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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 후기 ​ ​ 할머니의 구미코 그리고 조제의 조제. 츠네오의 단순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연민이었을까. 그렇게 시작된 흐릿한 감정은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다르다는 것에 끌려 결국 다르다는 이유로 이별했다. 츠네오가 감당하지 못했던 것은 조제의 투정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의 무게였을까. 그들은 상실에 있어 의외로 담담했다. 마치 언젠가 서로를 떠나갈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아니, 사실 조제만은 그랬다. 이전의 상실에, 앞으로의 상실을 맞이할 때 조금 덜 상처 받을 수 있도록. 언젠가 앞으로 닥쳐올 상실을 담담하게 준비했다. 상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조제의 태도에, 츠네오 또한 자신도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었던듯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에게 꼭 들어맞는 무언가.. 2020. 11. 25.
영화 ::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후기 ​ ​ ​ 기쁨이 모여 행복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애써 만들어둔 기억이 슬픔 이의 손이 닿자마자 슬픔으로 물들어버렸다. 모든 것을 망치기만 하는 슬픔은, 왜 우리와 함께여야만 하는가. 슬픔의 억제가 기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어떠한 일과 마주했을 때, 그에 대한 감정이 쌓이고. 그것을 모두 소모하기 전까지는 온전히 기쁨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외면하는 것만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슬픔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 감정이다. 슬픔에 대한 부정을 마음 한편에 쌓아 두다 보면 정신적으로 무리가 오게 된다. 인간은 언제나 행복할 수 없는 존재이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기쁨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인간의 감정에 서열.. 2020. 11. 23.
팬데믹이 끄집어 낸 민낯 ​ "남자라면 마스크를 쓸 수 없지!" -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 '팬데믹과 마스크 쓰지 않는 남자들' 우리가 은연중 사회로부터 강요받았던 백인, 그리고 남성의 권력. 그들은 다른 부류와 다를것이라는 편견이 이번의 팬데믹으로 무너졌다. 문명적으로 발전한것처럼 비춰졌던 유럽은 자신의 자유를 지킨다는 이유로 타인의 삶을 자유로이 침범했다. ​ 남성이란 요소가 단지 성별로만 작용한것같지만,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에 고정적 의미를 부여해 사회적 편견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편견은 분명 오래전부터 작용해왔지만 수면위에 끄집어내놓은 것은 팬데믹이었다. ​ 팬데믹은 사회가 덮어온 수많은 문제들을 단번에 수면위로 들어올려버렸다. 외면하며 개인에게 책임을 지워냈던 사회의 문제처리방식에 이제야 .. 2020. 11. 20.
좋아하는 영화, 그리고 장르 최근에 영화 ‘테넷’을 봤다. 얼마만의 영화관인지, 영화가 시작하기전까지 꽤 설렜더랬다. 설렘도 잠시, 오랜만에 영화의 울림에 잠겨 방해받지않고 영화를 봤다. 놀란감독은 역시나 놀란감독이었으며, 더 이상 발전할곳이 없는줄알았지만 매번 발전하는 그의 영화에 감탄을 했다. 아마 누군가가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당분간은 테넷이라고 답하게되지않을까싶다. ​ 나는 아무래도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인가보다. 물론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모든 이야기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있다지만, 막연한 배경과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는 어느시점에서 현실과 이야기가 분리되는 느낌이 들곤한다.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순간 이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고, 다양한 경험.. 2020. 11. 19.
영화 :: '우리들' 후기 ​ ​ ​ 친구가 전부인 그들의 세상.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구와 함께여야 한다. 때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친구를 헐뜯기까지 하기도 하고. 어른이 된 지금이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정해둘 수도 있고, 친구로 지낼 수 있는 나이의 범위도 다양해져 마음이 맞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지만, 그 당시 그때는 같은 나이 때만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친구의 조건에 맞춰 그 범위 안에서 친구를 사귀곤 했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보내야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나의 세상에 침범할 수 있다는 권한을 준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세상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으로 가.. 2020. 11. 18.
영화 :: '우리집' 후기 ​ ​ ​ 우리가 우리로 남을 수 없던, 우리 집이 더 이상 우리 집이 아닌 이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부모가 되는 것이 결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 과정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 자체가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받아 들 일수 있는 순리 같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른이 어른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나이가 쌓여간다면, 아이가 그 어른들을 대신해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어른스러운 아이는 표면적 어른인 보호자의 불찰로부터 나온 결과물이라는 말이다. 아이가 아이처럼 지내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책임이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은 이기적이다. 자신은 어릴 때 아이로서의 생활을 아이로 보냈으면서 아이다울 권리를 아직도 욕심내어 다음.. 2020. 11. 16.
