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어제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서인지 숙소에 들어와 눕자마자 잠이 들었나 보다. 눈을 떠보니 나도 모르는 하루는 이미 시작되어있었다. 한껏 게을러진 우리는 서로 먼저 씻으라며 한껏 서로의 게으름을 뽐냈다. 그렇게 얼마 동안 나름의 눈치게임을 하다 혜를 만날 시간이 다가오자 아직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각자 준비를 마쳤다.
예상보다 빠르게 준비한건지 시간이 조금 남아 조식을 먹고 혜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숙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부다페스트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공허했던 숙소 1층은 어제와 다르게 음식과 사람으로 가득 차있었다. 우리는 접시를 하나씩 들고선 간단하게 먹을만한 것들을 담아 이곳 끄트머리에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생각보다 조식은 맛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먹은 거라곤 숙소 겨우 잡고 먹었던 설렁탕뿐이었으니 뭘 먹어도 맛있겠지.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유럽여행 내내 보기 힘들었던 햇살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낯설기도, 상쾌하기도 한 이 기분을 품에 안고 혜를 만나러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우리가 부다페스트 여행 두 번째 날 만나기로 한 건 다행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부다페스트 도착 첫날 만나기로 했다면 그 고생을 하던 내내 혜는 우리 걱정을 했을 테고, 또 우린 혜에게 느낄 미안한 감정, 상황에 지친 몸과 마음을 모두 감당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찍어도 너무나 아름다웠던 부다페스트는 우리에게 그 자체로 위로였고 설렘이었다. 우리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세체니 다리를 건너 혜를 만날 성 이슈트반 대성당으로 향했다. 어제 하루 고생을 몰아 했던 탓일까, 우리의 아침이 너무나도 평화로워 이 평화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성 이슈트반 성당까지 가는 길, 주변 구경하며 가느라 조금씩 길을 헤매긴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우리는 그렇게 성당이 크게 보이던 길 위에서 다시 혜와 만났다. 이틀 만에 보는 혜가 오랜만인 듯 느껴지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는 또다시 부다페스트 여행의 일행이 되었다.
바로 옆 스타벅스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하나씩 들고선 상쾌한 공기를 따라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에 다다를 무렵 펼쳐진 광장은 탁 트인 오늘의 하늘처럼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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