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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유월(Yuwol: The Boy Who Made the World Dance)' 후기 ​ ​ 질서와 무질서,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아이들. 어른들은 자신의 질서에 아이들을 끼워 넣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어른들은 하고 싶은 것을 볼 수 없도록, 슬며시 아이들의 시야에서 가려버렸다. 얼핏 들으면 아이들만이 피해자로 비칠 수 있겠지만, 어른들 또한 자신이 또 다른 어른들로부터 배워온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 관습대로 갇히지 않으려 멀리, 좀 더 멀리. 다치지 않도록 더 멀리. 결국 꿈틀거리던 어린 시절 꿈의 몸부림에 흐름을 맡겨본 어른의 모습은 어린 시절 미처 내지 못했던 몸부림을 맘껏 흩날리고 있었다. ​ 우리의,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 꿈을 꾸지만 그 꿈은 누구를 위한 꿈이었나.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어른이 .. 2021. 1. 11.
의미를 두지 않는 연습이 필요해 1월 1일. 여느 주말과 다를 바 없는 아침이다. 그래도 굳이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아마도 떡국을 먹는다는 것 정도. ​ 어릴 땐 새해 첫날의 '첫'이라는 것에 꽤 많은 의미를 부여했더랬다. 일상에서 늘 해왔던 것들이, 이날만큼은 올해의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받아 조금 특별해졌다. 하지만 이것도 경력으로 쳐주는지, 이십 몇여 번째즈음 되니 이제는 조금 능숙해졌다고 해야할까. 처음이라는 설렘보다 나이라는 숫자가 바뀌는것에 더 신경쓰이니말이다. 아무래도 새해를 맞이하는것도 경력이 쌓여 무뎌졌나보다. ​ 덕분에 이제는 나이를 먹는것에 대한 호들갑스러운 마음이 예전보다는 잦아들었다. 이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걸까. 간혹 의미있는 인생을 살기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내자신을 보고있노라면,.. 2021. 1. 8.
시나리오 작업일지 :: 인물설정 여태 시나리오 수업과제로 소재를 써내려가면서 설정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느낌에 늘 허덕였다. 처음으로 제대로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보는거니 이번엔 기필코 설정을 탄탄하게만드리라 다짐을 해보지만, 여전히 막연한 이 느낌은 지울수없다. 아마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든 그렇겠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기로했으니 주인공은 나 자신이어야하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수많은 모습 중 하나를 점토 떼어내듯 떼어 만들기로했다. 아무래도 엄청난 저예산 무자본 영화라 장소, 등장할수있는 배우 수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쓰는것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영화관에서 볼수있는 큰 스케일의, 어마무시한 자본이 투자된 영화만 봐왔기에 당연스레 영화에는 여러 배역을 쓸수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씁쓸.. 2021. 1. 7.
2020. 12. 월간 글노트 영원한 비밀은 없다. 아니, 영원한 것은 없다는게 더 맞는말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는, 마트에서 파는 요플레처럼, 유통기한이 낙인처럼 찍혀나오는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영원을 갈망하곤한다. 존재하지 않는것을 원하는 것, 분명 헛된망상임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영원을 약속한다. 인간은 무엇때문에 영원함을 꾸준하게도 외치는걸까. ​ 늘 옆에있을것만같았던 존재가 하나둘 떠나간다. 분명 우리는 오랜기간동안 살아보지않았으면서도, 그 중 얼마되지않는 경험을 꺼내들어 현재에 그럴듯하게 끼워맞춰본다. 영원할것이라 예상한다. 아니, 어쩌면 영원하기를 바라는 방법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나 예상했듯, 영원하자는 약속은 보기좋게 빗나간다. 그러고보면 애초에 인생이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향한.. 2021. 1. 5.
영화 :: '링링(Lingling)' 후기 ​ ​ ​ ​ 내가 알고 있었던 것, 알고 싶었던 것, 그리고 알고 싶지 않았던 것들. 바람,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인지 혹은 모두를 깊은 물속으로 빠뜨려버릴 태풍인지. 그게 무엇이든, 우리가 막아내기엔 너무 벅찼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말로 지나치기엔, 내 삶을 흔들어놓았는걸. ​ 세상에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무기력, 그리고 또다시 무기력. 인생은 무기력의 연속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니. 학습된 무기력은 우리를 또 다른 무기력으로 인도해 준다. 어쩌면 무기력을 학습시키는 것은, 세상이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때때로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을 줄 아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아간다. 어쩌면 바깥세상이 어떤지 깨닫.. 2021. 1. 4.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데 즐길 수 있는 걸 피했었다 공기가 갑작스레 차가워졌다. 얼굴을 덮어둔 마스크 틈으로 입김이 새 나올 정도니. 너의 올해는 어땠는지, 내가 궁금해해도 되는 걸까. 우리의 올해는 고드름처럼 아래로, 더 아래로 향해 그 끄트머리를 악착같이 붙잡고 있는듯해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려 입을 떼는 게 참 어렵네. ​ 나의 이천이십년은 계획대로 된 것이 거의 없는듯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꽤나 어색하네. 물론 계획이란 게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송두리째 뒤집힐 줄은 생각도 못 했거든. 그래도 우리, 그 와중에도 중심 잃지 않고 잘 버텨냈다. 기특해. ​ 삶이 아무리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지만, 간혹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더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데, 글쎄... 2020. 12. 31.
