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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서의 기록/2022 🇦🇺

🇦🇺서글픔을 머금으로

by 이 장르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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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써보는 게 얼마 만인지. 여행으로서의 타지는 언제나 새로웠지만 하나의 삶이 되니 다르면서도 비슷한 형태로 변해가더라.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언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 왜 이리 부담으로 다가오던지. 아마도 내가 이젠 맘껏 즐길 수만은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나 보다.

이곳에서 마주할 낯선 이들이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이들도 나이 듦에 관대해지지 못한 건 매한가지구나. 어쩌면 우리는 그저 먼 거리에서 나고 자란, 생김새만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말을 왜 이리 당연스럽지 못하게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 수도 있겠다. 다양한 것이라는 것은 결국 그 다양성으로 분류된 상태로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말이라는 것을 왜 그땐 알지 못했을까. 결국 우린 다양성이라는 형태로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영원히 섞일 수 없는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 영원히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서글프게 느껴지는가. 이 서글픔은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님에 조금은 위안을 얻곤 한다. 그 서글픔조차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낯선 땅에서의 나를 지켜낼 수 있게끔 해준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이 삶이 과연 행복할까 싶겠지만 또 그런대로 나름의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

그 서글픔으로 나고 자란 이들의 서러움이 이곳엔 여전히 머물러있다. 나는, 다양성을 외치면서도 다양성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살아왔다. 내가 봤던 어둠은 그저 지나가다 마주치던 한 가닥의 그림자일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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