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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장화 홍련(A Tale Of Two Sisters)' 후기 ​ ​ ​ 인생은 뒤로 걷는 꽃길,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의 연속이랬다. 후회라는 발자국을 따라 걷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들. 그리고 그 기억으로 옭아매진 우리들. ​ 당신이 알면 얼마나 알겠어. 그러게 말이야. 나는, 너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게, 과연 전부일까. 결국 나는 누구의 탓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내가 증오하던 대상은 과연 누구였을까. 누굴 괴롭게 만들고 싶었던 걸까. 그게 당신이었을까, 나였을까. 누가 후회하고 있을까. 너일까, 아니면 나일까. 그러고 보니 나도 나를 잘 모르고 있었구나. 문득 궁금해졌다, 당신이 원하던 결과가 이런 것이었는지. 아니, 사실 내가 원했던 걸까. 당신들이 아프다고 했던 나는, 진짜 아팠던 걸 수도 있고. 혹은 아픈 사람으로 만들어진 .. 2020. 11. 4.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틀어줘 ​ "나는 시인이야. 나는 미래를 보고 과거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야. 과거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시인이란 말이야." "어디 죄수가 판사 검사를 돈으로 살 수가 있는 거야?" "이 사회에서 목숨을 부지하기에는 너무나 살아갈 곳이 없다고." ​ ​ 세상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은, 무엇으로 설정해두었을 때 가장 이상적일까. 오늘을 기준으로 내일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아름답게 꾸려낸다 해도 과거의 범죄는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도 자신의 일부라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며, 결코 범죄자들의 범죄행위를 미화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범죄가 많았던 80년대, 그리고 그 시기보다 범죄는 줄었다지만 더 지능적이고 악랄해진 현대의 범죄. 반면 그 당시보다 턱도 없이 낮아진 형량과 하늘 높이 치솟아 끝없이 고공질주 중인.. 2020. 11. 3.
영화 ::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후기 ​ ​ ​ 스스로에 의해 조작된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남자. 그렇게 편집된 기억들을 모아 만들어진 하나의 이야기. 정신병 판정을 받으면 무슨 짓을 해도 미친것처럼 보인다고요. 반항은 현실 부정이고, 합당한 공포는 편집증, 생존본능은 방어기제. 보안관님, 고통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알아요? 고통은 육체가 아닌 뇌에서 비롯돼요. 뇌는 공포, 자비심, 수면, 허기, 분노를 통제해요. 모든 통제는 의외로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집단의 행동은 그들의 우두머리에서 비롯되듯, 인간의 모든 행동은 뇌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인간의 기억은 뇌로부터 파생된 일종의 생산물이며, 때때로 뇌는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신의 기억을 편집해낸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게 되는 것.. 2020. 11. 2.
숨가쁜 날들이 지나가고 홀가분해졌다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졌다. 벌써 겨울이라니. 오늘도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밝았던 날보다 어두웠던 날들이 더 많았기에 오히려 이런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어두운 순간을 잘 버텨줬던 지난날의 나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 여름에서 가을로, 또 겨울이 되기까지의 통로를 지나는 중. 이 시국이 되기 전에는, 그러니까 분명 작년까지는 선선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사소한 밥을 먹고, 카페를 가기보단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산책을 했던 나날들이 이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게 서럽기도 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던 나도 가을향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는 순.. 2020. 10. 30.
영화 :: '송곳니(Kynodontas, Dogtooth)' 후기 ​ 세상은 무서워서, 나가면 안 돼. ​ 두려움이란 누군가를 조종하기 위해서 이용할만한 인간의 감정이다. 피를 흘려야 떠날 수 있는 곳, 죽어서야 떠날 수 있었던 아름다운 감옥. 빛 좋은, 오직 빛만 좋은 감옥.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과 그 감옥을 이용하는 사람, 그리고 감옥의 절대자. 그들의 세상을 최소화한다면, 결국엔 자발적으로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부모는 자신의 자식들이 세상을 알지 못하길 바라는듯했다. 그것은 보호가 아닌 기형적인 억압의 형태였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규칙과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제시하며 세상과 천천히 단절시켜갔다. 우리가 듣기엔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절대자인 아버지의 입을 통해 나온다면 그들에게 그것은 곧 세상의 이치였다. 그러면 .. 2020. 10. 29.
읽기 좋은 책 :: '캐비닛' 후기 ​ 확실히 세상은 넓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긴 한가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남에 있어 우리는 편견 없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편견 없이 타인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첫걸음일 테니. 다시 말해보자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에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타인 앞에서의 나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남을 수 있을까. 우리가 캐비닛 속에 가둬둔 그들이, 그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그들 스스로에게 솔직했다는 것을, 우리는 은연중에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쌓여갈수록 우리는 상처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솔직하기보단 우리를 숨기는 것을 우선시하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 2020. 10. 28.
