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고통에 시름시름 앓아가던 나날들을 매듭짓고 또 다른 나날들을 준비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오래 살지도, 그렇다고 어리지도 않은 그 애매함 속에서 어설프게 해내던 선택이 결국 실패했다. 예전보다야 안목이란 게 나아졌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빠져 자신만만할 때 즈음 이렇게 한 번씩 넘어지는 것은 여전히 낯설 뿐이다.
숨통을 옥죄었던 나날들이었다. 당연한 것을 내세우는데도 어느새 하나의 객기로만 여겨져버린 나의 공허한 목소리는 그렇게 매 순간 사라져버렸고, 그렇게 열정도 의욕도 가라앉아버렸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생각으로 시간을 죽여갔던 마지막 순간이 너무나 오래전이라 기억조차 나질 않았는데, 또다시 이런 감정에 사로잡히게 될 줄이야. 확실히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가끔 인생은 선택이 아닌 포기의 연속 같았다. 포기도 또 하나의 선택이긴 하지만 숨통을 조금이라도 트이기 위한 포기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아마도 당신은 모를 수도 있겠다. 포기는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이기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이후 남은 것이라곤 침묵뿐이란 것을 깨닫게 될 때 즈음 나는 당신의 신기루가 되어있을지도.
어쩌면 포기도 선택도 다 그때의 최선이라 믿어야겠지. 그 침묵을 좋아하던 당신이 그 길로 가도록 방관하는 것이 최선의 분노라는 걸 당신은 여전히 알지 못할 테지. 최선을 다해 침묵하지 않는 것이 당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언젠가 당신도 깨닫게 될 테니.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그 순간의 고통은 이제 나의 손을 벗어났지만, 이 기억을 고통으로만 흘려보내진 않도록 또 다른 생각에 나를 담가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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