영화 :: '테넷(TENET)' 후기 해석 ​ ​ ​ ​ ​ ​ ​ ​ ​ - 인비전(Invision) ​ "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 ​ 세상에 그 어느것도 절대적이지 않으며, 시간또한 마찬가지다.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을 변형시킬 힘을 지니게 될것인가, 혹은 고무줄 끄트머리에 달려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하는 공이 되어버릴것인가. 다시말해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쥐게 될것인가, 혹은 타인이 설계해 둔 시간안에 갇혀 살아가게 되겠는가. ​ 내 눈에 보이는 것, 내가 인지할수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거꾸로 흐르는 시간이라니. 거꾸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것도, 실제로는 거꾸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때가 있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존재하지않듯, 시간의 방향성도 절대적.. 2020. 11. 13.
읽기 좋은 책 :: '인간은 필요없다' 후기 ​ ​ 인간은 언제까지 지구에서 쓸만한 존재로 살아남을수있을까. 아니, 다시말하자면 인간은 언제까지 지구를 인간중심적으로 이용할수있을까. 이전까지 지구는 인간의 전유물이었다. 인간은 자연에서 파생된 생명들을 자신들을 위해 이용하기 바빴다. 인간이 나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 존재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으로부터 우월성을 공식적으로 일부 부여받았다. 인간은 그것을 인조지능 또는 AI라 부르기 시작했다. 인조지능이 탑재된 물체는 그것을 둘러싼 환경의 학습으로 파생되고 발전한다. 다시말하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느냐가 인조지능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해야할지를 결정하게된다는 말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에 둘러싸여 학습하지만 .. 2020. 11. 12.
영화 :: '작은아씨들(Little Women)' 후기 ​ ​ ​ 여자 인생의 가치는 결혼으로 결정되던 시대. 이시대의 여자들은 인간으로서 온전하게 인정받지못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스스로의 생존을위해, 세상이 온전한 인간으로 인정하는 남자라는 존재와 결혼을 선택해야만 했다. 결국 한 인간의 꿈, 그리고 목표 모두 결혼으로 수렴될수밖에 없는 구조에 순응할수밖에 없었다. 결혼만이 그들 인생의 전부였고, 전부여야만했으니. 인간으로 태어나 성별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좁아지는 선택의 폭. 선택지가 주어졌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할정도로 몇안되는 경우의 수를 두고 선택해야하는 여성의 삶. 다들 그렇게 살아가기에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줄 알았던것이다. ​ 여자의 포기는 당연했다. 좋은 남편을 만나는 것이 성공한 삶으로 여겨지는 여성들의 삶은 그 자체로 자신의 삶에대한 주체성을 .. 2020. 11. 10.
탈성장, 그리고 돌봄의 책임 ​ 탈성장에 대한 커다란 오해 가운데 하나는 기존 체제 내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이루어지는 역성장과 탈성장을 혼동하는 것이다. 탈성장은 성장률을 기준으로 경제활동을 평가하는 체제 자체와 소비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대 속에서 검소한 풍요를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코로나19처럼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발생한 성장의 둔화나 경제축소는 탈성장이라 볼수 없다. 탈성장은 삶의 방향을 바꾸려는 의지와 노력에 수반되는 전환이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의지와 노력을 이끌어낼 사회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 백영경 '탈성장 전환의 요구와 돌봄이라는 화두' ​ 성장이라는 것의 동력은 인간의 욕심이다. 오랜기간동안 인간의 욕심만으로 유지되었던 발전에 인간 외의 존재들을 위한 배려는 그어느곳에도 없었다. 다시말.. 2020. 11. 9.
영화 ::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후기 ​ ​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과 호랑이. 그리고 함께 살아남는 리처드 파커. 그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떤 의미였는가. 왜 파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동물을 통해 묘사하였는가. 어쩌면 파이는 이러한 일들을 회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찼던 일들이 눈앞에 벌어졌고, 이런 것이 그러한 기억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생존방법일테니. 그리고 그는 그렇게 기억을 빗겨 살아가고 있었다. 혹 타인의 이기심을 정면으로 맞이하게 되었을 때에, 우리는 그 모습을 온전히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 또한 ‘유사 인간’이 되는 것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 결국엔 그들과 우리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의심은 좋은 거예요. 믿음을 유지해.. 2020. 11. 6.
범 내려온다 ​ 그렇게나 사람들이 두려워서 외면했던 범이 내려온단다. 하지만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아 지독히도 외로웠던 범은, 자신을 찾는 목소리를 잘못 듣고 내려오면서도 행복해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어쩌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 범은, 어쩌면 여느 사람보다 나은 동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의 옛이야기에 범을 넣으려 했을 수도 있고. 매번 등장해 친근하기에 그만큼 두려움을 줄 수 있었던 범이었다. 범은 열등감이 없었다. 인간을 사랑했다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을 향한 인간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았고, 두려움을 이용해 대접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지닌 이점을 악용하지 않.. 2020.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