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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1-10.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by 이 장르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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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을 배경으로 놓인 와인, 과일 그리고 감자튀김의 사진을 보고서,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에펠탑으로 정해졌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음에도 이미 설레고 있는 마음을 굳이 진정시키고 싶진 않았다. 열차를 타고 에펠탑 근처에 다다랐고, 역에서 나와 센 강을 따라 걸었다. 산책로 같은 이 길의 끝으로 회전목마가 보이는 걸 보니, 이 곳의 밤거리는 아름다운 야경에 둘러싸여 있겠구나 싶었다. 회전목마를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향했다. 탁 트인 하늘 아래로 펼쳐진 푸른 잔디밭 위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보고 내 마음도 함께 몽글몽글해졌다. 눈앞에 놓여있는 에펠탑은 그야말로 거대했다. 바토무슈 위에서 본 에펠탑이 이렇게 컸었나 싶었지만, 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넓은 잔디밭에서 일행들을 찾아야한다니. 에펠탑 근처를 두세 바퀴쯤 돌았을까.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세명의 동양인이 눈에 띄었다. 와인 두병이 모두 반쯤 남아있었고, 안주도 조금씩 남아있었다. 안주를 좀 더 사 올 걸 그랬나 싶었지만, 우리는 술을 마시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니까.

돗자리 위에 앉아서 눈앞에 있는 에펠탑을 바라봤다. 뒷편으로 펼쳐진 푸르른 하늘과 에펠탑부터 내 발끝까지 닿아있는 푸르른 잔디, 그위로 서성이는 시원한 바람이 별다른 안주 없이도 이곳을 즐기게 해 주었다. 사실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술 자체를 잘 마시지 않지만, 이 여행에서는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여전히 왜인지는 알 수 없다. 한국에서의 삶과 여행에서의 시간을 떨어뜨려두고 싶었던, 나름의 일탈이 아니었을까.

와인을 한모금씩 홀짝이고 있는데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와 조금 나이 든듯한 강아지가 우리 곁으로 다가와있었다. 초록색 옷을 입은 강아지는 우리 쪽으로 느긋하게 다가왔다. 강아지는 내게서 나는 우리 집 강아지 냄새를 맡는듯하더니 이내 앞발을 들고 꼬리를 흔들며 온몸으로 반가움을 나타냈다.

강아지와 인사도하고, 뒤쪽으로 펼쳐진 잔디밭에 돗자리를 가져와 펼치는 사람들을 보며 파리의 발랄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마주하고있었다. 저 멀리서 오르세 미술관을 다녀온 일행들도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오고 있었다. 이렇게 에펠탑 아페 모였으니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우리는 또다시 우르르 몰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원 오빠는 한쪽 어깨에 늘 얹고 다니던 카메라를 꺼내 들고 선 우리를 찍어주기 시작했다.

하늘엔 조금씩 구름이 들어서기시작했다. 저녁 메뉴를 고르는 일행과는 달리, 룸메였던 혜와 나는 파리 시내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쇼핑이라 해서 거창 한 건 아니었다. 근처 프랑스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사고, 한국에 가서 지인들에게 건네줄 기념품들을 사러가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면 계획이었다. 그렇게 다른 일행은 초밥을 먹기 위해, 우리는 쇼핑을 하기 위해 함께 출발했다.

혜와 손바닥만한 크로와상을 하나씩 들고 파리의 거리를 거닐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렇다 할 계획이 없었고,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있으면 거기서 여유를 즐기다 갈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스타벅스를 발견했고,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우리는 문 앞에 비치되어있던 다회용 컵을 여러 개 집어 들었다. 품에 한아름씩 들고 계산하러 가자 직원분이 얼굴에 웃음을 한 움큼 머금은 채로 계산을 해주셨다. 우리는 누가 봐도 관광객이었고, 키 작은 여자애 둘이 한 움큼 안고 온 모습을 귀엽게 봐준 듯했다.

우리는 계산을 마치고 컵을 잘 포개서 직원분이 주신 종이가방에 담았다. 똑같은 모양의 컵을 여러개산거라 겹쳐들 수 있어 다행이라며, 짐을 바리바리 들고 있던 혜와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우리는 메르시로 향했다. 사실 기념품으로 선물할 팔찌를 사러 가기 위함이었는데, 가격에 비해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그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았다. 아무리 여행이라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이었기에 팔찌를 사지 않은걸 지금도 후회하진 않는다. 우리는 메르시를 둘러보면서 이것저것 귀여운 소품들, 감성적인 소품들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메르시에서 나와 몽쥬약국으로 향했다. 유럽의 약국은 한국의 드럭스토어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되는데, 몽쥬 약국은 우리나라의 올리브영, 롭스같은 곳이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오갔던지 대부분의 직원들과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했다. 우리는 지인들에게 선물할 마비스 치약을 샀다. 종류가 너무 많아 어떤 맛으로 사야 할지 몰라 직원에게 물어보니, 여자들은 라벤더 향을 좋아한다며 보라색 치약을 보여주었다. 치약으로는 처음 맡아보는 향이었기에 여행 선물로 괜찮을 듯싶어 치약으로 내 바구니를 가득 채웠다.

어느새 양손이 더 무거워졌다. 맑았던 하늘은 어느새 구름으로 가득 덮였고, 빗방울도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 손으로 머리 위를 가리고, 또 한 손으로는 짐을 들고 숙소로 향했다. 그러다 숙소에서 먹을 간식을 사지않았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려 근처에 있던 마트에 들러 간식을 샀다. 혜는 사과술이 먹고 싶다며 맥주병에 든 사과술과 요플레를 샀고, 나는 우유와 브라우니를 샀다. 이때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혜는 어느 나라를 가든 요플레를 샀고, 나는 우유를 샀다.

빠르게 도착한 숙소에서, 우리는 우리가 사 온 간식들을 침대에 펼쳐두고 하나씩 뜯어보기 시작했다. 숙소가 워낙 좁아 테이블이 따로 없었기에, 우리는 침대 위를 테이블처럼 쓰기 시작했다. 내가 골랐던 브라우니는 안에 공기가 들어갈 틈 없이 꾸덕꾸덕했고, 우유는 고소했다. 혜는 아까 고심끝에 고른 사과술이 맛있다며 연신 감탄을 했고, 우리는 이렇게 소소한 것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오늘이 파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조금만, 좀 더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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