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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51

유럽 0-3. 프롤로그 아침에 눈을 떴다. 어제까지의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무언가 특이할 것도 없던 모임이었는데, 그냥 느낌이 그랬다. 이 시간까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낯설어 일단 몸을 일으켰다. 물을 한잔 마시고 옆을 보니 나를 빤히 보고 있는 강아지가 눈에 띄었다. 아, 밥부터 줘야지. "꾸미 밥먹자." 밥그릇 옆에 있던 사료 봉지를 뜯으며 강아지에게 다가갔다. 점점 거세지는 꼬리의 회전을 보고 있던 나는 무의식 중에 미소를 머금었다. 사료 한알이라도 사라질세라 밥그릇에 최대한 몸을 가까이해서 늦은 식사를 하고 있는 강아지 뒤편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무심결에 열었던 검색창을 보고서야 이틀 후에 유럽여행 간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 갔다. 무작정 '유럽여행'이라는 단어를 입력하고서 검색창 옆의 돋보기 버튼을 .. 2021. 2. 19.
유럽 0-2.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맨 안쪽의 도도한 인상의 조그마한 여자애와 맞은편엔 선생님일것같은 오빠, 그리고 나와 일정이 같다던 흔하지 않은 이름의 언니가 앉아있었다. 다들 오늘 처음 마주한터라 역시나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고, 이 어색함을 깬 것은 앞에 앉아있던 언니였다. 우리 이렇게 만났는데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자며 제안을 했다. 흔하지 않은 이름을 가진 언니의 흔하지 않은 친화력에 살짝 당황했지만, 분명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지않았다면 어색한 공기속에서 산소를 갉아먹는듯한 기분만 더 길어질 뿐이었을것이다. 길쭉한 테이블에 앉아 한 명씩 어색하게 이름과 나이, 그리고 사는 곳을 읊었다. 호구조사하듯 내 신상을 읆조려보는것이 얼마만인가. ​ 어색했던 자기소개가 끝나고 몇 분 후, 한 두 명씩 어색하게 고개를 꾸벅이.. 2021. 2. 9.
유럽 0-1. 프롤로그 직장생활과 병행했던 만 2년의 '공시생' 생활을 접고 나서, 마치 내 인생이 실패한 듯한 마냥 불안하고 초조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으나, '불합격'이라는 타이틀에 아무래도 한껏 움츠려 들어 살았던 시절이었다. ​ 주변 사람들은 공무원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했지만, 대략 730일의 시간 동안 내 인생의 목표는 '공무원'이었으며 내 생활패턴 또한 '공시'에 맞춰져 있었으니 그 말이 위로가 될 턱이 없었다. 시험이 끝나자, 내 인생 또한 방향성을 잃은 듯했고 관성의 법칙처럼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아 자격증이며 무슨 시험이며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 막상 취업시장에 나오니,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삶이 볼품없는 이력서 몇 줄에 없던 일이 되는 듯.. 2021.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