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내야 함을 알면서도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만남 때부터 예정된 이별이었고, 언젠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날 거라는 걸 알았음에도 이별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은 늘 익숙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다음 주에 떠나보내야만 하는, 이곳에서 처음 사귄 나의 친구들. 그리고 올해 안에 떠나보내야만 하는 나의 하우스메이트들. 그리고 갑작스레 일터를 떠나게 된 나의 코워커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여행자로 만나 여행자의 삶을 살아야 된다고 서로에게 외쳤음에도 막상 여행자로서 나아가는 모습을 봐야 할 때면 마음 한편 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나 또한 누군가에겐 이러한 존재겠지. 나조차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면서도 타인의 부재에는 익숙지 않아 하는 것이 모순이지 않나. 인간이 이렇게나 모순적인 존재다. 멜버른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서로에게 약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장 내일조차 알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에 그들의 약속을 그저 무척이나 그리울 거라는 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떠남의 공허함을 붙잡아들고서 나 또한 비행기 표를 찾아보고 있는 나 자신이 모순적일 뿐이다. 한국에서의 삶과 달리 이곳에서의 삶은 매 순간이 새로움이라 그 새로움조차 자극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 감정을 무어라 설명할 길이 없다는 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함께 뛰어들자는 제안이 혹여 너희에게 독이 될까 망설이게 된다. 불확실한 상황들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희열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각자의 선택을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이곳에서의 삶은 각자의 선택을 온전히 존중할 수밖에 없게끔 한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가 처음 만난 그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싶다가도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떤가 싶다. 어떤 결정을 하든, 어떤 경험을 하든 우리의 삶에 오래오래 남아줄 거란 건 변함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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