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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51

유럽 4-10.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요정 술이라고 불렸던 어제의 초록빛 술은 마셨던 순간을 기점으로 모두의 기억은 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니 신기하게도 기억 없는 중에 각자의 방은 잘 찾아가 곤히 잠들었더랬다. 엄지손가락만 한 병에 든 술을 여러 명이 나눠마셨음에도 이렇게나 기억이 몽땅 사라질 일인가 싶었지만 이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다음 여행지를 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 우리는 조식을 먹으면서 어제의 사라진 기억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희언니와 나는 헝가리로, 율과 민 언니는 이탈리아로, 그리고 란 언니는 프라하에 좀 더 남아있기로 했다. 혜도 우리처럼 헝가리 여행 일정이 남아있었지만 우리는 비행기로, 혜는 프라하-부다페스트행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 희 언니와 나는 오후 비행기를 타.. 2022. 3. 15.
유럽 4-9.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프라하는 벌써 해가 뉘엿뉘엿 내려가고 있었다. 오늘이 벌써 우리가 일행으로서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라니. 말로 표현하기 애매하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처음 동행하게 된 그날, 그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랬겠지. 어쩌면 미지의 장소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이곳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준 걸 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던 우리는, 그때만 해도 함께하는 시간이 지나 서로 다른 목적지에서 홀로 거닐게 될 이 순간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 좋은 기억 속에서 함께였기 때문일까. 아마 나의 기억 속 이들은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 남아 줄테지. 그들의 기억 속 나 또한 이 순간의 모습으로 머물고있겠지. ​ 우리는 .. 2022. 2. 25.
유럽 4-8.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프라하 구시가지로 향했다. 여전히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밝아진 하늘이다. 구시가지에 도착한 우리는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발을 디뎠다. 점차 푸르러진 하늘 아래 펼쳐져있는 구시가지에서 인형탈을 쓰고 아이들을 이끌던 이와 양팔을 가득 벌려 그물로 비눗방울을 만들어주던 이에게 잠시 동안 빼앗겼던 시선을 다시 돌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으로 향했다. 약속이라도 하듯 여러 개의 건물이 한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번화가 한가운데에 위치한 광장이 익숙지 않은 한국인이었다. ​ 구시가지에는 그야말로 관광지였다. 이곳에는 우리가 프라하에서 꼭 보리라 다짐했던 것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광장을 둘러보며 사진 찍는 동안 일행 중 몇 명은 인형탈을 쓴 사.. 2022. 2. 24.
유럽 4-7.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오늘도 아침을 알리는 룸메들의 알람을 뒤로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꾸역꾸역 들어 올렸다. 그래도 시차 적응조차 하지 못해 새벽 내내 뜬눈으로 지새우고서 남은 몇 시간 겨우 눈 붙였던 파리에서의 지난날을 떠올려보면 지금은 그때에 비해 확실히 유럽의 시간에 적응됐다는 게 느껴졌다. 일으켜야 하는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그때에 비해 일어날만한 편이었다. ​ 먼저 조식을 먹으러 다녀온 룸메들이 하나둘 방으로 들어왔다. 함께하는것보다 조금 더 게을러지길 택했던 나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깨닫고선 몸을 일으켜 간단히 씻었다. 여전히 무겁게 느껴지는 몸에 걸쳐진 신발조차 무겁게 느껴져 신발을 신는다기보단 끌고서 조식을 먹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조식을 먹기 위해 내려온.. 2022. 2. 18.
유럽 4-6.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그렇게 우리는 트램을 타고 숙소 앞까지 도착했다. 이미 어두울 대로 어두워진 프라하의 거리였지만 이대로 들어가기 아쉬워 머뭇거리다 결국 누군가 간단히 맥주 한잔 하자는 말에 가까운 펍을 찾아 나섰다. 우리가 머물던 숙소는 프라하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었기에 지도를 켜놓고도 한참을 뒤적거려야 했다. 그러던 중 현 대장이 말한 숙소 앞 조그마한 펍을 알고 있다 했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그 펍으로 향했다. ​ 건널목을 건너자마자 우리 앞에 열려있던 조그마한 펍은 은은하게 어우러진 조명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펍에 들어가 이곳에 언제까지 있을 수 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고갤들어 우리를 힐끗 보더니 한시라는 무뚝뚝한 대답을 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뭐 이젠 이런 것에 익숙해졌으니 남은 우리의 .. 2022. 2. 17.
유럽 4-5.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우리는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나 위치한 스시집에서 프라하에서의 하루를 나누다가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숙소로 향하기로 했다. 날이 이미 어두워졌으니 우버를 타고 숙소로 가려다가 프라하의 야경을 단숨에 지나치기 아쉬워 트램을 타고 가기로 했다. 우리는 구글맵을 켜고 트램 정류장으로 향했고, 쌀쌀한 공기는 우리를 슬쩍 스치고 지나쳤다. 아무래도 프라하의 중심부가 아니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는 간간이 세워져 있는 은은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지나쳐 정류장에 도착했고 이윽고 도착한 빨간 트램에 올라탔다. 유리창 너머 트램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조차 하나의 풍경이 되어 우리의 눈에 담겼다. 트램에서 느낄 수 있는 운치는 우리가 이곳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여운을 담아주었다. ​ .. 2022. 2. 10.