영화 ::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 후기 ​ ​ 특별할 줄만 알았던 나의 삶이 결국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인간은 좌절감에 무뎌진다. 결국 나도 그저 그런 인생이었구나, 별다를 게 없었구나. 이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 속에 묻혀 살아갈 것인가,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품어왔던 삶의 이유를 지켜 나갈 것인가. ​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담아내는 것보다 가지고 있던 것을 떠나보냄에 익숙해지게 된다. 아니, 사실 익숙해졌다기보다 받아들여야 된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내가 원하던 꿈을 내려두고, 그렇게 남들과 비슷한 삶의 이유를 찾아간다. ​ 의미를 찾아가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모두가 의미 있는 삶이란 것을 동경하면서도, 그것을 따라가려 하면 허황된 꿈은 버리라며 비난받기 쉽다. 꿈은 어릴 때나 품을.. 2020. 12. 30.
한정(限定)의 비애 물리학이 적용된 부분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물리만큼 세상에 쉽게 적용되는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물리학의 몇 가지 법칙만 보아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법한 법칙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은 인간임과 동시에 지구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하나의 물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오래전 세상의 지식을 대표했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여러 가지 학문에서 동시에 작용할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사실 물리라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학문이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 만연히 널려있는 자연 현상들을 단지 인간이 인간에게 설명하기 위한 학문일 뿐이다. 다시 말해, 자연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바꾸는, 일종의 통역학으로 볼 수.. 2020. 12. 29.
영화 :: '우린같이 영화를보고 소설을읽어' 후기 ​ ​ 뻔한 연애, 뻔한 이야기. 시시한 말꼬리잡기에도 마냥 즐거웠던 우리의 모습.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우리는 스쳐지나갈 인연이었는지. 분명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였는데, 언제부터 서로에게 빛을 잃어간걸까. ​ 이별에서 만남까지,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우리가 빛났던 시간과 마주하게된다. 단지 시간을 되짚어보았을뿐인데, 우리도 이렇게나 빛날수 있는 존재였구나. 아름다웠던 나날들. 분명 매순간 아름답지만은 않았을텐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름다웠던 순간뿐인것은 왜일까. 기억에서 멀어지는 방법을 찾아헤매느라 아름다웠는지 몰랐던걸수도 있고. 당장의 눈앞에 해결해야하는 기억들을 해치우느라 여남은 기억을 걸어볼 여유가 없었나보다. ​ 누군가에겐 소중하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겐 하찮을수있는 기억이.. 2020. 12. 28.
읽기 좋은 책 :: '천안문(天安門)' 후기 결코 무너질것같지않던, 견고해보였던 소련체제도 붕괴됐다. 그렇다면 현재의 중국은 버티고있는걸까, 아니면 즐기고있는걸까. ​ 최근 마주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모국에 대한 애정이 내가 예상했던것보다 상당히 컸다. 하지만 이러한 애정의 형태는 꽤 위태로워, 자칫하면 잘못된방향으로 번질까 우려스럽기도 했다. 결국 우려한대로 그들의 애국심은 기형적인 형태로 변질되었다. 그들은 국가에대한 비일반적인 애정은 타인의 것을 탐하기 시작했다. ​ 현 시국이 시국인만큼, 중국이라는 집단의 이기심과 억지에 전세계로부터 손가락질을 면치못하고있다. 물론 집단구성원의 모두가 같은 가치관을 지니고있는것은 아니겠지만, 대다수가 비슷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않았나 생각해본다. ​ 그런 중국에서도 다양성을 추구.. 2020. 12. 24.
영화 :: '연애의 온도' 후기 ​ ​ ​ ​ 특별한 줄만 알았던 우리의 연애도 결국 세상에 흔하디흔한, 그저 그런 만남 중 하나였나 보다. 결국 아름다운 이별이란 없었고, 각자의 감정에 최선을 다했기에 서로의 끝을 내보였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었기에 그토록 질척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 끊어졌던 관계를 억지로 쥐어보았지만, 그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결국 또다시 끝이 났다. 마치 레일 위의 기차를 떼어 뒤로 미뤄놓은 것처럼, 또다시 우리는 헤어졌다. 또 그런 이유로 헤어졌다. 결국 우리가 원했던 것은, 각자의 감정을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나 보다. 비로소 감정을 털어낸 후에야, 우리는 정말로 헤어질 수 있었다. ​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한없이 아름답게만 비쳤던 연애였는데, 왜 우리 연애의 끝은 그리 아름답지 않은.. 2020. 12. 23.
상대적 박탈감에 대하여 최근에 어느 유튜버의 고민상담 영상을 보고 물질적인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 사회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기준을 수치화하여 판단하는 방법을 학습시켰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스레 수치화할수있는것을 찾아 서열을 매기며, 더나아가 그러한 몇가지 한정적인 요소로 서로의 인생을 평가하게 되었다. 결국 수치화 된 몇몇 기준으로 인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것이 자연스러워졌다. ​ 물질적인것은 실제 존재하기도하지만, 한편으로는 눈에 보이지않는 허상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속으로 인해 금전적인 의미를 지니게된 물질은 인간에게 일종의 자극제가 되어준다. 하지만 금전적인 요소의 절대적인 수치를 일정하게 얻어냄으로써 꾸준한 기쁨을 누리기 어렵다. 지금보다 더, 주변보다 더, 많.. 2020.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