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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월간 글노트

2021. 06. 월간 글노트

by 이 장르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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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쳐버린 6월이었다. 어느샌가 후덥지근한 공기로 변해버리더니 하루에 한 번씩은 여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듯 비가 쏟아져댔다. 또 얼마나 변덕스럽던지, 잠시 한눈판 사이에 비 내리는 걸 그만두곤 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지친 건지,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이리저리 치여버린 건지. 약속도 많지 않았고, 듣고 있던 수업도 두 번씩이나 쉬어갔던 6월이었지만 왜 이리 빠르게 지나가버린 것처럼 느껴지는지. 가만히 숨죽여 실컷 가라앉아본 6월이었다.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6월의 나는 위로받았는지도 모른다.

좁은 공간에 억지로 틈을 내어 할 일을 구겨 넣으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렇게라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건가. 방향을 잃어버린 채로 여기저기 욱여 넣어진 것들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모순적이게도 불안함을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더욱 불안해졌다. 결국 발버둥 치던 순간들이 남아 기억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기억에 남을만하다는 것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니었구나.

어쩌면 가장 일상적인 하루가 가장 인상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일이 없어 기억에 남지 않았던 그 하루하루들이, 사실은 그만큼 평안한 나날들이었다는 말이니. 행복이 뭐 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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