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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1-5.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by 이 장르 202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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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셔터에 담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 여유, 그리고 이 분위기를 온몸으로 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옆으로 늘어져있던 카페와 식당들을 스쳐 지나가며, 잠시 이곳 앉아서 이 느낌을 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희 언니가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었다. 

 

"우리 카페 갈까?"

"네 좋아요."

적당히 북적거리는 오르막 거리에서 앉아있을 카페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한 카페가 눈에 띄었는데, 카페 밖에 놓여있는 테이블에서 앉아있을 수 있게끔 되어있었다. 자리를 잡기 위해 카페로 들어서니 여기까지 함께 왔던 일행 세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선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서는, 셋이 사진 찍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 찍는 모습을 찍어주었다. 

 

3월 말이지만 겨울이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여전히 공기에 차가운 기운이 봄 공기 속에 섞여있었다. 카페테라스에는 여전히 기다란 가스난로가 듬성듬성 세워져 있었다. 난로에서 나오는 희미한 가스냄새가 코끝을 훑고 갔다. 카페테라스를 덮어둔 비닐을 한 손으로 열며 일행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좀 더 둘러볼게. 좀 이따 보자."

 

각자 다른 모양으로 다른 색을 입고 있는 건물들이 늘어져있는, 가파른 길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길쭉하고 규칙적인 건물들의 조화가 아시아의 매력이라면, 유럽의 건물들은 각자의 개성에서 내뿜어지는 다름에서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이 아닐까 싶었다.

문득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시간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맘 놓고 다니다가도 또다시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들 때면, 아직 완성되지 못한 마음속 장면에 아쉬움이 남곤 한다. 아마 이런 마음이 모여 나를 또다시 파리로 이끌어주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로 했다.

 

앞에 있는 일행들에게 시선이 옮겨졌다. 앞서가던 일행들의 뒷모습이 문득 행복해 보였다. 이 모습을, 우리의 여행을 추억할 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진은 이쁘게 나왔다. 뒷모습에서조차 이들의 행복한 감정이 느껴진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파리의 공기는 행복을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다음에 도착한 곳은 노트르담 대성당. 우리의 유럽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불이 났다고 한다.지금은 화재 복구작업이 한창이라 성당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테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성당 앞 광장은 연인들, 가족들로 붐볐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사람이 많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던, 신기한 장소였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블록들, 그리고 그 사이에 그어진 흰색 선들을 파란불에 건넜다. 줄지어가는 모습이 마치 어미닭을 쫓아가는 병아리들 같았다. 분주하면서도 나름의 리듬을 가지고 움직이던 파리라는 도시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것들을 모아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듯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에 떠있던 구름 조각들이 푸른색과 조화를 이뤄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받쳐주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야겠다.

'뭐야 왜 이렇게 날씨가 좋은 거야?'

 

몇 년 전에 파리를 다녀갔던 친구의 질투 섞인 디엠이 도착했다. 우스갯소리겠지만, 365일 중 300일이 흐리다는 파리에서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 싶었다. 마치 나에게, 너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속삭여주는 듯했다. 그렇다고 이 말이, 흐린 날 여행을 다닌 사람들이 운이 나쁘다는 말로 해석되진 않았으면 한다. 여행이라는 것은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담아갈 수 있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여기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면, 날씨가 무슨 상관일까.

 

그저 여행이란 것이 나를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만들어주기에, 그 기분을 만끽하려 날씨라는 것을 그 이유로 매달아 본 것뿐이니 말이다. 사실 비 오는 파리 또한 그 나름대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기 좀 봐."

 

북적대는듯하지만 여유가 있는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건물들이 고딕, 혹은 바로크 양식을 따른 것인지는 나에게 중요치 않았다. 그저 내가 여기, 이 장면 속에 있다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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