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신체검사 예약해둔 날이 다가왔다. 분명 코로나 때문에 한 달을 또 미뤄둔 건데 벌써 이날이 올 줄이야. 시간 너무 빨라. 우리 집에서 요양한다며 드러누워있는 동생과 아침으로 에그 드롭을 시켜 먹었고서도 여전히 속이 허한 느낌이 들어 냉동실에 있던 감자튀김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렸다. 그렇게 감자튀김까지 먹고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며칠 동안 구름 한 점 없더니 오늘 그 구름 찬스를 한 번에 몰아 쓰려는 건지 하늘색이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간당간당하게 도착한 비자 신체검사 장소는 내가 예상했던 것에 비해 한산했다. 분명 두시 예약임에도 신체검사하러 온 사람이라곤 가족 한 팀뿐이었다. 이젠 해외여행 제한도, 마스크 제한도 꽤 완화된 편이라 워홀 가려는 사람들도 많을 줄 알았는데 아직까진 예전만큼은 아닌가 보다. 생각해 보니 호주를 제외한 다른 나라는 워홀비자가 이제야 하나둘 풀리고 있었다. 그럴 수 있겠네.
블로그에 포스팅할 사진도 찍어야 하고 아무렇게나 찍어 이어붙여 성의 없는 느낌이 없잖아있는 나름의 브이로그도 올려야 해서 신체검사 접수하고 진행하랴, 사진이랑 영상 찍으랴 정신이 없었다. 뭐 내가 선택한 거니 어쩔 수 없지만 사람 많았으면 고생 좀 했겠다 진짜. 쓸데없이 귀찮은 일 만들어서 하고 있는 날 보면서도 진행하는 내내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간호사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빠르게 신체검사 마무리 짓고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습해진 공기 속으로 빗방울이 하나둘 느껴졌다. 비가 더 오기 전에 집에 빨리 가고 싶어 좀 더 서둘러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가보던 빗방울은 어느새 사라졌고 우산을 사야 하나 하는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베라에 들려 하프갤런을 민트 초코로 꾹꾹 눌러 담아 가려 했으나 동생이 초콜릿 무스도 먹고 싶다 했던 기억이나 맛 한 개는 초콜릿 무스로 바꿔 담았다. 인심 썼다 진짜.
병원에서 호주 이민성에 신체검사 결과를 제출하는 건 평일 기준 2~5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신체검사받은 다음날 비자 승인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신체검사받고 나서도 2달째 비자 승인 못 받았다는 사람도 있던데, 어떤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비자 빨리 처리해 줬으면 좋겠다. 이미 이것저것 준비는 다 해뒀지만 이제야 비자를 신청하고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이런 걱정이 문득문득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주 안에 비자 나오길,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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