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440

귀찮음의 대가(代價)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감에 따라 어느 집단에서 연장자가 되는 횟수가 어쩔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아직 어른이 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나를 어른이라는 위치로 등 떠밀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동등한 위치에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많은 곳에서, 나이만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더 얻어지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사람들에게 자애로운 어른으로 비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러한 존중을 받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느껴야만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이와 체력은 반비례한다. 체력이 줄어들수록 귀찮게 느껴지는 일들이 하나둘 늘어나게 된다. 새로운 일은 물론이고 기존에 해냈던 일들조차 예외는 아닌 것이다.​ 귀찮음은 나이 듦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 2020. 12. 18.
읽기 좋은 책 :: 다자이 오사무(だざいおさむ) '인간실격' 불완전한 인간임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혹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 도대체 세상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인간이 인간의 본질을 알아낼 수 있을까. 나야말로 그런 기도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아, 내게 냉정한 의지를 주시옵소서. 내게 ‘인간’의 본질을 깨닫게 해 주시옵소서. 인간이 인간을 밀쳐내도 죄가 되지 않는 건가요. 내게 분노의 마스크를 주시옵소서. 세상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생각해보려니, 그 느낌이 너무나 막연해 여태 나는 어디에서 살아왔는지, 그 속에서 누구로 살아왔는지조차 막연해진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막연함은 물에 잉크가 퍼지듯 순식간에 번져 깊은 늪에 빠져드는 기분이 느껴진다. 본질이라는 것이, 사실 누가 발견하느냐에 따라 상대.. 2020. 12. 16.
트라우마라는 것 트라우마: 과거 경험했던 위기나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 트라우마라는 주제는 언젠가 다뤄보고 싶은 주제 중 하나였다. 어떠한 이유가 명확히 있기에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기보단, 인간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한 시도 중 하나였다. 우리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하나 이상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 크기는 제각각이며, 영향을 주긴 하나 일상생활이 가능한 트라우마 그리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쳐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트라우마로 크게 두부류로 나뉜다. 트라우마는 위기와 공포에 학습된 경험이다.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학습된 경험일 수도 있고, 오랜 기간 걸쳐 스며들 듯 학습된 경험일 수도 있다. 그 순간 혹은 환경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이전의 일.. 2020. 12. 15.
영화 :: '킬빌1(Kill Bill 1)' '킬빌2(Kill Bill 2)' 후기 ​ ​ ​ ​ "Revenge is a dish best setved cold (복수는 차가울 때 가장 맛있는 음식과 같다)" - Old Klingon Proverb(옛 클링언 속담) ​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각자가 선택하는 것.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 한편 복수를 품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복수를 생각하는가. 철저한 복수를 위해서는 알량한 자비심을 품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흘려보낼 수 있는 관용, 즉 인간이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해야만 복수를 완전하게 마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완벽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이성적인 인간은 없다. 애초에 감정의 부분이 마비되거나 상실되지 않는 이상, 성공적인 복수의 .. 2020. 12. 11.
시나리오 작업일지 :: 소재찾기 그동안 과제로 몇 번 써 내려갔었던 소재는 범위가 너무 크거나, 소재 자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써 내려갔던 시놉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은 그저 겉멋만 들어, 있어 보이는 소재를 선택했더랬다. 그렇기에 있어 보이던 그 어떤 소재를 주워 이야기를 만들어낸들, 공허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직접적으로 말은 하지않으셨지만, 시나리오 선생님은 나의 겉멋만 들어버린, 부끄러운 표면을 이미 느끼셨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처음 수업을 시작할때부터 지금까지 늘 나의 도전을 존중해주셨다. 물론 금전적인 지불에 대한 인내가 일부 작용했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얹어있는 존중이 느껴졌다. 감사했다. 타인의 도전에 회의적인 태도로 공격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의 도전이 오롯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쁜.. 2020. 12. 9.
노동,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노동이란 것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면서도 대부분의 노동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을 보면, 사회적으로 노동이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하나씩 따져본다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노동으로 치부되는 노동은 의외로 드물다. 하지만 노동에는 급이 나누어져 있으며, 그에 대한 결과는 크게 금전적 대가로 나뉜다. 노동의 숙련도에 따라 금전적 대가가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하지만, 비숙련 노동에 대한 사회적 처우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 코로나로 인해 AI 시대가 좀 더 빠르게 도래하게 되면서 비숙련 노동자들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향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2020. 12. 8.
