. 이들은 여기서 도파민을 발생시키는 도구로 혐오를 이용하는데, 혐오는 인간이 쾌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단순한 몇 가지의 감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혐오로 이루어진 결속력은 사유하지 않은 인간들에게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다.

혐오 중독, 즉 도파민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것이 중독이라는 것을 먼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지나야 할 과정이지만, 이를 인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꾸준히 사유해야만 한다. 인간이 본능적 존재가 아닌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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