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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152

영화 ::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후기 ​ ​ ​ ​ ​ ‘비포 선라이즈’, 어쩌면 여행자들의 로망. ​ 영화에 대한 과제를 할 때면 주로 그 영화의 OST를 들으며 하곤 하는데, 이번 영화의 OST인 ‘Kath Bloom-Come Here’을 듣고 있자니 마치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노을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코로나 이전,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때에 이 노래를 알았더라면, 지금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여행의 순간들이 내 머릿속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겠지. 한정된 자원은 인간을 더 절실하게 만들곤 한다. 시간은 더욱이, 더 말해 뭐하랴. 한국과 다른 외투를 두르고 있는 장소에 발을 딛게 될 때면, 한국과 떨어진 거리에 비례하여 현실감 또한 줄어들곤 한다. 서로 너무나 다른 남녀가 만나, 하루라는 시간을 비엔나에서 함께하게 되.. 2020. 5. 29.
영화 ::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후기 세상은 약자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의 말을 어떻게 해석하며 기록하고 있을까. 기록이라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 당시의 여자들은, 넓은 세상에서 태어나 비좁은 집안으로 밀려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들의 몸집이 커질수록 그들의 세상은 좁아지기를 강요받았다. 차별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차별에도 급이 나뉘어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일말의 노력 없이 얻어낸 무언가로 행하는 차별, 그리고 자신이 노력으로 얻어낸 것으로 행하는 차별. 사람은, 앞서 말한 후자처럼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으로 얻어낸 것이 없을 경우, 자신이 노력 없이 얻어낸 무언가로 차별을 행하곤 한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 것. 대체로 피부색, 성별, 키, .. 2020. 5. 27.
영화 ::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후기 ​ 너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엄마에겐 악마, 자신에겐 가혹했던 케빈의 이야기. 사춘기의 반항심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일반적이지 않았던 케빈의 행동. 누구의 잘못이고,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가. 그 순서를 알 수 없는 전쟁이었다. 엄마가 처음이었고, 인생에 ‘엄마‘라는 요소는 생각해본 적 없으며, 엄마가 되길 바라지 않았던 에바. 모성애는 결코 선천적인 것이 아니다. 여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결혼을 했다고 해서, 아이가 생긴다고 해서 뜬금없는 모성애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케빈을 낳은 에바처럼. 너무나 닮았기에 안타깝게도 너무나 잘 알았던 서로였을지도 모른다. 케빈은 엄마가 자신의 탄생을 원망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일까. 어릴 때부터 이어진 엄마에 대한 분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동생 실리아를.. 2020. 5. 25.
영화 :: '그녀(Her)' 후기 ​ ​ ​ 결국, 프로그램은 사람을 대체할 수 없었다. 인간은 무의식 중에 자신이 경험한, 경험하고 싶은 여러 감정에 대하여 등급을 매기곤 한다.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대다수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일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소수와 공유하고 싶은 감정, 한 명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감정의 깊이는, 예상할 수 있다 시피 모두에게서 한 사람으로 향할 때 그 깊이가 깊어진다. 감정은 대부분 비슷한 질량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을 모든 사람과 나누다 보면 조금씩만 나눠줄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얕아지게 되는 것이고, 한 사람과 나누면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그 감정이 깊어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감정이 어떤 재질로 구성.. 2020. 5. 22.
영화 ::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 후기 ​ ​ ​ ​ 이건 존 말코비치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사람들의 욕망이 모여 타인을 침범했다. 자신의 욕구는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길 원했지만 타인을 존중하는 법은 익히지 못한 듯했다. 철저히 이용하고, 이용당했다. 그들은 단 한 번이라도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한 적이 있는가. 분명 그는 처절하게 그들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었다. 철저히 짓밟힌 외침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익명의 그림자에 숨어 철저하게 교활해졌다. 인간의 욕망을 질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방법론에 대한 질타인 것이다. 그들은 하나의 인간을,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놀이기구, 혹은 자신들을 담아내는 깡통 따위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그가 잠시 동안 크레이그로부터 벗어나 ‘자유다.’라고 외칠 때에, 그것.. 2020. 5. 21.
영화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후기 ​ ​ ​ 삶이 무료할 때 보기 좋은 경쾌한 영화. 경쾌한 OST, 특유의 동유럽 색감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마치 오래된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구도나 색감이 개인적인 취향에 맞아 주말을 꽤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다. 기존 영화에서 보던 장면 구성과 다르게 각 막이 끝나고 시작할 때마다 알려주는 것이, 영화를 더 연극처럼 느껴지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 흔히들 사람들은 작가가 끊임없이상상력을 발휘해 온갖 에피소드와 사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스토리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사실 정반대죠. 주변 사람들이 작가에게 캐릭터와 사건을 제공한답니다. 작가는 그저 잘 지켜보고 귀 기울여 들으면서 스토리의 소재를 주변인들의 삶 속에서 찾아내는 거죠.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동시에 타인의 이야.. 2020. 5. 20.
