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여니 다른 날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주말이구나. 지난주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집 앞 편의점을 다닐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한주만에 이렇게 상황이 바뀔 줄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 다행히 얼마 전에 생일이었기에 감사하게도 끊임없이 오는 택배 박스를 뜯어보는 재미로 매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격리 해제 후 분리수거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뻔한 줄 알았던 일상이 뻔하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 그 사실을 3년에 걸쳐 깨달아가고 있다. 내가 누리고 있던 자유는 온전히 내 몫이었을까.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빨려 들어갈 때 즈음 배가 고파져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과 저녁 그 사이 어디쯤이었고, 입은 벌써 심심해졌나 보다.
냉동실을 열어 이전에 사뒀던 감자튀김을 에어프라이어에 넣었다. 감자튀김을 너무 좋아해 다른 건 몰라도 감자튀김은 떨어지는 걸 못 보고 그새 채워 두곤 한다. 감자튀김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워갈 무렵,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다는 게 이렇게나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걸 격리한 까진 알지 못했다. 시간개념은 점점 흐려지고 있지만 일주일 정도는 이렇게 보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세상과 동떨어져있는 기분이다. 소외된 기분이라기보다 바깥사람들과는 다른 시간을 경험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조금 더 멀리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이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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