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노트/생각노트

익숙함은 속이려 한 적이 없었다

by 이 장르 2021. 11. 22.
728x90
반응형

 

 

 

벌써 올해의 마지막 계절을 지나고 있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날짜 기입란에 2021 끝의 1이라는 숫자가 그렇게나 낯설게 느껴졌는데 이제 익숙해지려 할 때쯤 되니 또다시 낯선 숫자를 마주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마도 일 년이란 시간은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나 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잃지 말자는 누군가의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권태기라는 말로 익숙함을 능숙하게 표현하면서도 익숙함이라는 것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처럼 멍하니 서성이고 있는 모습이 모순적이게 느껴질 뿐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속아주는 건지, 아니면 속았다는 말로 스스로의 변덕을 둘러대고 싶은 건지.

익숙함은 속이려 한 적이 없었다. 단지 그 끄트머리들이 뭉툭해져 버려 예전만큼 특별한 자극이 되어주지 않을 뿐일 테지. 결국 그 뭉툭함에 무뎌져 소중함을 잃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의지일 뿐일 테고. 그렇게 남은 것이라곤 이제는 지루해져 버린 것들에 대한 변명일 뿐이었다. 흥미를 쫓는 불나방처럼 비칠 것이 두려워 그저 핑곗거리를 찾은 것뿐일 테지.

당연한 것은 없지만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 위해서 들여야 할 끊임없는 노력은, 어쩌면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한 노력보다 더 무거울지도 모른다. 무뎌질법한 시선을 여러 차례 바꿔내는 시도는 분명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 싶다면 당연하게 거쳐가야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마주하다 보면 비로소 바라던 어른이 되어있을지도.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