영화 :: '그녀(Her)' 줄거리 요약 ​ ​ ​ ​ ​ 이혼을 당한 테오도르.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에, 우연한 계기로 OS를 설치하게 된다. 털어놓고 싶어도 마땅히 털어놓을 만한 곳이 없었던 테오도르는, ‘사만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 하는 OS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상을 공유하게 된다. 사만다는 공유된 일상으로부터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게 되고, 테오도르는 늘 자신과 함께해주는 사만다에게 정이 가게 된다. ​ 일상의 공유를 넘어 삶을 공유하게 된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만다와 일상을 공유하던 도중, 테오도르는 어설픈 공감을 하는 사만다에게서 OS의 한계를 느낀다. 그리고는 사만다를 향해, 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홧김에 해버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실체가 없는 사만다를 당당하게.. 2020. 5. 18.
영화 ::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줄거리 요약 ​ ​ ​ 경제적으로 빠듯한 생활이 지속되자, 아내는 인형 연극사가 되길 원하는 남편에게 직장을 구하는 것을 권유하게 된다. 아내가 출근한 시간, 펼쳐본 신문의 구직 면. 손재주를 요하는 일자리를 몇 개 체크해보다가 한 회사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서류를 분류하는 회사. 뜻밖의 면접은 성공적이었고 크레이그는 취직을 하게 된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장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맥신. 일적으로 마주 인적 없는 그녀에게 치근덕 대기 시작 하지만, 크레이그는 여러모로 남자로서 매력적인 타입이 아니다. 어느 날 일을 하던 도중, 캐비닛 뒤쪽으로 넘어간 서류를 꺼내다가 까만 문의 작은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이라면 지니고 있을 다분한 호기심을, 크레이.. 2020. 5. 15.
영화 :: '덩케르트(Dunkirk)' 후기 ​ ​ ​ 전쟁은 과연 정의를 위한 것일까. 국가 수호를 위한 것일까. 지도자들은 그것을,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국민’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전체를 위해 ‘희생해도 되는 자’는 누구인가. 죽음으로 수호한 것은 죽음보다 가치가 있는가. 그러한 죽음은 정당성을 가지게 되는가. 희생에 대한 보상이 희생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한 곳으로 귀결되곤 한다. 극한의 생존 위협을 느끼게 된다면 살아남고 싶다는, 그 절실함이 그 외의 모든 가치들을 무력화시켜버린다.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그들을 이러한 상황으로 밀어 넣은 자들이 분명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잃은 자들끼리 서로를 뜯어내기 바쁘다... 2020. 5. 14.
영화 :: '메멘토(Memento)' 후기 ​ 영화, 특히 외화 영화에는 더욱이 관심이 없었던 터라 이름만 들어본 크리스토퍼놀란 감독. 기억상실이라는, 어찌 보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을 잘 풀어둔 영화였다. 이 영화는 마치 ‘바느질’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플롯을 구성해냈다. 그렇게 외형적으로는 탄탄하고 내부적으로는 복잡한 플롯이 탄생했다. ​ ​ 기억은 색깔이나 모양을 왜곡할 수 있어.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니까. 기억은 각색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내 손에 묻어있는 색으로 덮어버리곤 한다. 그것이 그때의 색일 수도, 지금의 색일 수도, 아니면 그때와 지금의 그 사이 어디쯤의 색일 수도 있고. 메모로 자신을 기억해내는 주인공. 그리고 그걸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내는 사람들. 수십 번 반복되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기.. 2020. 5. 13.
영화 :: '11시 14분(PM 11:14)' 후기 ​ ​ ​ ​ 불완전한 범죄가 모여, 완전한 범죄를 만들었다. 밝은 노래와 함께 비치는 살인 장면. 모순적인 이미지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감독이 의도한 바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씩, 실수라는 단어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마주치곤 한다. 실수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초래된 결과를 감당하기 싫어 도망칠 구멍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 원인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거겠지, 외면하고 싶은 거겠지. 영화의 플롯은 마치 ‘얽혀있는 실타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시간에 얽혀있다. 그 모습을 시각화한다면, 아이가 검은 크레파스를 쥐고 흰 스케치북에 낙서를 해둔 모양이 아닐까. 같은 시간 다른 사건. 각자의 사연을 가지.. 2020. 5. 10.
영화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 , 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후기 ​ ​ ​ 어릴 때 열 번넘게 돌려봤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엄마가 일본어를 배운다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잔잔함이 좋다며, 우리 집에 있던 몇 되지 않은 DVD 중 하나였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대부분의 장면이 머릿속에 있을 정도로 익숙한 영화지만 과제를 위해선 다시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침대에 고정해 둔 핸드폰 거치대에 핸드폰을 고정시켜두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저 주인공을 괴롭혔던 유바바와 가오나시를 물리치기를 바랐던 초등학생과 여러 인물에 감정이입이 되던 20대 후반의 감상은 분명히 다를 테니. 역시나 익숙하다. 하지만 분명, 어릴 때 봤던 영상도 일본어에 자막이 들어가 있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일본어가 낯설다. 세월의 힘일까, 기억의 변형일까. - 이름의.. 2020.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