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온갖 극찬으로 도배가 된 이 책을 읽기 전엔 책에 대한 기대가 꽤 컸다.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고, 사랑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평을 많이 들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문학의 거장 괴테가 쓴 소설이라니.
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내가 기대한 것과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내가 주인공에게 꽤 실망을 했다는 점. 그는 매우 옹졸했고 이기적이었다. 또한 귀족의 지위를 거추장스러운 장신구 따위로 여기며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하지만 결국 그는 귀족이라는 지위의 수혜자 중 하나였다. 어쩔수없는 부분이었겠지만, 그는 스스로 인지 할 수 없을 정도로 귀족이라는 지위에 무뎌져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지위가 주는 고귀한 느낌에 심취해있었다. 그는 평민과 편하게 지낸다고 표현했지만 그의 언어 속에 내재되어있는 ‘자비를 베풀고 있다’따위의 말에서 스스로의 태도에 취해있는 듯했고, 위치와 다르게 그의 그릇은 타인을 담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도 담아내지 못할 만큼 좁아져갔다. 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그는 타인을 질투하였으며, 말도 안 되는 부분을 꼬투리 잡아 이겨보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만한 능력도 되지 않는 듯했다. 타인을 내려 자신을 돋보이기를 즐겨하나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음흉한 구석도 있었다.
그는 그의 마음을 로제에 대한 사랑이라고 표현하며 온갖 미사여구를 가져다 쓰고 있지만 인간 사이의 상호 간 도덕성을 위한 절제는 없는듯했으며, 그녀의 약혼자 알베르트는 그의 마음을 알고도 혹여 자신을 불편해할까 봐 그를 배려했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배려에 대한 감사조차 없었다.
이야기 중반 즈음에는 책을 잠시 덮어두고, 책에 대해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감상문을 다 적어내기 전까진, 나의 고유한 감상을 만들어내기 전에 타인의 감상으로 덮어버리고 싶지 않아 검색해보지 않는 편이지만, 나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일단 제목만이라도 훑어보자는 마음에 대략적으로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극찬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의 감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제목들이 줄지어있었다.
그의 위선을 다시 마주해야한다니. 불쾌했지만, 다시 책을 펼쳤다. 그러다 문득 이러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무지한 귀족의 위선을,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괴테가 이러한 의도로 썼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은 지금도 꾸준히 흐르고 있으며, 그에 맞춰 환경 또한 변화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로맨스였지만 지금도 그것이 유효한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전이 지금도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이 소설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입체적으로 해석하고 받아 들 일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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