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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전히 캐리어는 텅 비어있는 채로 먼지가 얹어져 있으며, 나는 여전히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시작한다면 어떻게든 헤쳐나가겠지만 여느 때와 같이 처음은 나에게 막막함을 제시하고 있다.
신경 끄려 했던 것마저 신경 쓰였다. 혹여 내가 놓쳐버린 게 아닐 지하는 걱정에 다시 한번 고갤 돌렸더랬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 속에서 일 년이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거라 호기롭게 장담했던 나조차 홀로 남겨진 그 순간 속에선 생각에 잠겨버리곤 하더라.
변할 것 같지 않던 나의 공간은 곧 변해버릴 테고 경험하지 못한 막연함은 설렘과 걱정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고 있다. 지금보다 더 머뭇거릴듯한 앞으로의 나날들을 생각해 본다면 한번 취소된 비행기 티켓 덕에 출국 날짜가 빨라진 것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거란 걸 안다. 하지만 분명 그만큼 잃는 것도 있겠지. 무언갈 얻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당연한 그 이야기가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단 건 아직도 욕심을 놓지 못하고 있단 거겠지. 언제쯤이면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던 고민을 따라가다 보니 벌써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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