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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106

다양성에 대한 갈망 우리는 언제나, ’나는 누군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끊임없이 찾아헤맨다. 이러한 우리의 갈망은 인간을 몇 가지 타입으로 분류하게끔 만들었는데, 이러한 것 중 하나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네 가지의 혈액형 분류이다. 시대가 바뀌어가면서 사람을 분류하는 유형 또한 네 가지로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타인에 대한 정의의 갈망은 인간을 더 다양한 분류로 나누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혈액형에 대한 분류에 대하여 이런저런 반론이 제기가 되면서 등장한 것이 MBTI이다. 혈액형이 4가지의 분류인 것을 고려해보면 MBTI는 인간을 무려 16가지의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그 종류가 너무 많지도 않으며 인간의 유형을 분류하고 타인과 자신을 알아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에 대해 적절히 파고든 검사라 할.. 2021. 1. 28.
밖에서 맞는 비 말고 안에서 바라보는 비였다 그날의 비, 그리고 빗소리 사이의 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에 혹여 젖을세라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었더랬지. 맨발로 맞닿아본 지구는 이렇게나 거칠었구나. 머리카락을 타고 내려오던 빗물은 하나뿐인 입가로 모여들었다. 깜짝 놀라 벌어진 입속으로 빗물이 조금 들어왔는데, 그게 오늘따라 유난히 짜다. 누군가의 눈물이 머리 위로 내리고 있는 건지. 그런데 나는, 너의 눈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사람일까. ​ 울컥했다, 아무 이유 없이 묵직한 응어리가 거슬러 올라왔다. 이토록 최선을 다해 슬픔을 흘려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적어도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아는구나, 당신이란 사람은. 그러다 소금기는 언제 사라진 건지, 밍밍한 물맛이 느껴졌다. 아, 이 짭짤한 감정은 내 것이었나. 잠시 동안은 누군가.. 2021. 1. 19.
또다시 실패했다 또다시 실패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과 무력감은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익숙해지지 않나 보다. 이번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문득,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요 몇 주간 새로운 도전으로 꾸준히 쌓아왔던 나의 노력보다 감정이 앞섰나 보다. 분명 최근에 마주했던 친구의 모습을 보며, 빛나던 친구의 세계가 타인으로 인해 좁아져가는듯해 마음 아팠는데, 나 또한 나도 모르게 스스로의 세계를 줄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함께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일렁거려, 홀로 견뎌내야 할 부분까지 함께한다는 것에 묻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함께한다는 것에 분명 좋은 점도 있겠지만,.. 2021. 1. 18.
되찾은 부끄러움 세상은 점차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였고, 나 또한 세상의 각박함에 맞춰 살아가고 있었다. 모르는 이의 친절을 당연하게 여긴 적도 없지만, 그만큼 경험했던 친절이 흔치않았기에 나 또한 친절을 자주 베풀지 않는 쪽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 내가 여태 살아온 세상에선 모든 것엔 이유가 있었고,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늘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모르는 이의 호의를 마음 놓고 받아본 기억이 언제였는가. 기억의 꼼꼼하게 뒤져보아도 꽤 오래 전인지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듯했다. 아마도 이러한 기억이 현재 타인을 경계하는 나의 태도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 ​ 동생과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약속시간에 맞춰 카페를 나왔다. 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동생은 집에 가기 .. 2021. 1. 12.
의미를 두지 않는 연습이 필요해 1월 1일. 여느 주말과 다를 바 없는 아침이다. 그래도 굳이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아마도 떡국을 먹는다는 것 정도. ​ 어릴 땐 새해 첫날의 '첫'이라는 것에 꽤 많은 의미를 부여했더랬다. 일상에서 늘 해왔던 것들이, 이날만큼은 올해의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받아 조금 특별해졌다. 하지만 이것도 경력으로 쳐주는지, 이십 몇여 번째즈음 되니 이제는 조금 능숙해졌다고 해야할까. 처음이라는 설렘보다 나이라는 숫자가 바뀌는것에 더 신경쓰이니말이다. 아무래도 새해를 맞이하는것도 경력이 쌓여 무뎌졌나보다. ​ 덕분에 이제는 나이를 먹는것에 대한 호들갑스러운 마음이 예전보다는 잦아들었다. 이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걸까. 간혹 의미있는 인생을 살기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내자신을 보고있노라면,.. 2021. 1. 8.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데 즐길 수 있는 걸 피했었다 공기가 갑작스레 차가워졌다. 얼굴을 덮어둔 마스크 틈으로 입김이 새 나올 정도니. 너의 올해는 어땠는지, 내가 궁금해해도 되는 걸까. 우리의 올해는 고드름처럼 아래로, 더 아래로 향해 그 끄트머리를 악착같이 붙잡고 있는듯해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려 입을 떼는 게 참 어렵네. ​ 나의 이천이십년은 계획대로 된 것이 거의 없는듯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꽤나 어색하네. 물론 계획이란 게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송두리째 뒤집힐 줄은 생각도 못 했거든. 그래도 우리, 그 와중에도 중심 잃지 않고 잘 버텨냈다. 기특해. ​ 삶이 아무리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지만, 간혹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더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데, 글쎄... 2020. 12. 31.
