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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이브

by 이 장르 202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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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여름이다. 더위 속에 파묻혀 겨울의 알싸한 추위를 잊은지 오래다. 에어컨을 통해 나오는 찬바람은 얼마 못 가 힘없이 내려앉으니 말이다. 겨울엔 그렇게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옷깃을 여미고 또 여몄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찬 공기를 그리워하고 있으니.

퇴근 후 운동을 하고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더위 속을 헤쳐 꾸역꾸역 집까지 도착했다. 세상에 있던 짐들을 내려놓듯 어깨에 올려져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선 뭐에 홀린 것처럼 샤워를 한다. 에어컨을 틀어두고 물기가 있는 머리를 툭툭 치며 맥주 한 캔을 땄다. 탁-. 청량한 소리와 함께 눌려있던 것들이 방안으로 가득 퍼져나갔다. 향긋한 과일향이 코끝을 스쳤고, 지금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 불을 끄고 무드 등을 켰다.

노란 불빛이 잔잔하게 퍼져가면서 적당한 시원함이 나를 감싸왔다. 여름과 크리스마스는 함께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만은 않은듯했다. 크리스마스가 뭐 별건가. 몽글몽글한 분위기만 있다면 어디든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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