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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51

유럽 3-4.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Austria Hallstatt🇦🇹 우리는 끊임없이 내리는 눈을 피해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현 대장을 따라 일행들과 함께 현 대장 추천 할슈타트의 케밥 맛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걷던 길 끝에 펼쳐져있는 호수 앞에 조그마한 갑판이 있었고, 그 앞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 두세 개가 놓여있었다. 우리는 현 대장을 따라 주문한 케밥을 하나씩 받아 들고선 자리에 앉았다. 어느 방향으로 앉아도 아름다운 할슈타트 풍경이 보이는 명당이었다. 아마도 이 풍경이 케밥 맛에 한몫하는듯했다.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대용량 스리라차 소스를 케밥에 듬뿍 뿌린 뒤 한입 베어 물었다. 케밥은 맛있었고, 우리는 행복했다. ​ 하늘을 숨기고 있던 구름들이 하나둘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케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맑아진 하늘 위 .. 2021. 12. 1.
유럽 3-3.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Austria Hallstatt🇦🇹 '띠리리리' ​ 6시 반 즈음, 숙소에 누군가의 알람이 울려 퍼지고 룸메들은 느릿느릿 눈꺼풀을 껌뻑이기 시작했다. 알람이 귓속을 파고듦에도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은 눈을 한껏 더 세게 감고 있었다. 룸메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고, 물소리와 드라이기 소리가 번갈아가며 났다. 룸메들은 점점 관광객의 모습을 되찾아갔지만, 나는 느긋함을 얻은 대신 누가 봐도 방금 일어난 모습이었다. ​ 우리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나는 숙소에 다시 올라가 준비를 했고, 준비를 이미 마친 룸메들은 로비에서 여유를 즐기며 일행들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준비를 마치고 나와 커피 한잔까지 마시고 나니 정신이 맑아졌다. 창 너머엔 여전히 눈이 날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할슈타트로 향했다. ​.. 2021. 11. 26.
유럽 3-2.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Austria Salzburg🇦🇹 주문한 두부김치 우리 앞에 하나둘 놓였다. 빨간 플라스틱 밥공기를 넘어 높이 솟아있는 고봉밥을 몇 개 받아 들고선 두부김치와 데리야키 고기 그릇에 꾹꾹 눌러 담았다. 여러 개의 숟가락이 비슷한 리듬을 타며 설레는 마음으로 밥을 섞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잘츠부르크에서 먹었던 두부김치의 맛은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조금 달랐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때를 그리워하며 두부김치의 맛을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 우리는 두둑해진 몸과 마음으로 잘츠부르크의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잘츠부르크 시내가 하나의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졌던 이유를 길따라 늘어져있던 가게들의 간판으로부터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자신의 가게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보다 다른 가게들과 함께 조화를 이뤄 이 거리를.. 2021. 11. 12.
유럽 3-1.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Austria Salzburg🇦🇹 우리는 오스트리아를 가기 위해 파리에서처럼 두 팀으로 나눠 벤에 올라탔다. 유럽여행을 함께했던 벤의 앞자리는 발을 놓는 공간이 유난히 좁아 번갈아가면서 앉기로 했고,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이번 여정에선 내가 앞자리에 타기로 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세상이 눈으로 뒤덮였다. 도로 위를 휩쓸던 눈보라는 어마 무시했고, 우리가 탄 차는 눈보라 때문에 휘청거리며 조심스레 나아가고 있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창밖의 풍경은 점점 어둠안으로 묻혀가고 있었고, 결국 우리는 밤이 되어서야 오스트리아 숙소에 도착했다. 앞자리에 앉아 이동하는 동안 제대로 펼쳐보지 못했던 관절들을 하나둘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체크인을 위해 도어록 카드를 받고 룸메들과 방으로 올라가기 전, 일행들과.. 2021. 10. 25.
유럽 2-9. 스위스 루체른 Switzerland Luzern🇨🇭 걸어가다 보니 조그마한 가게에 두세 명 정도의 직원이 케밥을 만들어주는 가게가 보였다. 배고프진 않았지만 맛은 보고 싶다는 모순적인 마음에 케밥 하나를 주문했다. 그렇게 받아 든 케밥은 두 손으로 들어야 할 정도로 커다랬다. 케밥을 잘라 하나씩 집어 들고선 우리는 그렇게 루체른을 누볐다. 팔뚝만 한 케밥을 받아 들고선 한입 베어 물었다. 한두 번 꼭꼭 씹어 행복해지고있을무렵, 머리 위로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 손에 케밥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쫙 펼쳐 머리 위에 올려두고선 비를 피하기 위해 뛰기 시작했고, 어느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 앞에 다다랐다. 우리는 가게 앞 천막 아래에 서서 고요한 빗소리로 가득 찬 루체른을 감상했다. 눈앞에 펼쳐진 로이스 강의 풍경은 여전히 빗속.. 2021. 10. 8.
유럽 2-8. 스위스 루체른 Switzerland Luzern🇨🇭 부지런한 룸메들 덕에 6시부터 울리는 알람을 들으며, 눈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방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도 주섬주섬 정신을 챙겨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1층 로비 인포메이션 왼쪽으로 펼쳐져 있는 테이블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식은 간단한 뷔페식으로 되어있었고, 우리는 총총거리며 접시를 들고 줄을 섰다. ​ 가장 처음 눈에 띄었던 건 된장국이었다. 이 된장국의 밍밍함 대해서는 스위스로 이동하는 동안 이미 대장들에게 들었던 터라 다들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우리는 한식 대신 빵과 베이컨, 샐러드 조금을 접시에 담 아들 고선 어제 혜와 산책했던 강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숙소의 1층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벽면을 통유리로 해둔 .. 2021. 10. 1.
