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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서의 기록/2023 🇦🇺28

🇦🇺우리 모두 이곳에서 만나 각자의 곳으로 우리들의 마지막 질롱 여행이 끝났다. 세컨비자 조건을 맞추고 나서 다시 멜번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테지만 사람 일이란 게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거더라. 특히 외국인으로서 이곳에 머물고 있는 우리네 인생은 당장의 내일 일조차 알지 못하는걸. ​ 유난히 이별이 많은 시기다. 우리 서로가 언젠가 다른 길을 떠나야 한다는 걸 알기에 수없이 되뇌었던 순간이었더랬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이별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매일같이 함께했던, 그리고 공유하게 된 수많은 순간들이 하나하나 곱씹어지던 밤이다. 보라색으로 물들어가던 질롱의 하늘이 유난히 야속하게 다가왔다. ​ 한두 번 마주치고 말거라 생각했던 이들 덕분에 이곳에서의 삶을 버틸 수 있었다. 우연히 쌓여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시간들은 영원히 멜버른에 .. 2023. 2. 8.
🇦🇺우리 사이의 거리 어제 하우스메이트와 처음으로 둘이 집이 아닌 밖에서 만났다. 사실 그게 처음인 줄 모르고 있다가 펍에 가서 얘길 하는 동안 내가 하우스메이트였던 C에 대해서 아는 게 많이 없구나 싶더라. 아쉬운 마음에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펍으로 향했지만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던 우리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자주 스쳐 지나갔다. 생각보다 내가 너에 대해 많이 아는 게 없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거리를 느꼈던 그 시간 이후로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겹쳐보려 하지 않았구나. ​ 시간은 정해져있지만 그걸 어느 곳에 사용하느냐는 서로의 선택에 달렸더랬다. 나는 나의 일과 친구들을 선택했고, 너는 너의 일과 하우스메이트들을 선택했더랬다. 그땐 서로의 다름이 서로에게 불편함으로 느껴졌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거리를 둘 .. 2023. 2. 7.
🇦🇺나의 첫 하우스메이트들에게 - C에게 낯선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난 너희들이었다. 이 낯섦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불확실한 미래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서로의 삶을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던 우리였다. 성인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채로 타지도 아닌 타국으로 와 버텨낸 너의 시간들을 존경한다. 나는 지금 이 나이, 그러니까 나의 나라에서 내가 하나의 인간으로서 단단해질 때까지의 시간을 지나 나름대로 견고해진 지금 호주에 도착했지만, 너는 그러한 시행착오조차 허용될 여유 없이 이곳에서 버텨냈다는 사실이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더라. ​ 타국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더라. 내가 예상치 못한 감정들이 갑작스럽게 물밀듯 밀려와 나를 삼켜버리기도 하고,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이방인의 모습은 때때로 내 스스로 주눅 들게 하더라고. 너는.. 2023. 2. 6.
🇦🇺이제는 각자의 길을 찾아 제목을 써 두고 나니 너무 감성적이긴 하네. 한 3개월 정도 지낸 것 같은데 벌써 이곳에서 지낸지 6개월째가 되었다. 외국인들과 함께 일한다는 게, 함께 놀러 다닌다는 게 때론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이제는 너무 익숙하고 친근해졌다. ​ 우린 어디로 가게 될까.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보단 따로, 각자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실감하게 된다. 우린 함께여서 행복했지만 이곳을 떠나 각자의 새로운 공간에서의 삶을 꾸려나가겠지. ​ 그러니 함께할 때 최선을 다해 시간을 채워나가보자. 이곳에서마저 일하느라 함께할 수 있던 시간들을 놓쳐버린 게 아쉬우니. 후회하지 않을 순 없으니 적은 후회를 남겨보자. ​ 이곳에서 너무나 좋은 .. 2023.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