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출판되고 있는 에세이 류의 책은 글이 비교적 가볍다.
비판하려는 의도로 가볍다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니라, 잘 읽힌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가볍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에세이라는 분야가 위로와 공감의 코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잘 읽히는 글로 구성되어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랜 기간 사랑받는 책들은 대부분, 글의 무게가 있다.
그렇기에 그러한 책들을 처음 접했을 경우, 그 내용의 무게에 적응될 때까지 읽는 내내 지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책들은 그것들을 견뎌낼 만한 무게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말로, 시대를 아우를만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것.
하지만 가끔씩은 한쪽에 치우쳐있다는 기분이 들곤 한다. 때론 과할 정도로. 그저 유행이라고 여기기엔 그 변화가 점차적이며 예측 가능할 수 있다는 것.
우리의 환경은 우리가 사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무거운 글을 음미할만한 여유를 지니는 것에 대하여 불쾌함을 느끼는 듯. 우리가 여유를 음미하려 할 때면 그 틈새로 불안함을 던져 넣는다.
가벼움으로부터 무거움으로 이어지려 할 때 즈음에 생기는 조급함 또는 불안함이 우리를 도입부에서 머무르게 한다.
결국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가벼운 글에 발만 담그고 있어도 박수갈채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것. 말단 신경으로 느껴지지도 않는, 혹은 겨우 느끼고 있는 일부 촉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마냥.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을 모두 경험했다 착각하고, 그것을 과시하게 되는 세상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말이다.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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