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으로서의 기록57 🇦🇺 케언즈에서 세컨따는 일상 알다가도 모르는 게 호주의 삶이라던가. 조금 편하게 움직여보기 위해 마켓 플레이스에서 자전거를 사러 갔다가 만났던 한국 분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주셔서 공짜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됐고,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다 알게 된 한국 분이 여러 반찬도 싸주셨다. 특히 곤드레 나물은 한국에서도 소중한 반찬인데 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어 내가 일하는 곳에서 마감 때 싸올 수 있는 스시를 주섬주섬 사드렸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한 명에게 시프트를 몰아주는 형식이라 빠르게 세컨따기에는 좋지만 또 그만큼 한국인들 사이에선 악명 높다 하더라. 근데 그게 왜 그런지 알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CBD + 아시안 레스토랑' 조합의 고객들은 정말 최악인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 본인 나라에서 하듯 무례의 끝을 .. 2023. 3. 30. 🇦🇺 호주에서 맞이하는 첫 생일 호주에서 첫 생일을 맞이했다. 일을 뺄까 하다가 2주 단위로 페이 슬립을 받고 있기도 하고, 굳이 빼야 하나 싶기도 해서 스케줄 신청을 따로 하진 않았다. 호주에 오기 전에 직장인으로 지내왔던 터라 생일에 일하는 게 이젠 익숙해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직장인은 아무래도 주말과 겹치거나 연차를 쓰지 않으면 하루 온종일 생일에 집중하긴 어려우니까. 그렇게 매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축하를 받고 있긴 하지만 생일이란 것에 점점 무뎌지는듯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싶기도 하고. 오히려 나보다 네가 내 생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다행히도 생일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오픈부터 마감까지 일하는 시프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 생일이라고 아침을 먹여 보내겠.. 2023. 3. 29. 🇦🇺 점점 나아지고 있어 케언즈에 온 지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다. 이제 시프트도 넘칠 만큼 나오겠다, 통장도 여유로워질 일만 남았으니 멜버른에서부터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준비해야겠지. 곧 있으면 호주는 겨울이다. 3월이 봄이었던 수많은 나날들이 무색해질 정도로 6월의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추운 도시라던 멜버른조차 한국의 늦가을 날씨가 한겨울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케언즈의 겨울은 추위는 둘째치고 부디 이 더위가 조금이라도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렇게 이곳에서 가장 시원한 기온을 맞이할 때 즈음 우린 여길 떠나게 되겠지. 케언즈는 멜버른보다 아시안의 비율이 눈에 띄게 적다. 호스텔에서조차 아시안을 발견하기 쉽지 않고, 발견한다 해도 대부분 관광객이다. 이곳은 일본인이 유난히 많은데 아무래도 일본에서 케언즈로 오는 .. 2023. 3. 19. 🇦🇺 케언즈 라이프 케언즈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멜버른에 있었던 이야기만 풀어내는 것 같아 케언즈에서의 근황을 적어보려 한다. 호주에 와서 요 근래 유난히 잘 챙겨 먹고 있다. 한국에서보다 살이 더 빠졌던 멜버른 생활, 그리고 케언즈에 와서 한 달 정도는 멜버른에서 살 때보다 더 살이 빠졌더랬는데 그 이후부터는 점점 살이 오르고 있는 게 느껴질 정도니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겠지. 내가 일하고 있는 스시집은 대부분이 한국인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일하고 있으면 한국에서 일하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멜버른에서는 로컬 펍에서 일을 했고, 손님들도 대부분이 호주인이었기 때문에 이번엔 한국인들과 함께 일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겠다 싶어 별생각 없이 일을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 2023. 3. 12. 🇦🇺 호주로 돌아온 너에게 온 연락 요 근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홀로 보내는 시간보다 내가 아닌 누군가와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졌고, 첫 주에 비해 시프트도 많이 늘어난 편이다. 확실히 점점 이곳에서의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게 체감되는 요즘이다. 점점 나아질 거란 믿음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지난날과는 달리, 실제로 느껴지는 변화들이 나를 조금씩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 처음 멜버른에 도착해 마주했던 우리는 서로의 국적, 그리고 서로 다른 생김새에 거리감을 느끼곤 했더랬다.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 하면 어색하지 않게 말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더랬지. 그러다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쌓이면서 다른 생김새와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더라. 그저 우린 사람 대 사람으로 얘길 하고 공감할 뿐이었다. 멜버른에.. 2023. 3. 6. 🇦🇺 비온 후 갬 며칠 동안 주야장천 비만 내리더니 드디어 오늘, 구름 틈 사이로 보이는 하늘색에 기분이 좋아졌다. 끊임없이 비가 내려 우중충하던 그 시간들이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신기루같이 여겨졌던 순간이 조금씩 눈앞에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이게 인생일까 싶으면서도 가끔은 야속하지 않나 싶다. 하루 만에 이렇게 마음이 바뀔 일인가 싶으면서도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게 아닌가라는, 이미 인생을 다 산 사람이 내뱉을만한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구나, 나. 그렇게 오늘도 한국인분들을 만나러 나갔다. 유난히 가벼워진 발걸음, 그리고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조금 더 상쾌해진 날씨가 나를 반겨주는듯했다. 