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제의 기억을 뒤로하고, 혜의 여행 계획에 숟가락을 얹어보기로 했다. 혜와 함께 성당을 둘러보고, 또 골목골목 다니면서 사진을 남겼다. 그렇게 우린 어제와 다른 여유를 즐겼다. 평화로웠던 이날의 부다페스트는 우리를 따스하게 맞아주고 있었다.
날이좋아서그런지 옹기종기 모여있는 카페 밖 테라스에는 사람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있다던 광장에서 커다란 초록 인형탈이 보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 주변을 둘러싸고며 따라가고 있었다. 끝이 뾰족했던 체코의 건물들과는 달리 동그란 지붕이 얹어져 있던 부다페스트의 건물은 노란빛을 띠며 은은한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었다.
우리는 줄줄이 늘어져있던 식당 중 한 곳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나왔다. 그러고선 혜가 찾아온 카페까지 소화시킬 겸 느긋한 발걸음으로 그 길을 거닐었다. 한적한 듯, 또 한적하지 않은 듯했던 부다페스트의 거리는 어제의 기억을 미화시켜주기 충분했다. 우리는 혜를 따라 'NEW YORK PLACE'라는 디저트 카페에 도착했고, 커다란 문을 열자마자 화려한 카페의 내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는 중세 유럽에 온듯한 분위기의 카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의 북적이던 소리와 연주자들이 내는 악기 소리가 어우러져 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카페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나왔을 뿐인데 벌써 하늘은 어둑해져 가고 있었다. 희 언니와 나는 예약해둔 야경투어를 위해 다시 성당이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이미 야경투어를 다녀온 혜는 우리를 광장까지 데려다주고 선 부다페스트의 저녁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발걸음을 돌려 돌아갔다.
우리는 혜를 보내고 야경투어 가이드분을 기다렸다. 꾸준히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에 맞춰 건물들이 내뿜던 빛은 부다페스트라는 도시의 일부가 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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