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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가버나움(Capharnum, Capernaum)' 후기 가버나움[Capharnum, Capernaum]: 갈릴리호 북쪽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도시. 예수가 기적을 행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믿지 않고 회개하지 않아 멸망할 것이라는 저주가 내려진 지역. ​ ​ ​ ​ 태어날 때부터 ‘서류’를 가지지 못한 아이의 운명은 그저 그 아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몫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그의 탓일까. 탓을 한다고 해서 그들의 인생에 변화가 있을까.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던 부모에게서 받을 수 있는 대우는 비인간적인 대우뿐이었다. 부모의 경험 중 일부가 대물림 된다는 것, 그것 또한 유전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빛을 찾아볼 수 없는 인생 속에서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하다가 결국 자신의 탄생을 탓할 때에, 이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 ​ ​ ​ ​ 누군가에겐 경험,.. 2020. 6. 8.
2020. 05. 월간 글노트 출근하자마자 온풍기를 틀기 바빴던 날이 얼마 전 같은데, 이제는 하루 종일 반팔을 입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 이맘때 즈음이면 이미 출장을 두세 차례 다녀오고도 남았을 시기. 세상은 예기치 못한 변수를 흩뿌려두고는 각자의 길을 찾아가 보라곤 하는 듯, 가끔은 그 불친절함이 당황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인간은 관습을 좋아하긴 하지만, 또 새로운 환경에 내놓아두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적응하고 또 다른 관습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놀랍기도 하고. 나 또한 앞으로의 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무언가 해내려고 하고 있으니. ​ 어릴 때 막연히 생각했던 2020년은 엄청난 미래 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우리가 맞이한 2020년은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우리가 늘 해왔던.. 2020. 6. 5.
영화 :: '러브레터(Love Letter)' 후기 이츠키만 몰랐던 그녀의 이야기. 이츠키만 알았던 그녀의 이야기. ​ ​ ​ 익숙한 OST, 대사, 그리고 따뜻한 색감. 일본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일본의 것을 굳이 찾아보는 편이 아니었기에, 과제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이번 영화. 아마도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온 시점, 그즈음 사람들에게 아련하고 따뜻한 영화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 기억과 기억이 이어져 현재로 닿았다. 그것은 한 사람으로 인한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과거일 뿐일까, 현재 진행형일까. 달콤했을까, 어쩌다 시큼해져 버린 것은 아닌지. ​ 어쩌다 알게 된 과거는, 그 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말이 되지 않을 것만 같던 이야기가 말이 되어버렸을 때의 기분은 어떤 것일까. 서로의 닮은 점에 끌렸을까, 서로의 다른.. 2020. 6. 4.
동정과 연민, 그리고 타인의 고통 최근 책읽어주는 프로그램인 '요즘 책방:책읽어드립니다' 를 유튜브로 즐겨본다. 물론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의, 꽤 그럴듯한 주관적인 생각도 함께 전달된다는 것을 감안하고 들어야겠지만, 책을 읽기위한 별다른 노력과 비용을 들이지않고 책의 내용뿐만아니라 감상까지 정리를 해준다는 것은 시간에 쫓겨사는 현대사회의 사람들에게 꽤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까싶다. 심지어 앞에 나와 책에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유명한 사람이라면,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맘놓고 신뢰해도 된다고 속삭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 본 영상에서 주제가 되었던 책은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 전쟁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인지하고있던 단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16년전 출간된 책이라는.. 2020. 6. 3.
영화 :: '동주(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후기 ​ ​ ​ ​ ‘언젠간 봐야지 ‘ 하고 미뤄뒀던 영화 중 하나. ​ 최근 박정민 배우의 인터뷰를 보고,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중국 룽징시에 있는 윤동주 선생과 송몽규 선생의 묘를 다녀와서 촬영에 임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 ’ 이번 주말 할 일’에 영화‘동주’ 보기를 끄적여냈다. 박정민 배우가 느꼈던 그 울림이 무엇인지, 어쩌면 알 수도 있을듯한 기분이 들며, 작년에 다녀왔던 나라들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데이투어를 신청하지 않으면 여행자 스스로는 찾아가기 힘든 블라디보스토크(신한촌)의 신한촌 기념비, 지하철 타고 한 시간 이동 후 또다시 택시 타고 들어갔던 대련의 뤼순감옥, 상하이 시내의 북적이는 가게들 사이에 위치했던, 자칫하면 지나쳐버리기 십상인 상해 임시정부 입구. 직장인이란 제약 속에 가.. 2020. 6. 2.
어쩌면, 완벽한 타인에 관하여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그 영화에 대해 검색해보곤 한다. 이번 주 볼 영화는, 검색해보니 사랑을 그린 영화였다. ​ 사실 처음에 이 영화와 소설을 받았을 땐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다행히 ‘퀴어’라는 단어가 통칭으로 사용되고 있었기에, 그것은 괜한 고민이 되었다. 다른 말로 말하자면,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호칭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무관심했다는 말이다. 지난날, 그저 열린 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살아왔던듯하여 부끄러웠다. ​ 세상은 소수에게 얼마나 가혹한가. 세상 사람 중 약 50%, ‘여자‘로 살아가는 것도. 세계 인구 중 53%, ’ 동양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 요즘은 퀴어를 세상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2020. 6. 1.
