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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106

포스트 코로나 시대 포스트 코로나 세대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태까지 외향적이며 활달한 사람들을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판단하곤 했다. 그들은 다양한 대면활동에 참여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사람들 앞으로 나와 그들의 목소리를 냈다.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던 그들의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에게 감명을 준듯했으며, 세상은 그들을 칭찬했다. 반면 대면활동을 그리 즐겁게 여기지 않았던 무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들의 일을 해나갔으나 외향적 인간들에 비해 크지 않았던 그들의 목소리는 쉽게 묻혔으며 세상은 그들에게 더 외향적일 것을 강요하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감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비접촉’이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내향적인 사람들, 즉 사회에서 질타받았던.. 2020. 7. 13.
시선의 왜곡과 굴절 최근 인스타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스칼렛 요한슨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주어지는 역할은 정해져 있었어요. 사람들이 제게서 보는 것과 제가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요. @seoulparisdiary 님이 요약해두신 인터뷰 내용 스칼렛 요한슨이 자신의 섹시한 이미지를 즐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꽤 많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원하는 모습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 분명 고통스럽기도 했을 텐데. 이미지, 첫인상으로 쉽게 결정지어지는 미디어.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다른 방향으로 보이는 것을 지켜보는 기분은 어떠했을까. 억울했을까,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을까. 나 또한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며 살아왔을까. 스스로를 미디어의 심판자로 여기고 생각하.. 2020. 6. 29.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구.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 무엇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힘을 주기 위해 사용되는 여러 문구 중 하나. 성경에서 나온 이 말이, 겉보기엔 축복의 말 같지만 사실 누군가를 향해 비아냥 거리는, 저주의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 ​ 욥의 친구 빌닷이 욥을 비아냥 거리며 했던 말이었다. 너에게 일어난 재앙과 고통은 아마 네가 그동안 죄를 많이 지어서 그런 걸 거야. 뭐 만약에 네가 옳다면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겠지. 결국 욥은 무죄로 밝혀졌다고 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막상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면 또다시 원하는 대로 .. 2020. 6. 22.
전부가 되어버린 가벼움 현재 출판되고 있는 에세이 류의 책은 글이 비교적 가볍다. 비판하려는 의도로 가볍다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니라, 잘 읽힌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가볍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에세이라는 분야가 위로와 공감의 코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잘 읽히는 글로 구성되어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랜 기간 사랑받는 책들은 대부분, 글의 무게가 있다. 그렇기에 그러한 책들을 처음 접했을 경우, 그 내용의 무게에 적응될 때까지 읽는 내내 지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책들은 그것들을 견뎌낼 만한 무게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말로, 시대를 아우를만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것. 하지만 가끔씩은 한쪽에 치우쳐있다는 기분이 들곤 한다. 때론 과할 정도로. 그저 유행이.. 2020. 6. 18.
누가 자유를 쟁취했는가 ​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무제한적인 것인가. 단지 측량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제한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아마도 자유란 그런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유한한 것. 지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누군가가 이전보다 더 자유로워질 때 또 다른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자유가 제한된다는 것.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시대에는 그 형태가 식민지배로 나타나곤 했다. 국토와 자원, 인력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유까지도 약탈했던 것이다. 이 형태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지주와 노동자의 형태로 바뀌었고, 지금도 그 형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물론 이전보다 다양해진 터라 그 형태를 이전보다 정의하기 어려워지긴 했지만 권력자와 비 권력자의 관계라는 것은 .. 2020. 6. 15.
부디, 지치지 말길 바라며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두 가지. 어떻게 30대를 맞이해야 할까, 지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이 좋아 좁은 길을 선택하였는가. 어찌 보면 남들이 가는 널찍한 길을 가는가. ​ 인생은 혼자다. 흔히들 말하는 ‘혼자 와서 혼자 가는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사람은 처음부터 외로운 존재였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분을 부정하느라 일평생을 바치기도 한다. 외로움을 인정하자. 외로움 또한 나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자. 역설적이게도 스스로가 인간은 원래부터 외로운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걸 깨닫는 시점은 아마도, ‘조금 더 빨리 깨달았으면 좋았을걸 ‘이 아닐까. ​ 하지만 상대적인 시간의.. 2020. 6. 11.
그런 인간 ​ ​ ‘요즘 책방:책을 읽어드립니다’의 ‘페스트’ 편을 본 것이 기억나 책을 구매하기로 했다. 교보문고 검색창에 ‘페스트’를 입력하고 검색을 누르니 각기 다른 표지를 뽐내며 같은 책들이 숫자가 달려 줄 세워져 있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은,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가장 오래된 표지가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순간, 모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초판본 표지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다 읽고 선물 줄 건데 뭐‘라는 생각을 하며 가장 저렴한 파스텔톤 디자인 옆의 ’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만원이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송비가 이천 원이 더 붙는 것이 아닌가. 고민을 했다. 파스텔 표지와 초판본 표지는 대략 오천 원 차이. 하지만 배송비가 붙으면 삼천 원 차이... 2020. 6. 9.
동정과 연민, 그리고 타인의 고통 최근 책읽어주는 프로그램인 '요즘 책방:책읽어드립니다' 를 유튜브로 즐겨본다. 물론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의, 꽤 그럴듯한 주관적인 생각도 함께 전달된다는 것을 감안하고 들어야겠지만, 책을 읽기위한 별다른 노력과 비용을 들이지않고 책의 내용뿐만아니라 감상까지 정리를 해준다는 것은 시간에 쫓겨사는 현대사회의 사람들에게 꽤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까싶다. 심지어 앞에 나와 책에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유명한 사람이라면,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맘놓고 신뢰해도 된다고 속삭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 본 영상에서 주제가 되었던 책은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 전쟁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인지하고있던 단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16년전 출간된 책이라는.. 2020. 6. 3.
어쩌면, 완벽한 타인에 관하여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그 영화에 대해 검색해보곤 한다. 이번 주 볼 영화는, 검색해보니 사랑을 그린 영화였다. ​ 사실 처음에 이 영화와 소설을 받았을 땐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다행히 ‘퀴어’라는 단어가 통칭으로 사용되고 있었기에, 그것은 괜한 고민이 되었다. 다른 말로 말하자면,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호칭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무관심했다는 말이다. 지난날, 그저 열린 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살아왔던듯하여 부끄러웠다. ​ 세상은 소수에게 얼마나 가혹한가. 세상 사람 중 약 50%, ‘여자‘로 살아가는 것도. 세계 인구 중 53%, ’ 동양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 요즘은 퀴어를 세상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2020. 6. 1.
28년 째, 내가 나에게 ​ 나에 대하여 글을 써야 한다니. 때때로 나를 들여다보려 하다 보면 문득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곤 한다. 28년간 나는 나로 살아왔지만, 아직도 멀었나 보다. 사람은 서로 처음 만난 그 시간에 각자의 시계가 멈춰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알게 된 친구들은 내 기억 속 그때 그 시간에 멈춰있다. 나에게 첫인상이란, 그저 그 사람 찰나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처음 함께하게 되었던 그때 그 사람의 모습인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첫 모습은 어느 시절의 모습일까. 요즘의 나는, 마냥 어린애가 된 기분이다. 20대 초반에는 하고 싶은 것보단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기에 어느 순간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잊고 살아온 지난날이 참 서러웠나 보다. 남들은 현실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 2020.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