적어도 당분간만큼은 이렇게 고민 없는 상태로 지낼 수 있었으면. 이제 내일.. 2023. 2. 19. 🇦🇺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을 때 멜버른에서 보는 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여겼던 과 달리 우린 의외로 꽤 자주 안부를 묻고 지내고 있다. 어제는 예라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가장 잘 지내고 있을 줄 알았던 예라조차 새로 옮긴 농장 작물들이 상태가 좋지 않아 2주 동안 일을 못하고 있다더라. 이쪽 농장만 그런 게 아니라 퍼스 쪽도, 번다버그쪽도 시프트를 못 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농장 중 일부는 문을 닫기도 했단다. 문득 통장에 11달러밖에 없어 50분 거리에 있던 마켓까지 가서 우유밖에 사 오지 못했다며 서럽단 말을 장난스레 했던 진의 말을 되새겨보게 됐다. 아, 그게 힘들다는 의미였구나. 진은 힘들어도 힘들다는 표현을 안 하는 성격이라 걱정된다던 다혜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2023. 2. 17. 🇦🇺 표현한다는 것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다. 요 근래 케언즈는 맑은 날이었는데 어젯밤부터 밀렸던 비를 몰아서 내리는 듯 오늘 오전까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홀로 지내는 케언즈 생활이 익숙해질 때 즈음 새로운 사람도 알게 되고, 멜버른에서부터 친구였던 유토도 간간이 만나며 혼자인듯하면서도 적당한 위안을 얻으며 지내고 있다.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변화가 생기겠지. 매일같이 함께했던 너와도 연락으로만 함께하게 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너도 나도 2주 만에 각자의 곳에서 꽤 많은 변화를 경험해 가고 있네. 너는 내가 그곳을 떠나오기 전에 하고 있던 일을 그만두고선 새로운 일을 구했고, 나는 이곳에서 백패커스를 거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일을 구하고.. 2023. 2. 16.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장담할 수조차 없는 게 호주에서의 삶이라던가. 생각해 보니 케언즈에 온 지 2주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이곳에서 유토와 유토 친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길게 얘길 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혼자 잘 지내는 편이라, 그리고 요즘 이리저리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안부를 숙제처럼 묻고 다니느라 인간적인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는듯하기도 하고. 날 걱정하던 너의 말이 떠올라 이곳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볼까 싶어 이리저리 검색해 보던 중에 우리 집 인스펙션왔던 한국 분들의 이야기를 마주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 인스펙션을 왔을 때, 인스펙션 올 분들 중에 다른 한국인분들도 있다고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그게 이분들이었구나 싶었다. 말을 걸까 말까 하다가 멜버른에서 .. 2023. 2. 14. 🇦🇺 오랜만에 연락한다는 건 호주에 온 지 벌써 7개월 정도가 됐다. 시간이 이렇게나 빠른가 싶으면서도 그동안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자주 하지 못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하루하루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줄 모르는, 당장 내일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시간들의 연속이더라. 그렇기에 케언즈에 와선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도 묻고 내 근황도 전하고 있다. 일 구하고 이곳에 또 적응하다 보면 그럴 시간도 많지 않을 것 같아서. 그중 최근 유난히 연락이 되지 않은 친구가 있었더랬다. 서운하거나 화가 나기보다 그저 이 친구가 지금 연락할 상황이 아닌가 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더랬다. 나 또한 이렇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오는 연락이 부담으로.. 2023. 2. 13. 🇦🇺홀로 지내는 케언즈 라이프 케언즈에 온 지 며칠이 지났다. 이미 인스펙션도 다니기 시작했고, 오피스 웍스에서 스무 장의 레쥬메를 출력해 이틀 동안 시티와 비치에 위치한 레스토랑과 카페에 돌리고 있는 중이다. 웃는 얼굴로 떨떠름한 표정을 마주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쩌겠나. 일이 급한 사람은 나인걸. 이사를 도와주기로 했던 유토에게 전화를 해 우버 타고 가면 될듯하다며 호기롭게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던 지난날의 나 자신은 뭐가 그리 자신만만했을까. 나를 태워갔던 우버 드라이버는 캐리어 2개, 그리고 네 개 남짓 되는 짐가방을 포함해 60kg가 훌쩍 넘는 짐과 함께 나를 집 앞이 아닌 이전 블록에 내려주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집 앞모습과 달라 당황스럽던 마음, 그리고 이 많은 짐을 어떻게 혼자.. 2023. 2. 12. 🇦🇺케언즈, 새로운 곳에서 드디어 케언즈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남은 짐들을 정리하고 QV apartment를 함께 나서던 그 길, 가방을 두고 와 또다시 돌아갔더랬다. 칠칠맞은 날 위해 내 가방을 들고 먼 길 나와준 하우스메이트 덕분에 겨우겨우 스카이 버스를 시간 맞춰 탈 수 있었더랬다. 정신없던 나에게 달달한 게 필요할 것 같다며 네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건넸던 카페모카조차 버스에 들고 타지 못해 한 번에 힘껏 들이켰었지. 그렇게 스카이버스를 함께 타고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주면서도 내내 날 걱정하던 너였다. 이전까진 걱정을 티 내지 않던 너였기에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줄 몰랐네. 생각보다 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구나, 너. 누군가를 걱정시키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건 좀 기분좋네. 고마워, 덕분에 무사히 공항까지 와.. 2023. 2. 10.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