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태어난 곳이 그들의 고향이라 부른다. 엔타운이라는 곳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국적을 숨겨 불법 이주자의 신분으로 다시 태어난 곳이니, 어찌 보면 엔타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이 나고 자란 고향 말고도 엔타운이라는 하나의 또 다른 고향이 생긴 셈이다.
일본은 그들을 숨기고 싶어 했고, 최선을 다해 숨기려 했다. 모든 것은 좋은 면만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본은 그들을 외면함과 동시에 핍박했다. 여전히 엔타운을 자신의 치부로 여기며 여전히 드러나지 않길 바랐으므로, 그들은 그렇게 일본이 만들어둔 그늘에 묻혀버렸다.
같은 인간이었지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짓이겨져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혹은 관심조차 없을 그들은, 한 마리의 힘없는 나비와 같았다. 손님을 끌기 위한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사실 그 불빛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태워 만들어진 것이었다. 어느 순간 재가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이란 그저 사치가 아니었을까. 적어도 희망이란 건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쉽지 않은 삶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분명 누군가의 삶은 덮여버렸다. 죽을힘을 다하는 발버둥을 쳐봐도 그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나 보다.
뜻하지 않게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재능은 사치일 뿐이었는지, 엔타운이라는 과거의 고향이 그들을 다시 제자리로 끌어왔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아래로 끌어내린 것일 수도 있겠다. 고향이란 게 이렇게나 잔인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꼬리표처럼 붙어있었다.
결국 다시 바닥이다. 겨우 숨 쉬는 것만 허락되었던 그곳으로. 누군가가, 이곳이 그리웠냐 묻는다면 쉽게 답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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