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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5-6. 헝가리 부다페스트 Hungary Budapest🇭🇺

by 이 장르 2022.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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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에 도착해서부터 고생만 하다가 밤 10시를 맞이했다.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 바로 옆에 있던 '서울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한국의 80년대 풍경이 왜인지 모르게 반가웠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뒤적이다 설렁탕을 두 그릇 주문했다. 뽀얀 설렁탕을 예상했던 우리는 생각보다 투명했던 그 국물에 살짝 당황했더랬다.

아무렴 어때. 고생한 우리를 위해 소주와 맥주를 한병씩 시켰다. 필스너로 만들어 먹는 소맥은 정말 달았다. 술을 좋아하는 편도, 자주 마시는 편도 아닌 내가 술이 달게 느껴질 정도면 오늘 하루 힘들긴 했나 보다. 설렁탕에 밥 한 공기씩 말아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와 함께 입을 가득 채웠다. 맛은 설렁탕보다 갈비탕에 가까웠지만 알고 있던 그 흔한 맛이 이렇게나 따뜻하게 느껴질 줄이야.

우리는 밥을 먹고 나와 바로 앞에 펼쳐져있던 다뉴브강의 야경을 보고 가기로 했다. 긴장으로 채워졌던 오늘 하루를 마무리 짓고 드디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밤이 되어서야 마주한 부다페스트는 야경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라 해도 될 정도로 조화로웠다. 너무 도드라지지도, 또 너무 묻혀버리지도 않을 정도의 잔잔한 빛을 뿜어내며 은은하게 우리의 오늘을 위로해주는 듯했다. 강 너머 보이던 국회의사당과 그 사이를 이어주는 세체니 다리가 부다페스트의 밤을 채워주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이번 여행 중 세계 3대 야경이라 불리는 파리, 프라하, 그리고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중 나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야경은 단연 부다페스트의 야경이었다. 지쳐있던 그날 우리가 받았던 그 은은한 위로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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