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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서의 기록/2022 🇦🇺

🇦🇺당연해진다는 것

by 이 장르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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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도착한지 100일이 지났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순간을 넘어서 이제는 출퇴근길에도, 시티에서 어딜 돌아다닌다 해도 구글맵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다닐 정도니까 말이다. 한국 사람들에 익숙해져 있던 눈도 이젠 이들의 모습에 점차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패밀리라고 했던 하우스메이트들도 이젠 진짜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물론 중간에 어색하게 느껴질만한 일이 있긴 했지만 불편한 순간을 피하고 싶다 해서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들에겐 별거 아니게 느껴졌던 것이 나에겐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불편함을 감내하고 살아왔던 이들 사이의 갭이 잠시 서로를 불편하게 했지만 이 부분은 누군가 한 명이 희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함께하고 싶어 말했던 것들이 이들에게는 거절로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러한 것들을 불편해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나는 이미 나에게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온 터라 당연하게 말을 해야 해소될 수 있다 생각했나 보다. 불편함에 대한 표현이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였던 이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거절의 의미가 아닌 앞으로 더 나은 관계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이들에게도 하나의 도전이겠지.

가끔은 이들이 너무 빠른 시기에 타지에 나와 고생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독립적이라고 자부했던 나 자신도 사실 나의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안정감을 얻어왔구나 싶었다. 한국에서의 외로움과 이곳에서의 외로움의 결은 참 많이 달랐다. '인간은 본래 외로운 존재'라고 말하고 다녔던 나조차 이곳에 도착한 후로 한동안 외로움에 허우적거렸으니 말이다.

한국에서만 있었다면 알 수 없는 종류의 외로움이었다. 연고지 없는 타지에서의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타국에서 오는 외로움은 참 많이 달랐다. 그래도 오랜 시간 한국이라는 곳에서 살아가며 교감을 할 수 있던 이들이 있어 스스로의 안정감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나 보다.

나는 과연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상황이 되면 적응하는 것이 인간이라지만 분명 쉽진 않았을 것이다. 내 두발조차 버티지 못하는 안정감 따위에 온몸을 얹어 작은 샛바람에도 이리저리 휘둘렸겠지. 

적어도 내가 마주했던 나는 그렇다. 아직 채 마르지도 않은 물감 위를 타인의 결에 따라 휩쓸려가 버리고 있는 그러했던 삶. 다양한 결을 경험하기 위해 우리 모두 이곳에 도달했다지만 아직 자신의 결을 깨닫기도 전이었단 게 마음에 걸린 단 거지.

어쩌면 이렇다 할 공식은 없다. 결국 뒤돌아보면 꽤나 적절했다 보이는 시기에 그 상황을 선택했더랬다. 나의 선택이 항상 옳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할 필요는 없다는 말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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