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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그래비티(Gravity)' 후기 ​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얼핏 보이던 우주의 빛. 그에 매료되어 나방처럼 우주로 나서는 인간들이 있었다. 아마도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나 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그 욕심은 우주로 향했다. ​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노력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게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모든 것들이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든, 얼마나 똑똑하든, 우주라는 공간은 그러한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우주는 공평했다. ​ 수많은 주변인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겨우 살아남았던 주인공의 이야기보다, 실제 우주라는 세상은 더욱더 냉정하고 참혹할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인간들 가운데서도 똑똑하다고 자부했던 인간들이 경험했던 우주는, 그.. 2021. 4. 12.
유럽 1-4.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파리의 아침이 밝았다. 파리에서의 아침을 맞이한다는 기대감에 창문을 활짝 열어재꼈더니, 아직은 차가운 파리의 공기에 놀라 부스럭거리며 이불속으로 숨었다. 룸메들은 어찌나 부지런하던지, 아침 6시부터 룸메들의 핸드폰 알람이 번갈아 울려댔다. 덕분에 나 또한 깼고, 부지런한 룸메들이 먼저 화장실을 써준덕분에 나는 느긋하게 씻고 준비할 수 있었다. 나갈 준비를 마친 방에는 화장실에서 뿜어 나오는 습기가 방을 가득 채웠기에 씻고 준비하는 동안 겸사겸사 창문을 활짝 열어둘 수 있었다. ​ 샤워를 마친 후 오늘 하루 돌아다니는 데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화장을 최대한 옅게 했다. 카메라와 보조배터리를 챙겨 들고 선 혜와 함께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 옆쪽엔 조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 몇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는데, .. 2021. 4. 9.
읽기 좋은 책 :: 'AI 시대, 본능의 미래' 4. 죽음의 미래 ​ 죽음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언제 닥쳐올지, 그 시기를 알 수 없기에 인간은 불안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알고 있듯, 인간이 스스로 죽음의 시기를 선택하는 행위는 분명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혹여나 죽음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선택한 순간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엄청난 고통은 그 어떤 것도 감내해 주지 않는다. ​ 인류가 생겨나면서부터 살아왔던 모든 인간이 죽음을 겪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죽음 이후에 대한 기록은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경험을 전해 받지 못한다는 것은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어버린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이러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기에 인간에게 죽음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미지의 영역에 남아있게 될 것이다. 인간은 죽음의 시기를 결정할 수 .. 2021. 4. 8.
영화 :: '8월의 크리스마스' 후기 ​ ​ 우리는 하루하루 죽어간다. ​ 끝을 알면서 살아가는 삶은 어떻게 버텨나가야 되는가 되는가. 무언가를 내 삶에 담고 싶지만 담아내지 못할 때, 때로는 담아낸 것조차 비워내야 할 때,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도 이젠 지쳐온다. 간혹 억울함은 운명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새어 나와버린다. 분명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누군가는 분명 그걸 감당해내야 한다는 게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다. ​ 삶이라는 게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괜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기다려지는 시간들, 빨간 차가 지나갈 때마다 유리 너머로 시선을 내밀어보기도 하며 미련 없다 느꼈던 삶에 미련을 조금씩 던져 넣고 있었다. ​ 죽음이라는 건 나.. 2021. 4. 6.
2021. 03. 월간 글노트 생각보다 바빴던 3월이었다. 잊고 살아왔는데 지난날의 여행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문득 보여줄 때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다. 몇 주 전보다 얇아진 겉옷을 걸치고, 밝아진 출퇴근길을 오갈 때면 이렇게나 빠르게 변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또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두워진 곳에 익숙해졌다고 이렇게 밝아진 것에 낯설어 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 올해 생일은 깊은 축하를 생각보다 여럿에게 받았다. 한때는 함께했지만 서로의 삶이 바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던, 하지만 선뜻 먼저 연락하기에 쉽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이 왔다.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해 이쯤 되면 축하조차 해주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아 그저 고마울 뿐이다. ​ 사실 인간의 관계라는 것은 언제나 맺고 끊길.. 2021. 4. 5.
유럽 1-3.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찰칵찰칵. 멈추지 않는 셔터 소리에 춤이라도 추듯 에펠탑의 불빛이 반짝였다.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 때문에 빛이 퍼져 야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문득 이 여행이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여행을 위해 샀던 미러리스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조작법에 익숙지 않아 사진만 계속 찍어댔다. ​ 얼마나 지났을까. 핸드폰과 카메라의 사진첩에는 에펠탑 사진으로 한가득 메워졌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기위해 각자의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에펠탑이 잘 보이던 명당에서 내려오는도 중, 연 씨가 우릴 향해 물었다. "우리 여기까지 온 김에, 맥주 한잔 마시고 갈까요?" 다들 이 말을 기다린것처럼, 하나같이 좋다며 어딜 갈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걸어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 2021. 4. 2.
