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41 읽기 좋은 책 :: '82년생 김지영' 후기 당신은 몇 번째 김지영인가. 혹은 몇 번째 김지영과 살고 있는가. 그도 아니면, 그동안 당신은 얼마나 많은 김지영을 만들어냈나. 혹은 그러한 행위에 동조하며 방관으로 일조했나. 논란의 도마에 수차례 얹혔던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 꽤 기대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환대, 또 다른 이에겐 질타를 받는 이 소설은 과연 어떤 소설일까. 관성의 법칙이라던가. 세상은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변화를 유도하는 것들은 대부분 배척하려 하며 사회적으로 공개처형시키려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확인하곤 했다. 논란이라는 것은 의외로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 소설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기대가 쌓여가고 있던 듯했다. .. 2020. 10. 19. 영화 :: '그 후' 후기 비겁한 늙은이의 이야기. 사랑이란 아름다운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그 모양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의도조차 아름답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당당할 수 없는 자들의 당당함. 그들은 분명 그 시선을 즐기고 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스스로 당당하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들의 당당함에 심취해있다. 그들이 말하길, 부끄러움이 없기에 당당하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를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자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긴 할까. 아쉽게도 그들의 무의식은 스스로의 모순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당당함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러한 당당함이 부럽다며 그들의 ‘용기‘를 동경하기도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놀랍게도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는 기한이 .. 2020. 10. 15. 값진 하루여서, 무료할 수 없었다 간만에 비가 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 지긋지긋했던 비는, 얼마 동안 보지 않았다고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 걸 보니, 사람이란 게 생각보다 변화에 쉽게 적응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이제 얇은 옷에 카디건을 걸쳐 입을 수 있는 날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기도 하고, 믿고 싶지도 않고. 작년까지만 해도 겨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차가워지고 있는 날씨를 따라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있노라면, 날씨와 내가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든다. 하루하루가 쌓여갈수록 주변에 쉽게 동화되는 느낌이 좋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이제는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좀 더 노력을 들여야 할 것 같아서일까.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한편으로는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이전에는 노력 없이도 당.. 2020. 10. 14. 영화 ::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후기 탐욕의 시작은 일상에서 본걸 탐한다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것들에 대한 욕망. 그리고 그 욕망과 함께하는 공포. 가끔 범죄의 경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여기까지가 맞는지, 섣불리 정해도 되는 건지. 나이가 들수록 옳고 그름의 경계가 무뎌지는 것 같아, 자주 혼란스럽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타인의 희생을 묵인하는 사람들은 무고할까. 아니면 범죄에 동조하고 있는 것일까. 잦은 희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의 고통에 무뎌지게끔 만들어버린다. 연쇄 살인이 꾸준히 진행되는 동안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공포의 감정에만 집중했다. 모순적 이게도, 인간을 죽이던 자가 인간을 구했다. 그렇다면 렉터 박사는 영웅인가, 아니면 여전히 .. 2020. 10. 13.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모순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간이란 존재는, 다양성의 상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다른 종들에 비해 종 다양성에 있어 억압을 가장 적게 받는 존재. 인간은 다른 민족이나 인종과 함께하는 것을 억압하는, 타 종으로부터 받는 제약은 가장 적은 편이다. 물리적 거리의 제약성 또한 적은 편이기에 다양성에서는 타 종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끼리의 차별을 제외하면 말이다. 인간은 가장 다양한 종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는 원하는 인간상을 제시해두곤 한다. 이러한 인간의 행위는 어쩌면 꽤 모순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2020. 10. 12. 영화 ::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후기 카이저 소제.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인물이었나, 아니면 범죄를 위하여 만들어진 대상이었나. 모든 범죄는 카이저 소제를 통했다.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의 영향력은 실제 존재하는 인물보다 강렬했다. 없어지지 않는 루머는 루머가 아니라지. 실제로 그는, 사람들이 두려워할 만한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를 기억한다고 했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서 그는 얼마나 덧붙여졌을까. 