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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후기

by 이 장르 202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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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절차인가. 이것은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사람을 천천히 죽여가고 있다. 절차는 결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강자가 약자를 합리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절차라는 것인데 이것이 약자를 보호하는 구역까지 적용해버렸다는 것은, 사회는 결코 약자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적 강자의 입장으로 만들어낸 절차를 약자가 넘어서기엔 너무나 가혹하다.

 

몇 번의 절차를 거치며 자존심마저 사치가 되어버린 그들에게, 세상은 자존심조차 지키지 못하냐며 질책한다. 성실하게 사회에 임했던 그들에게 사회는 무엇을 주었나. 구걸하듯 자신을 증명해내야만 했던 그들은 사회로부터 무엇을 내주었는가.

어쩌면 그들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끝없는 성실함은 그들의 숙명이었나. 죽을 때까지의 구걸은 그들의 숙명이었나. 사회는 그들에게 성실하게 구걸할 권리를 부여해준 것일까.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디라고 했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들을 지하 끝까지 쉽게 밀어낼 수 있는 것인가. 그만한 무게를 지니 고있는 것일까. 혹시 그들이 견디지 못한 것뿐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견딜 수 없는 것이었을까.

 

기득권이 용인할 수 있는 혁명은 이미 혁명이 아니다. 기득권이 쥐어주는 종이에 적는 것은 저항이 아닌 것이다. 그는 그 나름대로 혁명을 해낸 셈이다.

 

 

I, Daniel B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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