한정(限定)의 비애 물리학이 적용된 부분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물리만큼 세상에 쉽게 적용되는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물리학의 몇 가지 법칙만 보아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법한 법칙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은 인간임과 동시에 지구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하나의 물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오래전 세상의 지식을 대표했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여러 가지 학문에서 동시에 작용할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사실 물리라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학문이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 만연히 널려있는 자연 현상들을 단지 인간이 인간에게 설명하기 위한 학문일 뿐이다. 다시 말해, 자연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바꾸는, 일종의 통역학으로 볼 수.. 2020. 12. 29.
상대적 박탈감에 대하여 최근에 어느 유튜버의 고민상담 영상을 보고 물질적인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 사회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기준을 수치화하여 판단하는 방법을 학습시켰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스레 수치화할수있는것을 찾아 서열을 매기며, 더나아가 그러한 몇가지 한정적인 요소로 서로의 인생을 평가하게 되었다. 결국 수치화 된 몇몇 기준으로 인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것이 자연스러워졌다. ​ 물질적인것은 실제 존재하기도하지만, 한편으로는 눈에 보이지않는 허상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속으로 인해 금전적인 의미를 지니게된 물질은 인간에게 일종의 자극제가 되어준다. 하지만 금전적인 요소의 절대적인 수치를 일정하게 얻어냄으로써 꾸준한 기쁨을 누리기 어렵다. 지금보다 더, 주변보다 더, 많.. 2020. 12. 21.
귀찮음의 대가(代價)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감에 따라 어느 집단에서 연장자가 되는 횟수가 어쩔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아직 어른이 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나를 어른이라는 위치로 등 떠밀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동등한 위치에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많은 곳에서, 나이만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더 얻어지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사람들에게 자애로운 어른으로 비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러한 존중을 받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느껴야만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이와 체력은 반비례한다. 체력이 줄어들수록 귀찮게 느껴지는 일들이 하나둘 늘어나게 된다. 새로운 일은 물론이고 기존에 해냈던 일들조차 예외는 아닌 것이다.​ 귀찮음은 나이 듦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 2020. 12. 18.
트라우마라는 것 트라우마: 과거 경험했던 위기나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 트라우마라는 주제는 언젠가 다뤄보고 싶은 주제 중 하나였다. 어떠한 이유가 명확히 있기에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기보단, 인간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한 시도 중 하나였다. 우리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하나 이상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 크기는 제각각이며, 영향을 주긴 하나 일상생활이 가능한 트라우마 그리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쳐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트라우마로 크게 두부류로 나뉜다. 트라우마는 위기와 공포에 학습된 경험이다.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학습된 경험일 수도 있고, 오랜 기간 걸쳐 스며들 듯 학습된 경험일 수도 있다. 그 순간 혹은 환경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이전의 일.. 2020. 12. 15.
노동,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노동이란 것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면서도 대부분의 노동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을 보면, 사회적으로 노동이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하나씩 따져본다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노동으로 치부되는 노동은 의외로 드물다. 하지만 노동에는 급이 나누어져 있으며, 그에 대한 결과는 크게 금전적 대가로 나뉜다. 노동의 숙련도에 따라 금전적 대가가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하지만, 비숙련 노동에 대한 사회적 처우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 코로나로 인해 AI 시대가 좀 더 빠르게 도래하게 되면서 비숙련 노동자들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향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2020. 12. 8.
기억 그리고 변화 ​ 나는 황선생님이 언젠가, 유럽이 이룩한 과학과 기술을 '보편'으로 규정하는 유럽중심주의를 '강자의 울타리'라고 말할 때 논지가 명쾌해서 받아 적기까지 했다. 제국주의 유럽은 주변부를 자기 시장 속으로 흡수하면서 상대방에게 '세계적 보편성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약자가 그것을 거부하면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존재'를 상실하고, 받아들이면 '정체성'을 상실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세계적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계질서에서 낮은 단계에 있는 나라들은 그 보편성이라는 울타리에 참여함으로써 소외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보편주의란 사실상 자본주의적 세계질서 속에서 기득권과 불평등을 유지하려는 측의 슬로건에 불과할 뿐이다. - 김형수 '미륵의 눈빛이 떨어진 자리' 우리는 타국을 침범하지않고 우리의 속도로 고.. 2020.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