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날에 뭘하고있을까란 상상을 여러번했지만 결국 5시에 출근해서 마감까지 하게될줄이야. 아니 사실 어느정돈 예상했다. 아웃백에서 일할때도 마지막날에 마감하고 다음날도 출근하는 뭐 그런 시프트를 자주 받았으니. 직장인이되면서 시원섭섭했던부분이 이런부분이긴했지.
이곳에 온지 반년밖에 되지않았는데 일년정도는 보낸기분이다. 아마도 그동안 반년안에 채워뒀던 기억의 양보다 호주에서 채워냈던 기억의 양이 더 많아서일까. 한국이었으면 퇴근하고 집에서 일하느라 잘 안나왔을텐데 여기선 무조건 누구라도 만났고, 만나지못할때는 일단 밖에 나가기라도했다. 다행히 나는 일을 빨리 구했고, 그래서 사람들이랑 강제로 매일매일 마주해야했기에 다른이들보다 적은 우울함으로 호주에서의 첫 한달을 견뎌낼수있었다.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이곳에서의 삶이 행복하다. 아직까지는 책임질만한 일도 없으며, 나를 포함한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오피스잡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고있다. 언제든지 떠날수있다는 워홀러의 신분이 마음을 한층 가볍게하고있다.
나는 세컨비자 조건을 채우러 곧 케언즈로 떠난다. 막연하게 1월마지막주쯤 가야지 하고있는데 나와 같이 일하고있는 칠레친구도 타즈매니아로 떠날예정이며, 어제 비행기표 결제를 했다는말을 듣고선 나도 자극이 되어 바로 날짜를 결정해버렸다. 이친구는 이미 서드워홀비자 조건까지 채운상태라 굳이 떠날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곳에서 살아보며 일하고싶어하는것같더라.
일하는동안 스카이스캐너를 켜 마지막주쯤 가장 저렴한 날을 보니 월요일이더라. 그래서 월요일로 날짜를 정했고, 바로 집주인에게 노티스를 했다. 브레이크타임에 스카이스캐너를 다시열어 비행기표를 결제했는데 날짜 결정한 그 순간부터 브레이크타임까지 벌써 30불이 올라있었다. 그래서 비행기표도 밥먹으면서 결제해버림. 이렇게 또 갑자기 결정해버릴줄이야.
미운정 고운정 들어버린 일본인 하우스메이트들이 떠난지 며칠이 지났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하우스메이트들이 들어온지 며칠이 지났다. 좋은 하우스메이트들을 만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일인지 새삼 깨닫고있다. 물론 내가 그들에게 좋은 하우스메이트였을까에 대한 질문엔 쉽사리 답하지못하겠다. 나뿐만아니라 이들끼리도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어 언성이 높아질때도 있었으며, 이들이 떠나기 이틀전, 하우스메이트 세명이 여행을 다녀왔다가 이들끼리 감정이 상하는일이 있었는지 그 다음날 새벽까지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야기를 이어가더랬다. 그럼에도 이들과 무난하게 지낼수있었던 이유는, 서로를 배려하는 방식이 비슷해서였다고 본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살아갈뿐아니라 같은 국적임에도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간혹 이해하지못하는 서로의 모습들이 부딪히곤한다. 무엇이 좋고 나쁨을 가리기보단 인정하고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가야하더라.
솔직히말하면 나의 룸메이트는 나와 성향이 너무나도 달라서 맞춰가는것이 쉽지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맞고 틀린것은 없지만, 다름의 정도는 있더라. 어차피 나는 한달남짓 되지않는기간안에 이곳을 떠날예정이니 조금 거리를 두며 지내는게 좋을듯 싶었다. 마침 이곳의 내 친구들도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도착한터라 나와 비슷한 시기에 세컨비자를 따러 다른곳으로 떠나야하니 친구들과 시간을 더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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