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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1-3.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by 이 장르 202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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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찰칵. 멈추지 않는 셔터 소리에 춤이라도 추듯 에펠탑의 불빛이 반짝였다.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 때문에 빛이 퍼져 야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문득 이 여행이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여행을 위해 샀던 미러리스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조작법에 익숙지 않아 사진만 계속 찍어댔다.

얼마나 지났을까. 핸드폰과 카메라의 사진첩에는 에펠탑 사진으로 한가득 메워졌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기위해 각자의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에펠탑이 잘 보이던 명당에서 내려오는도 중, 연 씨가 우릴 향해 물었다.

 

"우리 여기까지 온 김에, 맥주 한잔 마시고 갈까요?"

 

다들 이 말을 기다린것처럼, 하나같이 좋다며 어딜 갈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걸어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자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직 서로에 대해 많이 알진 못하지만 파리라는 공간에 함께 엮여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되었다. 우리는 행복을 한가득 머금고 비 오는 파리를 거닐기 시작했다. 길 따라 줄지어져 있는 간판들은 은은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부슬부슬 비가오는데도 불구하고 파리에서는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옷에 달려있는 후드를 쓰거나, 비를 맞아도 상관없다는 듯 느긋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과 다른 건물 길을 따라가다 보니 꽤 큰 펍이 하나 나왔다. 지하철 역 앞에 은은한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는 가게였다.

 

'Mokus l'Écureuil'

 

여기를 가보자는 누군가의 말에, 줄줄이 들어갔다. 민 씨가 직원에게, 우리가 모두 들어갈수있을만한 테이블이 있는지 물어봤고, 우리는 직원에 안내를 따라 자리를 잡았다. 기다란 테이블 가운데에 길쭉한 등이 놓여있었던 자리였다.

 

"디스원, 디스원,.... , 앤 텐 비어스."

 

직원은 메뉴판을 건네면서 가벼운 농담을 던졌고, 익숙지않은곳에서 돌아다니느라 조금은 경직되어있었던 우리 또한 조금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맥주를 하나씩 시키고, 피자와 파스타도 몇 개 시켰다. 흥이 넘치는듯했던 직원은, 우리에게 주문을 받고 나서 밝은 표정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더니 주방으로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는 마르게리따로 유명한 가게였단다.

열두 시간 반의 비행 그리고 체크인하자마자 달려나와 마주했던 에펠탑의 모습까지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우리에게 시간은 숫자에 불과했던걸까. 충분히 지칠법한 일정임에도불구하고 시계 위쪽을 향하고 있는 시곗바늘의 움직임이 무색 해질 정도로 우리의 파리는 활기가 넘쳤다. 

"치얼-스"

 

서로의 여행을 위해 치얼스. 우리가 파리에서 먹은 첫 음식들을 사진으로 남겼고, 사진찍는것이 취미였던 원 씨의 카메라는 우리의 즐거운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표정 관리하며 찍은 사진보다 이쁘게 나오진 않았지만, 우리가 행복했던 그 순간이 그대로 담긴듯해 가끔 다시 열어볼 때면 그때 함께 느꼈던 행복을 되새길 수 있어 사진으로 남겨준 원 씨에게 감사할 뿐이다. 

서로에 대하여, 우리의 여행에 대하여 조잘대던 우리는, 그날의 마지막 지하철 시간이 다가올때까지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에 심취해있었다. 우리는 겨우 즐거웠던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내고선 그곳에서 일어났다. 술을 즐겨마시는 편이 아니라 오랜만에 마신 맥주에 쉽게 취해버렸다.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니, 곧 내려야 한다며 원 씨가 잠시 잠든 우리를 깨웠다. 우리는 반쯤 비몽사몽 한 상태로 기분 좋게 파리의 밤길을 걸어 숙소로 도착했다.

나와 함께 방을 쓰게된 룸메이트들은 모두 잠들었는지 불이 꺼져있었다. 조심스레 화장실로 들어가 씻었다. 함께 침대를 쓰게 된, 잠든 혜 씨 옆 이불로 조용히 들어가 누웠다. 

 

반가웠고 반갑고 매일 반가울 일행들. 잘 자고 내일 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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