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밤. 룸메들은 일찍 잠들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고, 함께 인터라켄 시내로 향할 일행들은 각자 방에서 짐을 간단하게 챙겨 나왔다. 시곗바늘은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분명 한국에서는 이 정도로 늦은 시간처럼 느껴지지 않았지만, 스위스의 열한 시는 한국의 새벽과 비슷했다. 그 누구도 집에 가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거닐고 있지 않았다. 이 거리 위엔 온전히 우리뿐이었다. 시내 쪽으로 가면 클럽이 있다는 말을 믿고 무작정 나선 우리는 꽤나 용감했던 건가보다. 다행히도 새벽을 좋아하는 나는, 숙소 밖의 차가운 공기에 조금 들떠 있었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걷는다는것이 무서울법한데도, 우리는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두렵지 않았다. 아, 어쩌면 살짝 올라온 술기운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띄엄띄엄 세워져 있는 가로등을 이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불 꺼진 가게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고, 시내라고 표현할만한, 가게들이 몰려있는 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즐거움도 잠시, 구글맵 하나 의지하고 여기까지 온 우리는 굳게 닫힌 클럽 문을 마주해야만 했다.
당황스럽기보단 한편으로 안도했다. 감당할수없는 음악소리보다 몽글거리는 이 밤의 분위기를 조금 더 만끽하고 싶었다. 여전히 나는 나를 몽롱하게 만들어줄 분위기가 필요했다. 안개가 살짝 섞여있어 살포시 번진 가로등의 빛은, 이 기분을 끊임없이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줬다.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이대로 발걸음을 돌리기 아쉬워 열려있는 카페가 있나 두리번거렸지만, 카페를 포함해 열려있는 가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카페를 찾아 두리번거렸던 것은 스위스의 마지막 밤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앉아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한국에서의 방식이라면, 스위스에서는 스위스만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밤거리를 거닐며 그런대로 고요한 분위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한층 더 차가워진 공기에서 나름대로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명이서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다. 며칠 전, 여행 출발 전까지 우리가 지나가는 사람 하나, 차 하나 없는 이 길을 즐거워하며 함께 걷고 있을 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역시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숙소로 돌아왔다. 차가운 공기에서 벗어나 긴장이 풀린 건지 나른해져왔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안 해본 패러글라이딩을 여기서 처음 해보게 되다니.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내일 일기예보에서는 눈이 올 거라 했지만, 일단은 걱정할 시간을 줄이고 내일을 위해 조금 더 자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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