카이저소제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였지만, 단 한 번도 사람들이 그를 알아본 적은 없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던 거겠지. 악마는 의외로 악마답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악마를 만들어내는 것도 인간이며, 악마가 되는 것 또한 인간이다. 결국 악마라는 것은, 인간의 필요에.. 2020. 10. 8. 트라우마로부터, 우리에게 ‘트라우마’의 그리스 어원은 ‘상처’를 뜻한다. 우리는 각자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트라우마가 사라지기 힘든 이유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트라우마를 꺼낼 수 있는, 어떠한 센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센서는 불시에 트라우마를 담아둔 문을 열어버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트라우마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센서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거나, 전혀 없는 곳으로 일상의 방향을 틀어야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이며, 인생 전반에 걸쳐 해결해내야 하는 미션과도 같다. 문득 억울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며, 트라우마와 관련된 사건을 의도하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해자들.. 2020. 10. 7. 영화 :: '세븐(Seven,Se7en)' 후기 인간은 누군가를 심판할 수 있는 존재로 설 수 있을까. 성서의 7가지 죄악. ‘식탐, 탐욕, 나태, 분노, 교만, 욕정, 시기‘. 추상적으로 정의된 죄악의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정하는가. 누군가를 심판하는 인간은 이러한 죄악들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선배님 다시 잘 생각해보세요. 선배님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문제라고 하셨죠. 그러면 저도 무관심한 거겠네요. 그건 말이 안 돼요. 왜인지 아세요? 이유는...” “자네는 관심이 있나?” “그럼요” “자네는 바꿔보고 싶은가?” “어쨌든 선배님은 아까 한 얘기 때문에 은퇴하시는 게 아니에요. 제가 볼 땐 그래요. 은퇴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싶은 것뿐이에요. 제가 선배님이 옳다고 동의하기를 원하죠? 모두 엉망이라고 하면서요. 멀리.. 2020. 10. 6. 영화 :: '옥자(Okja)' 후기 우린 죽은 것을 취급하니까 (Because we can't sell them alive) 우리가 생각하는 동물은 우리에게 도움인가, 도구인가. 인간은 흔히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수많은 슈퍼돼지들은 실험실에서 태어나 실험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모든 동물들은 자연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애초에 타의로 인해 자연을 벗어난 동물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긴 한 걸까. 수십 마리의 슈퍼돼지를 등지며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과연 해피앤딩일까 생각해본다. 물론 옥자와 아기돼지에겐 결과적으로 해피엔딩 일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어딘가 불편하다는 것. 주인공에게만 국한된 해피엔딩이라니. 아마도 이것은 해피엔딩을 위한 해피엔딩, 즉 불온전한 .. 2020. 10. 5. 영화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La forma del agua, The Shape of Water)' 후기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과연 얼마만큼 일치할 수 있을까. 일부의 결핍으로 인해 구 석 한편으로 미뤄져 있던 엘라이자는, 모순적이게도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세상은 의외로 입체적이다. 당연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발견한 단면으로 전체를 평가하기 바쁘다.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발견했던 몇 가지의 단면을 모아 성급하게 일반화시키고는 아는 체를 하려 든다. 엘라이자는 세상이, 자신이 입체적임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타인을 볼 때에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인지 할 수 있었다. 의외로 모든 것은 한 번에 망가지.. 2020. 9. 29. 2020. 09. 월간 글노트 공기가 갑작스럽게 차가워졌다. 가을은 얼마나 머물렀다고, 또 어디를 그리도 급하게 가려는지. 가을이 머물고 지나간 자리는 허전해서인지, 아니면 허무해서인지 다들 허한 마음을 감싸기 위해 긴팔을 꺼내 입는 것도 모자라 하나를 더 걸쳐 입는다. 떠나려는 가을의 끄트머리를 붙잡아보겠다며, 바깥으로 나와 남은 미련을 쥐어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이럴 수 있는 순간이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 순간순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하지만 그중에도 유난히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너무나 찬란한 순간조차 시간에 흘려보내야 된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간절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간절함만으로는 무언가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 아쉽든 아쉽지 않든, 어쩔.. 2020. 9. 28. 영화 :: '뱅뱅클럽(The Bang Bang Club)' 후기 “흑인 피로 돈을 버는 백인 사진사가 또 등장했군.” 누군가에겐 목숨이 걸린 문제, 또 다른 누군가에겐 돈벌이 수단. 그들에게 흑인이란, 사람일까, 아니면 그저 사진에 찍히는 피사체일 뿐일까. 이렇게 타인의 고통을 팔아 돈과 명예를 얻는 사람들은 과연 본인이 인간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살고 있을까. 그러고 보면 퓰리처 상이란, 카메라를 가진 눈앞의 고통을 얼마나 고통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느냐의 경쟁이 아닐까 싶다. 그들에게 카메라는 세상을 편집하는 도구, 그리고 동시에 권력이다. “흑인 사진기자들은 상황이 훨씬 힘들거든. 잉카 타를 지지하면 ANC가 노릴 테고, ANC를 지지하면 잉카타가 노리겠지. 어느 편이든 늘 생명이 위태롭지. 근데 너는 백인이니 운이 좋은 거지. 피부색 덕에.. 2020. 9. 25.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