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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2-1.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by 이 장르 202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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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피곤했던 지난밤이었다. 다른 일행들은 한 방에 모여 밤새 술 마시며 수다를 떨고선 그것도 모자라 재즈 바에도 다녀왔다고 한다던데, 시차 적응으로 고생하고 있는 나로선 그저 그들이 대단해 보일 뿐이었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들고 선 룸메들과 방을 나와 조식을 먹었다. 오늘 조식에 나온 빵도 역시나 맛있었기에, 내일 이 빵을 먹을 수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여행자로서 파리를 충분히 즐겼냐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많기도 하고, 시차 적응 하느라 놓쳤던 부분 또한 많으니 말이다. 여행하는 동안 함께했던 일행들이 파리를 유난히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아마 나는 이들보다 파리를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게 아닐까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우리 일행은 두 개의 차로 나뉘어 스위스로 향했다.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불태웠다던 일행들은 각자 베개를 하나씩 들고선 잠들 자리를 잡았다. 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들 잠들었는지 차 안은 고요해졌다. 조용한 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풍경과 맞물려 이 순간을 충분히 담아 갈 수 있게끔 해주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이 파리에서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스위스로 들어섰는지, 사진에서 볼 수 있을법한 풍경이 창문 밖으로 펼쳐졌다. 스위스의 산들은 하얀 눈을 조금씩 머리에 얹어두고 있었다. 여전히 녹지 않고 머물러있는 눈을 비롯한 아름다운 풍경은 끝없이 펼쳐져 여러 장의 사진을 덧대놓은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행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더니 창밖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스위스다. 우리가 사진으로만 봐왔던, 그 스위스. 꿈같은 풍경이 창문을 열어 손을 뻗으면 금세 닿을 듯 펼쳐있었다.

다만 프랑스 여행 때보다 날씨가 좋지 않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가 스위스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 또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혹여 파리에서의 아쉬움을 스위스에서 또다시 남길까 하는 걱정에 물들어갔다. 우리가 탄 차는 점점 산으로 향하더니 눈이 살짝 덮여있는 산 중턱에서 멈췄다. 우리는 우리의 캐리어를 대장들에게 받아 들고선 왼쪽은 숙소, 오른쪽은 마트가 있는 곳에서 내렸다. 숙소는 꽤 컸고 깔끔했다. 우리는 대장에게 각 방의 키를 건네받고선 각자의 숙소에서 짐을 풀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숙소 인포처럼 숙소 내부도 깔끔했다. 우리는 두 개의 이층 침대에 네 명이 나누어 각자 침대로 향해 자리를 잡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드디어 융프라우 꼭대기에 가기 위해 캐리어에 구겨 넣어둔 패딩을 꺼내 들었다. 스위스 여행을 위해 빵빵해진 캐리어를 꾸역꾸역 들고 다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창밖 너머로 보이는 스위스 풍경은 당장 패딩을 입고 밖에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확실히 파리와는 느낌이 달랐다. 우리가 상상했던 눈 덮인 스위스 풍경, 딱 그랬다.

우리는 각자의 지갑을 챙겨 들고서는 숙소 앞 마트로 향했다. 입구에 늘어져있던 채소코너에 놓여있는 파의 두께는 한국에서 봐왔던 것보다 꽤나 두꺼웠다. 큼직큼직한 채소들에 감탄하며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이쪽도 큼직한 건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야채들은 귀여운 편이었구나. 마트 마감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오븐구이 통닭 두 개 남는 걸 빠르게 장바구니에 담아두고선 함께 먹을 간식과 먹거리를 담기 시작했다. 한국과 달리, 냉동고 벽에는 햄, 어묵 등이 걸려있듯 여러 종류의 냉동 피자가 걸려있었다. 이것도 한국엔 없으니까 하나 담아보고. 아, 초콜릿도 담아야지. 이따 있을 다른 일행들과 함께할 맥주파티를 위해 술도 하나씩 담았다.

분명 초저녁보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트의 마감시간이 가까워졌다. 스위스는 스위스구나.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이렇게 먹고 싶은걸 잔뜩 담아오긴 했으나, 다 먹을 순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여행에서만큼은 먹고 싶은 건 다 먹어봐야지.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사 온 음식들을 숙소 안 조그마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지금을 추억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이 시간을 고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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