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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좋은 책 :: 혜경궁 홍씨 '한중록, 한중만록(閑中錄, 恨中錄, 恨中漫錄)' 후기

by 이 장르 202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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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에 세종대왕이 계셨다면, 조선 후기에는 정조가 계시다고 할 만큼 정조대왕은 여러 자질을 겸비한 왕이었다. 물론 붕당에 무자비하게 휘둘리던 조선을 단호하게 바로잡으려던 영조의 평생에 걸친 노력이 그 기반을 만들어주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도세자라는 희생자 또한 만들어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는 사도세자의 기이한 행동들만을 기억한다. 분명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굳이 찾아보진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가에 대한 기억만 남아있을 뿐.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중록에서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한중록에서 묘사된 사도세자만큼 효심이 깊은 사람도 드물었다고 표현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중록에서, 그런 사도세자가 기이한 행동을 했던 이유를 사도세자의 어머니가 사도세자를 낳고 그를 돌보지 않아, 사도세자의 곁에 간신배들이 붙어 고의적으로 공부와 거리를 두게끔 만들었다고 적어두었다. 그렇게 자신을 망치려는 무리들 속에서 자라난 사도세자가 영조의 마음에 들었을 리 없었다. 어머니가 무수리라는 이유만으로 공격을 받아왔던 영조는, 그러한 비난을 극복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온갖 노력을 다해왔었기에, 그런 영조가 보기엔 사도세자는 한없이 부족한 아들일 뿐이었다.

붕당들로부터 조선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한, 탕평책이라는 업적을 남기고 있지만, 아들이었던 사도세자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족한 아버지였다. 부족한 아들을 품어줄 여유가 없었던 영조의 삶도 이해가 가지만, 그로 인해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사도세자의 삶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뒀다. 붕당들의 이권싸움에서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국가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 온정신을 쏟았던, 국왕이라는 역할을 해내느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영조. 그리고 그의 아들 사도세자.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 조선 22대 국왕 정조

 

정조대왕이 즉위식에서 한 말이다.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는 이 모든 것이 붕당들의 욕심에서 비롯한 것임을 일평생 지켜보았다. 욕심이란 것이 자신의 아버지를 어떻게 짓밟았는지, 심지어 자신을 사지로 몰아가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부모가 고통받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정조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이 한마디는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을 희생양으로 몰아갔던 욕심에게 던지는 경고였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결국 끝없이 지속될 것만 같았던 시련도 끝났다. 누군가에겐 스포트라이트,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막연했던 터널에도 마지막이 있다는 것, 그게 인생 아닐까.

"검소하고 소박함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재물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복을 기르는 도리입니다."

- 조선 22대 국왕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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