영화 ::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후기 ​ ​ ​ ​ ​ ‘비포 선라이즈’, 어쩌면 여행자들의 로망. ​ 영화에 대한 과제를 할 때면 주로 그 영화의 OST를 들으며 하곤 하는데, 이번 영화의 OST인 ‘Kath Bloom-Come Here’을 듣고 있자니 마치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노을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코로나 이전,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때에 이 노래를 알았더라면, 지금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여행의 순간들이 내 머릿속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겠지. 한정된 자원은 인간을 더 절실하게 만들곤 한다. 시간은 더욱이, 더 말해 뭐하랴. 한국과 다른 외투를 두르고 있는 장소에 발을 딛게 될 때면, 한국과 떨어진 거리에 비례하여 현실감 또한 줄어들곤 한다. 서로 너무나 다른 남녀가 만나, 하루라는 시간을 비엔나에서 함께하게 되.. 2020. 5. 29.
영화 ::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후기 세상은 약자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의 말을 어떻게 해석하며 기록하고 있을까. 기록이라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 당시의 여자들은, 넓은 세상에서 태어나 비좁은 집안으로 밀려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들의 몸집이 커질수록 그들의 세상은 좁아지기를 강요받았다. 차별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차별에도 급이 나뉘어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일말의 노력 없이 얻어낸 무언가로 행하는 차별, 그리고 자신이 노력으로 얻어낸 것으로 행하는 차별. 사람은, 앞서 말한 후자처럼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으로 얻어낸 것이 없을 경우, 자신이 노력 없이 얻어낸 무언가로 차별을 행하곤 한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 것. 대체로 피부색, 성별, 키, .. 2020. 5. 27.
28년 째, 내가 나에게 ​ 나에 대하여 글을 써야 한다니. 때때로 나를 들여다보려 하다 보면 문득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곤 한다. 28년간 나는 나로 살아왔지만, 아직도 멀었나 보다. 사람은 서로 처음 만난 그 시간에 각자의 시계가 멈춰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알게 된 친구들은 내 기억 속 그때 그 시간에 멈춰있다. 나에게 첫인상이란, 그저 그 사람 찰나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처음 함께하게 되었던 그때 그 사람의 모습인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첫 모습은 어느 시절의 모습일까. 요즘의 나는, 마냥 어린애가 된 기분이다. 20대 초반에는 하고 싶은 것보단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기에 어느 순간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잊고 살아온 지난날이 참 서러웠나 보다. 남들은 현실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 2020. 5. 26.
영화 ::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후기 ​ 너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엄마에겐 악마, 자신에겐 가혹했던 케빈의 이야기. 사춘기의 반항심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일반적이지 않았던 케빈의 행동. 누구의 잘못이고,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가. 그 순서를 알 수 없는 전쟁이었다. 엄마가 처음이었고, 인생에 ‘엄마‘라는 요소는 생각해본 적 없으며, 엄마가 되길 바라지 않았던 에바. 모성애는 결코 선천적인 것이 아니다. 여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결혼을 했다고 해서, 아이가 생긴다고 해서 뜬금없는 모성애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케빈을 낳은 에바처럼. 너무나 닮았기에 안타깝게도 너무나 잘 알았던 서로였을지도 모른다. 케빈은 엄마가 자신의 탄생을 원망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일까. 어릴 때부터 이어진 엄마에 대한 분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동생 실리아를.. 2020. 5. 25.
영화 :: '그녀(Her)' 후기 ​ ​ ​ 결국, 프로그램은 사람을 대체할 수 없었다. 인간은 무의식 중에 자신이 경험한, 경험하고 싶은 여러 감정에 대하여 등급을 매기곤 한다.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대다수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일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소수와 공유하고 싶은 감정, 한 명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감정의 깊이는, 예상할 수 있다 시피 모두에게서 한 사람으로 향할 때 그 깊이가 깊어진다. 감정은 대부분 비슷한 질량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을 모든 사람과 나누다 보면 조금씩만 나눠줄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얕아지게 되는 것이고, 한 사람과 나누면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그 감정이 깊어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감정이 어떤 재질로 구성.. 2020. 5. 22.
영화 ::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 후기 ​ ​ ​ ​ 이건 존 말코비치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사람들의 욕망이 모여 타인을 침범했다. 자신의 욕구는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길 원했지만 타인을 존중하는 법은 익히지 못한 듯했다. 철저히 이용하고, 이용당했다. 그들은 단 한 번이라도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한 적이 있는가. 분명 그는 처절하게 그들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었다. 철저히 짓밟힌 외침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익명의 그림자에 숨어 철저하게 교활해졌다. 인간의 욕망을 질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방법론에 대한 질타인 것이다. 그들은 하나의 인간을,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놀이기구, 혹은 자신들을 담아내는 깡통 따위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그가 잠시 동안 크레이그로부터 벗어나 ‘자유다.’라고 외칠 때에, 그것.. 2020.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