유럽 2-7.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혜와 낙오 아닌 낙오가 되고 우리는 먼저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숙소 옆을 따라 흐르는 강을 발견하고는 혜가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하는 게 어떻겠냐며 제안을 했다. 산책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혜를 따라나섰고, 우리는 쌀쌀한 강바람 내음을 맡으며 강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나서는 조금 더 쌀쌀해졌기에 그리 멀리 가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나는 것이라곤 그저 구름이 조금씩 걷혀 보이는 하늘이 이뻤다는 것, 우리 옆에서 흐르던 강은 에메랄드빛을 풍겨내고 있었다는 것 정도. 스위스에서 머물었던 시간은 유난히 짧았지만, 이런 스위스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눈에 담고 또 담았더랬다. ​ 우리가 호수를 따라 거니는 동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 뒤를 따라오던.. 2021. 9. 10.
유럽 2-6.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융프라우를 소개하던, 터널 컨셉으로 꾸며져있던 길을 지나 기차를 타기 위해 늘어선 줄 뒤에 나란히 이어 섰다. 하늘이 조금만이라도 맑아졌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기다려도 융프라우 꼭대기의 눈보라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느낀 우리는, 일단 숙소쪽으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내려가서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는사이 빨간 기차가 우리 앞에서 섰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하얀 수염이 덥수룩한 직원분이 친절하게 다가와 표 검사를 시작했다. 형식적인 거라 다들 보여주고 직원분이 웃으며 초콜릿 하나를 건네주며 넘어갔는데, 갑자기 희 언니의 안색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언니는 가방을 다급하게 열어재끼기 시작했다. 거의 울듯한 표정의 언니는 십분정도 가방.. 2021. 9. 3.
유럽 2-5.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융프라우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기에 대기실에 앉아 기차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여유가 생겨 카메라에 담아뒀던 사진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카톡 알람이 떴다. 흐린 날씨 때문에 패러글라이딩이 취소됐다는 소식이었다. 취소될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확실히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으니 왠지 모르게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패러글라이딩 취소 여부를 확인하고 결정하겠다던 일행들도 기차를 타기 위해 표를 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을 한두 장 골라 핸드폰으로 옮겨 담고 선, 지금 출발하는 일행들에게 보냈다. 아마도 날씨가 맑지 않아 아쉬운 마음 또한 함께 묻어가지 않았을까. ​ 곧 기차가 도착했고, 우리는 그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앞에 있는 일행들을 급하게.. 2021. 8. 27.
유럽 2-4.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분주하게 움직이는 룸메들의 소리에 잠이 깼다. 다들 어찌나 부지런한지, 여행 내내 아침 여섯 시만 되면 알람이 방안에 울려 퍼졌다. 전형적인 한국인의 여행 패턴이었다. 늦잠까지 자고 나서 느지막이 도미토리를 나와 주섬주섬 준비하는 나의 여행 패턴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고 보면 여행 스타일이 이렇게나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행기간 동안 불쾌함 없이 서로 잘 지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신기할 따름이다. ​ 침대에서 내려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창문 쪽으로 스멀스멀 향했다. 어제 그렇게나 맑은 아침을 바랐음에도 불구하고, 야속하게도 오늘의 하늘도 여전히 구름 속에 갇혀있었다. 두세 시간 후엔 패러글라이딩 예약이 되어있는데, 날씨가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기대했던 패러글라이딩 스케줄은 취소될수밖에 없는 노.. 2021. 7. 16.
유럽 2-3.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스위스의 밤. 룸메들은 일찍 잠들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고, 함께 인터라켄 시내로 향할 일행들은 각자 방에서 짐을 간단하게 챙겨 나왔다. 시곗바늘은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분명 한국에서는 이 정도로 늦은 시간처럼 느껴지지 않았지만, 스위스의 열한 시는 한국의 새벽과 비슷했다. 그 누구도 집에 가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거닐고 있지 않았다. 이 거리 위엔 온전히 우리뿐이었다. 시내 쪽으로 가면 클럽이 있다는 말을 믿고 무작정 나선 우리는 꽤나 용감했던 건가보다. 다행히도 새벽을 좋아하는 나는, 숙소 밖의 차가운 공기에 조금 들떠 있었다. ​ 한국이 아닌 곳에서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걷는다는것이 무서울법한데도, 우리는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두렵지 않았다. 아, 어쩌면 살짝 올라온 술기운 때문인.. 2021. 7. 9.
유럽 2-2.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테이블에 올려둔 음식들이 조금씩 식어갈 무렵, 우리의 기념사진촬영도 끝이 났다. 한국인답게 초가 가져온 햇반과, 혜가 가져온 컵라면을 메인으로 하고, 좁디좁은 테이블 가운데에 넘치도록 놓인 치킨과 피자를 반찬으로 삼아 저녁을 먹었다. 우리는 테이블 옆 커다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스위스의 풍경을 배경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 네 명은 모두 동갑이었고, 우리 나이에 할 법한,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고민들을 나누며 저녁을 마무리했다. ​ 거의 모든 가게가 일찍 문을 닫는 스위스였기에, 우리는 내가 챙겨온 카누와 아까 마트에서 사 온 초콜릿으로 후식을 대신하기로 했다. 아까 분명 내가 마트에서 초콜릿만 3만 원어치 산다고 놀랐던 셋이었지만, 후식으로 초콜릿 몇개를 꺼내 먹어보고 나서는 이렇게.. 2021.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