영화 ::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 후기 ​ ​ 모든 일에 불만이었다. 한 번이라도 부드러운 말이 나오는 일이 없었다. 뭐가 그리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부질없어 보이는 규칙에 집착하고 강요하며 날을 세웠다. ​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고, 아버지가 살아왔던 것처럼 정직하려 했다. 남을 위하려 노력했고, 그러다 운명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던 사람을 만나 결혼하기도 했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그렇게나 바라왔던 가족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다가왔구나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세상은 나의 행복을 원하지 않았나. 모두 앗아갔다,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 거둬져 혼자 남겨진 것 또한 나의 운명이었을까. ​ 열등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나의 노력을 알아보려 하지 않은 이들에.. 2021. 4. 1.
영화 :: '릴리슈슈의 모든 것(リリイシュシュのすべて, All About Lily Chou Chou)' 후기 ​ ​ 상처는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나간다. 마치 물에 잉크를 풀듯, 한눈판 사이에 자칫하면 잠식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상처를 받은 자는 애석하게도 그 상처를 타인에게 넘겨주기 바쁘다. 마치 바통을 넘겨주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받아본 사람들은 타인에게 유사한 상처를 건네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인간이란, 꼭 그렇지만은 않다. ​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상처를 받고 이로 인해 삶이 잠식당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험하고 있는 고통으로 인해 닫혀버린 시야는, 주변 사람들은 마냥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성가시게 여기는 듯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일렁여 그들에게 상처를 주려 노력.. 2021. 3. 30.
읽기 좋은 책 :: 'AI 시대, 본능의 미래' 3. 탄생의 미래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간세계 내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단지 인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태어서부터 어른이라는 사회구성원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은 인간이라는 종족의 희소성을 만들어냈다. 만약 인간의 체외'생산'이 가능해지게 된다면,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플라스틱 따위처럼 빠른 시간 안에 인간을 '생산'해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더 나아가 커스터마이징까지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희소성이 떨어지기에, 인간'생산'이 가능해진다면 '인격적'이란 단어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인종차별과 신분제 등의 사회문제처럼, 차별의 형태와 방식이 응용되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과거처럼 인간은 또다시.. 2021. 3. 29.
유럽 1-2.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처음으로, 어디에서도 한국어를 찾을 수 없는 세상에 도착했다. 영화에서 볼법한 건물들이 당연스레 줄지어 늘어져있었다. 진짜 파리에 왔다는 것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파리다 파리. 비행기에서 열두 시 간 남짓한 시간을 긴장하며 보냈지만 도착 한순간부터 얼마 남지 않은 파리에서의 시간을 최대한 만끽해 보기로 했다. 멀리 가진 못하겠지만 숙소 근처라도 돌아다녀봐야겠다. 파리에 먼저 도착했던 사람들은 에펠탑 야경을 보기 위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지도 않고 한시라도 파리를 더 만끽하기 위해 나갔다고 한다. 에펠탑이라. 피곤하다는 생각이 점차 사라지면서 나도 에펠탑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읽혀버린 건지, 아니면 다들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 느껴졌는지 다들 한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2021. 3. 26.
2021. 02. 월간 글노트 공기가 여전히 차갑다. 이 추위가 오랜 기간 이어질 것 같아 여전히 날 둘러싸고 있는 까만 롱패딩에서 오랜 기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지독한 더위를 피해 실내로 숨어들기 바빴던 듯한데, 지금은 그 더위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망각이라는 것이 어쩌면 나의 어리석음을 한 스푼씩 얹어주는듯하여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다. 언젠가 이 추위 또한 또 다른 기억에 묻힐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당장 눈앞에 펼쳐져 있는, 끝나지 않을듯한 추위에 한없이 웅크려들고 있었다. ​ 잊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이것조차 언젠간 잊어버릴 것이라는 것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는 밤이다. 나는 여전히 인간이고, 앞으로도 인간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의 연속.. 2021. 3. 25.
영화 :: '나를 찾아줘(Gone Girl)' 후기 ​ ​ 아내가 사라졌다. 갑작스런 부재에 놀랐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닉은 새로움을 갈망했으며, 이미 자신이 억지로 만들어낸 새로움에 취해있었다. 그는 에이미와의 이혼을 원했기에, 어쩌면 이러한 부재는 그에게, 자신의 상황이 좀 더 순탄하게 풀리지 않을까라는 한편의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 에이미는 알고 있었다. 영원을 약속한 사회적 계약에서의 배신은 대부분 사회적인 방법으로 마무리 지어지지만 에이미는 그러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했던 남편이란 사람을, 에이미는 철저하게 짓밟으려 했다. 물론 그 방법이란 게 일반적이지 않았고, 때로는 기이해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신감을 대갚음해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가감 없이 표현했다는 것.. 2021.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