영화 :: '파수꾼' 후기 ​ ​ ​ ​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적응해야만 했기에 절박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 그 누구도 가르쳐준 적 없어 서로를 대하는 것이 서툴렀기에, 그만큼 나와 함께해주는 이들을 당연하게 여겼었다. 짧은 인생을 살아놓고선 대단한 인생의 역경과 고난을 겪어낸 마냥, 그렇게 살았더랬다. 우리가 영원할 줄 알았다. 영원한 건 없다는 연장자들의 말에 코웃음치며 우리는 영원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생각해보면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우리는 영원할 거라 장담할 수 있었을까. ​ 가정으로부터 조그마한 사회로, 관계에 서툰 나를 드러내며 날것의 나 자신을 겪어낸다. 우리 모두 여전히 관계에 서툴기에, 서로를 위하는 감정과 서로를 대하는 행동이 꽤 다르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너와 나 그리고 .. 2020. 12. 4.
영화 ::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후기 ​ ​ ​ ​ 지우고 싶은 기억 그리고 상실. 그들은 서로에게 솔직했고, 또 그만큼 비겁했다. 결국 그들은 기억에서 도망쳤다. 아마도 그들은 상실을 겪는 과정을 감기쯤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더라. 우리는 모든 감각에 자국을 남기며 온몸으로 기억해낸다. 기억이란 것이, 노트처럼 버리고 싶은 페이지를 찢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서로의 흔적을 쉽사리 지워낼 수 없었다. 사실 망각은 흔하디 흔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고 싶은 기억들은 지독하게도 우리 곁을 떠나 주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대체, 잊으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잊고 싶지 않아도 서서히 희미해지는 기억의 그 어디쯤에 서있는 걸까. 그렇게 애증의 기억은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돌아왔다. 시간이 .. 2020. 12. 2.
2020. 11. 월간 글노트 ​ 쌀쌀해짐과 동시에 공허한 감정이 들어설 때, 무언가 두고 온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아, 가을이 왔나 보다. 옷장에 있는 옷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얇고 소매가 짧은 옷들을 만지작거리며 날씨에 맞춰 옷장의 옷을 바꿀 때가, 벌써 돌아왔구나. ​ 옷장 문을 열었다. 올해 봄을 맞이하면서 넣었던 그때 그 설렘도 함께 들어있나 두리번거리다가 좋아하는 옷을 꺼내들었다. 잠옷 위에 옷을 걸쳐 입고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거울 앞에 섰다. 봄이 다가올 때 설레하던 내 모습을 그대로 꺼내온 듯, 그렇게 그때의 내가 눈앞에 서있었다. 그날의 기억을 그렇게나 찾았었는데, 허무하게도 그날의 코트 안주머니에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찾을 땐 지독하게 숨어댔는데 말이야. 시간에 묻혀 희미해질 때 즈음 나타난.. 2020. 12. 1.
기억 그리고 변화 ​ 나는 황선생님이 언젠가, 유럽이 이룩한 과학과 기술을 '보편'으로 규정하는 유럽중심주의를 '강자의 울타리'라고 말할 때 논지가 명쾌해서 받아 적기까지 했다. 제국주의 유럽은 주변부를 자기 시장 속으로 흡수하면서 상대방에게 '세계적 보편성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약자가 그것을 거부하면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존재'를 상실하고, 받아들이면 '정체성'을 상실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세계적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계질서에서 낮은 단계에 있는 나라들은 그 보편성이라는 울타리에 참여함으로써 소외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보편주의란 사실상 자본주의적 세계질서 속에서 기득권과 불평등을 유지하려는 측의 슬로건에 불과할 뿐이다. - 김형수 '미륵의 눈빛이 떨어진 자리' 우리는 타국을 침범하지않고 우리의 속도로 고.. 2020. 11. 30.
숨을 쉴 수가 없어 " I can't breathe " 숨 쉬는 것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숨 쉬는 것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라지만 여전히 차별은 살아 숨 쉬고 있다. ​ 인간은 평등하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차별할 수 없다. ​ '백인' 그리고 '남성'이 무엇이길래, 이러한 요소들을 내세워 타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려는걸까. 사실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대부분은 타인에게 인정받길 원한다. 다시 말해 타인과 자신의 다름이 있고, 그것을 드러낼 수 있길 원한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이러한 본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을 통.. 2020. 11. 27.
시나리오 작업일지 :: 시작에 앞서 작년 유럽여행을 기점으로, '여태 나의 세상이 참 좁았구나'라는 생각에 한풀이하듯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한번 꽂히면 꽤 집념을 보이는 타입이라, 작년 한 해는 출장을 포함해 매달 출국을 했더랬다. 분명 이전까지의 나는 여행에 흥미가 없었을뿐더러, 돈 낭비 시간낭비라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아마 한껏 움츠렸던 수험생활을 지내왔던 것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두려워했던 나의 지난날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고, 20살 이후로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여권 없이 다녀올 수 있었던 제주도조차 말이다. 여행과 출장을 다니면서, 문득 이순간을 기억으로만 남겨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여행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러한 기록들을 모아 여행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 2020.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