고민을 적었더니 고민이 적어졌다 우리는 서로 삶의 속도가 달랐기에, 서로에게 발걸음을 맞추지 못했던 걸까. ​ 어렵다. 노력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을 것만 같아서. 불안정한 리듬을 타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끝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 다짐을 하고 싶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밟혀, 나 또한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기에. ​ 잔잔하던 모든 것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하루가 되어버렸다. 나는 무얼 위해 달려왔었나,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지난날 나의 고민들이 하나둘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고민했던, 그 생각들은 다 어디로 갔나. 옷장 끄트머리 속에, 혹은 나프탈렌 향이 배어버린 외투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고민들을 적어 내다 보면 고민이 지금보다 적어질까. ​ 그중에 하나, .. 2020. 10. 27.
영화 :: '밀양(Secret Sunshine)' 후기 ​ ​ ​ ​ 인간은 질투할 숙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어쩌면 자비란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천적 재능일지도. 노력을 택하기보다 타인을 짓누르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결국 질투는 열등감으로 바뀌고, 그것은 곧 분노로 변한다. 열등감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 방향은 당연스레 타인을 향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누구도 잘못되었다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 어느 누구도. ​ 나에게, 당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가. 이러한 마음은 이기적인 걸까, 혹은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일까. 불행은 예고하지 않는다. 불행할만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그 대상은 내가 될 수도 있고, 네가 될 수도 있고. ​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나에게 이럴 수 있나. 당신은 분명 나를.. 2020. 10. 26.
세대차이 ​ 퇴근길에 제 딸을 데리러 온 큰딸에게 그것이 참 노여웠다고, 노인을 아무도 거들지않는 세태가, 심지어는 비웃기까지 하느느 사람들이 참 징그럽더라고, 생각같아서는 비아냥거리는 인간을 쫓아가서 뒤통수를 갈겨주고 싶더라고 말하자 딸이, "엄마, 툭하면 악쓰는 노인들도 징그럽기는 마찬가지야." 실실 웃음기까지 비치며 말하는데,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더군다나 현관문을 나가면서 하여간 노인들 갑질이란, 아휴우, 진저리까지 치던 것이다. - 공선옥 '저물녘' 각박한세상.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수없기에,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에. 누구를 탓할수도없는 각박함. ​ 확실히 노인에게 냉정한 세상이다. 그렇다고해서 젊은이들에게도 따뜻하진 않은 세상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쩔수없이 냉정함을 학습하게 .. 2020. 10. 23.
2020. 10. 월간 글노트 마음이란 게 참 그렇다. 분명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데도, 그런 줄 알면서도 그렇게나 애를 썼다. 그러다 보니 내가 무엇을 원했던 것인지 모르겠더라. ​ 마음엔 크기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이란 게 어느 정도라고 물어볼 수도, 대답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스스로 기준을 정해두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흘러가다 어딘가에 고여버린 물웅덩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흐르기만 하는, 그래서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 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그렇게, 또 그렇게. ​ 이번 가을은 유난히 향이 좋다. 앙상한 것들의 향이 스며들듯 나의 곁에 머물러주는 기분이다. 집으로 오는 길, 간만에 마주한 새벽 공기는 차갑고 달았다.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끝을 .. 2020. 10. 22.
영화 ::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후기 ​ ​ ​ ​ ​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깝고도 먼 사이. 매일을 함께한다 하지만, 서로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혹시 너는 나를, 나는 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아니면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네가 느꼈던 나의 이미지를 꾸준히 나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은 흐르고 그에 맞춰 사람도 변한다. 네가 알고 있던 어제의 나는, 오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을 자주 잃어버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을 찾아가고 있던 민정. 그리고 민정의 모든 것을 안다고 단정 지었던, 오만한 영수. 그 누구도 타인을 알 수도,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우리도 평생 동안 각자가 어떤 사람인지 완벽히 알았던 적이 있는가. 우리는 간혹 스스로의 욕심을 위해, .. 2020. 10. 20.
읽기 좋은 책 :: '82년생 김지영' 후기 ​ ​ 당신은 몇 번째 김지영인가. 혹은 몇 번째 김지영과 살고 있는가. 그도 아니면, 그동안 당신은 얼마나 많은 김지영을 만들어냈나. 혹은 그러한 행위에 동조하며 방관으로 일조했나. 논란의 도마에 수차례 얹혔던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 꽤 기대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환대, 또 다른 이에겐 질타를 받는 이 소설은 과연 어떤 소설일까. ​ ​ 관성의 법칙이라던가. 세상은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변화를 유도하는 것들은 대부분 배척하려 하며 사회적으로 공개처형시키려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확인하곤 했다. 논란이라는 것은 의외로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 소설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기대가 쌓여가고 있던 듯했다. ​.. 2020.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