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한 리듬 속에, 또 다른 리듬이 되어주는 외국어를 들으며 맞이하는 주말의 저녁이다. 흔하디흔한 주말 저녁의 방을 홍차 향기가 잔잔하게 퍼져온다. 방문 너머 거실 쪽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 집 강아지는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멀뚱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우연히, 기억은 살아가는 데 있어 석탄처럼 삶의 원료로 쓰인다는 말을 발견했다. 어쩌면 기억이란 걸 만들어주는 것 자체가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나를 지켜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가끔씩 내 생각을 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가도 오래간만에 오는 누군가의 연락에 그래도 아직 내가 누군가의 기억에 머물러있을만한 사람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스치는 요즘이다. 나는 어떤 기억 즈음에 속해있을까.
단 며칠뿐이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삶에 넣고 넣어도 닳아 없어지지 않을 기억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좀 더 기운찬 삶을 살 수 있는 방법 이이지 않을까 싶었다. 대부분 이러한 기억들을 만들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하곤 하지만 사실은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소한 기억들이 그 자리를 매워주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 때로는 가만히 멈춰 서서 일상에서 들려오는 소소한 소리들을 모아 마음에 담아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죽어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라. 글쎄, 그게 좋은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나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그들에게 있어 좋은 기억 속에 담겨있다면, 때때론 내가 죽고 나서는 나를 기억해 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남은 사람들이 좋은 기억을 꺼내볼 때에 그 속에 있는 나 때문에 저릿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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