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 전에 젯스타에서 예약해뒀던 비행기 표가 갑작스러운 결항으로 날짜를 옮겨야 한다는 얘길 전달받았다. 캐리어 추가 무게까지 결제하고도 40만 원 초반이었던 터라 다시 예약한다 해도 이 가격에 할 수 없는걸 알기에 당연히 일정을 옮기겠다며 호기롭게 젯스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어 서비스는 1번'이라는 안내 멘트를 듣고 1번을 눌렀지만 코로나 때문에 한국어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 멘트만 들려올 뿐이었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일단 들어가 본 젯스타 홈페이지에서는 예약 내역을 누르면 다시 홈페이지 메인화면이 뜨고, 메인화면에서 다시 예약 내역을 누르면 또다시 메인화면이 뜨고... 무슨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는 이 상황에 슬슬 짜증이 났다. 어쩔 수 없지만 영어로 전화해 보기로 했다.
짜증과 화가 뒤섞인 채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예전에 해외여행 좀 혼자 다녀봤다고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에 엄청 두려운 건 아니었지만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해 본 게 꽤 오랜만이라 심장이 쿵쿵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영어 서비스'를 선택하자 두세 번의 통화연결음 후에 고객센터 직원과 전화연결이 됐다.
간단한 내 정보와 왜 전화하게 됐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선 예약을 바꾸려 하니 가능한 날짜를 알려달라 했다. 내 예약은 7월이었고, 직원은 가장 빠른 일정이라 해봤자 9월 중순이라 했다. 지금 내부 사정으로 인해 7~8월 비행기가 모조리 결항됐다나 뭐라나. 쨌든 방법이 없었다. 나랑 통화하고 있는 이 직원이 고의로 결항시킨 건 아니니 이 사람한테 항의해 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미루고 싶었지만 늦어도 7월 초에는 입국을 해야 했기에 환불을 요청했다. 직원은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며 환불 처리 진행을 해줬고, 환불 금은 영업일 기준 며칠 내로 입금될 거라는 안내도 해줬다. 비행기를 예약해야 했기에 입금될 날짜를 체크해 보며 땡큐라 하고 선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영어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 한국어야 모국어니까 능숙하게 내가 원하는 느낌을 담을 수 있을 테지만 영어는 내가 말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지 스스로조차 잘 모른다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환경이 달라 공손하게 말한다 해도 상대는 무례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 뉘앙스라는 게 각 문화권마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더 나아가서는 각 지역마다 다르니 적어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언어적 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언어도 함께 전달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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