유럽 4-4.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눈앞에 펼쳐진 야경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한눈에 들어오던 프라하성 그 아래로 펼쳐져있던 야경이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조차 이 순간을 되새길 수 있도록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눈에, 카메라에 야경을 담았다. 눈에 맺히던 그날의 야경과 내음을 손에쥔 카메라 하나로 담아내기엔 너무 벅차 아쉬운 마음에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올라왔던 길을 따라 다시금 야경속으로 들어갔다. 현 대장을 따라갔던 그곳의 어둠은 틈 사이마다 은은함을 품고 있었다. 듬성지게 놓여있던 프라하의 건물들을 따라 이곳에 오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시간의 흔적을 되짚어보고 있었다. 그저 아름답게만 비쳤던 그 거리의 야경이 머금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수 .. 2022. 2. 4.
유럽 4-3. 체코 프라하 Czech Republic Prague🇨🇿 체스키를 지나 드디어 프라하에 도착했다. 파리보다 기대했던 프라하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설레 왔다. 추위를 많이 타는듯한 해는 우리가 숙소에 도착해 간단히 짐 정리만 했을 뿐인데 벌써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벌써 익숙해진 듯 개의치 않고 빠르게 짐을 풀어내고선 간단하게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생각해 보면 유럽에 도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런 삶이 익숙해져 간다는 게 신기하기도, 그리고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 우리는 현 대장을 따라 숙소와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로 들어가는 넓은 계단을 지나 표를 살수있는 기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한 유럽은 뜻밖의 순간에 잊고 있던 기억을 되새겨주곤 했다. 지하철에서 .. 2022. 1. 27.
유럽 4-2. 체코 체스키크롬로프 Czech Republic Cesky Krumlov🇨🇿 주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작된 우리의 기대는 프라하에 가면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생맥주 그리고 병맥주와 함께 손바닥만 한 컵이 우리 앞에 하나둘 놓였다. 필스너는 생맥주로, 코젤 다크는 병맥주로 받아 든 우리는 드디어 체코의 맥주를 마셔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게 앞으로 체코에서 마실 코젤 맥주 중 가장 맛없는 맥주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지. ​ 주문한 맥주를 시작으로 테이블위에 음식이 채워졌다. 분명 우리는 립아이를 시켰는데 서로인이나 스트립 정도의 두께로 우리 앞에 나타날 줄이야. 우리는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먹으며 프라하에 간다는 설렘을 나누고 있었다. ​ 식사를 마친 후 파파스에서 나와보니 좀더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 하늘과 눈을 맞췄다. .. 2022. 1. 20.
유럽 4-1. 체코 체스키크롬로프 Czech Republic Cesky Krumlov🇨🇿 또다시 여행지와 작별할 시간이다. 떠날때마다 남는 여운은 짧은 일정 탓인지 아니면 정이 들어 그런 건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뒤숭숭해진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또다시 이전보다 부풀어오른 캐리어를 하나씩 챙겨들고선 차에 올라탔다. ​ 여전히 하늘엔 구름으로 덮여있었지만 그 틈새로 간간이 비춰오는 햇빛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프라하로 가는 길에 있다던 체스키크롬로프라는 도시를 들르기위해 커다란 성문처럼 생긴 곳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이 도시에 들어가기위해 거쳐야한다던 이 거대한 입구는 그 크기만으로 우리를 압도했다. 성문이 만들어낸 어둠을 지나 다시 햇빛이 보일때즈음 맞이한 풍경은 붉은 지붕으로 빼곡했다. 우리는 둘러싸인 강을 지나 체스키로 가기위해 다리를 건너 빼곡.. 2022. 1. 13.
유럽 3-6.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Austria Salzburg🇦🇹 눈보라를 뚫고 온 차 안에서의 이야기부터 너무나 아름다워 눈에 다 담기지도 않았던 할슈타트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행과 함께 밥을 먹고 나서 아직 해가 채 지지 않은 오스트리아의 야경을 보기 위해 일행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나와 민 언니는 예측하기 어려웠던 지구 반대편 유럽 날씨 때문에 오스트리아에 오기 전부터 꽤나 고생을 했더랬다. 3월이니 봄 날씨 일거라는 단순한 생각이 우리를 여남은 추위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나와 언니는 여행 일정이 아직 많이 남아 있던 터라 더 이상 고생하지 않기 위해 야경을 포기하고 잘츠부르크 시내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일행과 인사를 나눈 후, 잘츠부르크의 해 질 녘 흔적을 따라 좁은 골목길로 향했다. ​ 우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아직도.. 2022. 1. 10.
유럽 3-5.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Austria Salzburg🇦🇹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단 발걸음을 옮겨 숙소를 나왔다. 앉아서 고민하는 시간조차 우리에겐 소중했기에 하나라도 눈에 담아 가자는 마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걸음 닿는 대로 흘러가다 보니 이름 모를 공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잔잔한 분위기의 공원에 햇빛이 은은하게 퍼져가고 있었다. 빛을 따라 거닐며 옆쪽을 봤더니 굳게닫힌 철창 틈으로 또 다른 공원이 보였다. 아, 여기가 미라벨 정원이구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다는 곳이 여기었나 보다. 하지만 이리저리 둘러봐도 굳게 닫혀있는 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머뭇거리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감정이 채 가시기 도전에 일행 중 한 명이 철창 옆 쪽문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 2022.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