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방인으로서의 기록

🇦🇺 D-13 아직은 설렘보단

by 이 장르 2022. 6. 14.
728x90
반응형

얼마 전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두 달 전 워홀로 시드니에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인데, 호주는 국제전화가 무료라 그런지 외국에 있는 것치곤 꽤 자주 전화를 걸어온다.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출국 날짜를 물어보던 친구에게 날짜를 말해줬다. 내 말을 듣더니 마침 잘 됐다며 자기가 시드니에서 친해진 일본인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의 친구가 멜버른으로 나랑 같은 날짜에 입국한다며 어차피 둘 다 친구 없는데 알고 지내볼 생각 없냐 물었다. 알고 지내는 것 자체는 나쁠 건 없단 생각에 알았다고 했고, 때마침 그 친구 옆에 있던 일본인 친구와 갑작스러운 전화연결까지 하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전화에 둘 다 당황하며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한 번씩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나서야 친구가 전화를 넘겨받았다. 워낙 성격 좋은 친구라 어딜 가든 잘 어울리는 이 친구는 저번 뉴질랜드에서도, 이번 호주에서도 입국한 당일부터 처음 보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잘 놀러 다니고 있다.

한국어는 자신 있지만 영어는 한국어처럼 자유분방하게 쓰진 못하는 나로선 부러웠다. 꾸준히 글을 쓰며, 문장으로 할 수 있는 표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걱정되었던 부분이었다. 새로운 언어는 익숙지 않기에 모국어처럼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아 하고픈 표현을 해야만 할 때 자연스레 경험하게 될 좌절감이 밀려오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해 보면 좋게만 보이던 것들도 각자의 그늘이 존재했다. 모든 것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 아닌가. 그럼에도 이런 좌절감이 나를 더 노력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후에 이 순간들을 돌아봤을 때 고통은 희미해지고 노력만이 남아주겠지.

 


 

레이블과 첫 작업도 마무리했고 컨펌까지 받았다.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셔서 덕분에 기분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렇게 워홀 준비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잘 마무리해 나가고 있다. 요즘 들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호의 속에 살아가고 다는 게 느껴진다. 퇴사하고 출국 전까지 매일같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 항상 손에 쥐어져있던 그들의 마음들. 내 생각을 하며 골랐을 그들에게 매일 밤 마음이 간질거린다. 이 감사한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후에 나 또한 이 마음들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