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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비포 선셋(Before Sunset)' 후기

by 이 장르 2020.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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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하게 됐다. 아니, 우연이 아니었을 수도.

꿈같던 비엔나가 아닌, 현실 속 파리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다시 끌리지만 쉽게 꺼내지 못한 말이 한가득이었을 테지.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특별함을 지키기 위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아마도 특별했던 것들이 자칫해서 일상이 되어버린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었으리라.

지난날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서로의 생각과 모습이 조금 달라졌지만, 아직은 그때의 모습이 아른거려 그때 그 감정을 느끼게 되고, 묻어뒀던 서로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는 시간은 설렘으로 가득 찼을까, 아니면 현실로부터 파생된 또 다른 걱정이 앞섰을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비행기 시간 전까지. 시간이 주는 제약은 오히려 서로에 대한 절실함을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난 나이 드는 게 좋아. 사는 맛이 나거든. 즐기게 됐달까?"

"사실은 나도 그래."

"자긴 현실 속의 이상주의자야. 열정을 행동에 옮기잖아. 아픔이 없다면 추억이 아름다울 텐데."

"그래, 살아있는 한 추억은 끝이 안 나니까 그때 고민거리가 지금과 똑같아서 정말 놀랐어. 그땐 희망적이고 더 순수했지만 사물을 보는 시각은 지금과 똑같아. 하나도 안 변한 거지."

"누구나 그래. 인정하지 않을 뿐이지. 사람은 각자 어떤 성향이 있어. 세월이 흘러도 그건 변치 않아."

"맘에 드네, 난 항상 우주엔 영원함이 있다고 믿었어. 하지만 요즘 와선 나 자신이든 내 성격이든 지속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

"영원한 건 없어. 그런 생각을 할수록 삶이 소중하다고 느껴져. 바로 지금이어야 해. 이 순간의 관심사나 이 순간의 웃음만큼 소중한 게 어딨어? 오늘이 언제나 마지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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