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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152

영화 ::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후기 ​ ​ ​ - 의외의 동반자 너무나 일찍 알아버린 세상, 그리고 그 세상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존재. 그저 세상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지켜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최선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켜내려 하면 지켜내려 할수록 손에서 멀어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였을까. 유감스럽게도 세상은 자신만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내가 간절히 원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주는 우리가 무얼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발 벗고 나서 도와줄 만큼 여유롭지 않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그 과정을 열심히 수행해낸다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것이든 때가 있는 법이다. 충분한 경험과 결과를 위한 최소한의 능력이 .. 2020. 7. 16.
영화 :: '올드보이(Oldboy)' 후기 ​ ​​웃어라, 모든 사람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매일을 대충 수습만 해가며 살아가던 그는, 안간힘을 다하여 조그마한 TV 화면에 집중했다. 그 티브이가 어느 날 말하길, 내가, 오대수가, 아내를 죽였다. 죽였단다. 자신의 부인이 살해된 소식을, 타인을 통해 듣는 기분은 어땠을까. 틀린 질문을 하니 맞는 대답이 나올 리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그의 아내는 왜 살해당해야만 했을까.​그렇게 흘러간 15년, 모든 것이 변했다. 누가 그를 가둔 것인가. 왜 하필 15년이어야만 했나. 아니, 질문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시,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가 15년간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그렇게 15년을 위해 준비된 감옥, 그리고 15년간 준비되었던 .. 2020. 7. 14.
영화 :: '공동경비구역 JSA(Joint Security Area)' 후기 ​ ​ 같은 공간 다른 색깔.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누가 희생되었는가. ​ 눈으로 볼 수 없는 이념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길래 이토록 사람들을 잔인 해지게끔 만들어버리는가. 풍문으로만 들어왔던, 타인으로부터 시작되었던 증오에 감염되었 던 탓일까. 증오의 이유를 거꾸로 타고 들어가다 보면 모순적이게도 그 의미가 희미해지는 듯하다. 서로에게 겨누기 위해,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 그들은 선택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 니,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긴 한 걸까. ​ ​ 서로가 서로를 이미, 타깃이 아닌 인간으로 인식했기에 폭력의 옷을 입은 배려는 서로의 언 어가 되었다. 인간적인 것이 허락되지 않는 공간에 인간적이었던 그들을 누가 질책할 수 있 을까. 매일 밤 바닥보다 더 깊은 바닥에서, 서로의 인간.. 2020. 7. 6.
영화 :: '비포 선셋(Before Sunset)' 후기 ​ ​ ​ ​ 다시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하게 됐다. 아니, 우연이 아니었을 수도. ​ 꿈같던 비엔나가 아닌, 현실 속 파리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다시 끌리지만 쉽게 꺼내지 못한 말이 한가득이었을 테지.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특별함을 지키기 위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아마도 특별했던 것들이 자칫해서 일상이 되어버린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었으리라. ​ 지난날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서로의 생각과 모습이 조금 달라졌지만, 아직은 그때의 모습이 아른거려 그때 그 감정을 느끼게 되고, 묻어뒀던 서로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는 시간은 설렘으로 가득 찼을까, 아니면 현실로부터 파생된 또 다른 걱정이 앞섰을까. ​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비행기 시간 전까지. 시간이 주는 제약은 .. 2020. 7. 2.
영화 :: '더 랍스터(The Lobster)' 후기 ​ ​ ​ 하나로서는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회인식에 대한 비난. 비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쩐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보는 내내 지울 수 없었던 묘한 불편함과 찝찝한 기분으로 둘러싸인 두 시간. 같은 장면을 보고도 ‘우리 모두 같은 생각으로 결론 지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 ​ “짝을 못 찾게 되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으시죠?” “랍스터요.” “왜 하필 랍스터죠?” “랍스터는 100년 넘게 살아요. 귀족들처럼 푸른 피를 지녔고 평생을 번식합니다. 제가 바다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수영과 수상스키를 했거든요.” “잘한 결정이에요. 대부분 개를 먼저 떠올리죠. 그래서 온 세상에 개가 바글바글 한 거예요.” ​ ​ 타인의 시선.. 2020. 6. 26.
영화 :: '업(Up)' 후기 ​ ​ 앨리와의 추억을 지켜내기 위해 출발했던 여행. 각자의 이익을 위해 접근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는 것에 익숙해졌던 할아버지. 타인의 도움 없이 해내려 했던 모든 것들이 결국 타인의 도움으로 이뤄내게 된다. 어릴 때 가졌던 환상이 한순간에 깨져나가고 그 위를 새로운 것으로 칠하는 과정은 항상 행복한 일은 아니다. 새로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가끔 놀랍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결코 아름답지는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아름답지 않다는 말이다. 과거를 지키기 위해 살아왔던 지난날들을 뒤로하고 현재를 살아내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어릴 적 앨리와 함께했던 소년의 모습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고... 2020. 6. 19.
영화 :: '매트릭스(The Matrix)' 후기 ​ ​ ​ ​ ‘영화와 철학‘이라는 교양수업으로 처음 만났던 ’ 매트릭스‘를 과제로 또다시 만나게 되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기억을 흐리게 한 것인지 아니면 내 맘대로 기억을 굽어버린 것인지. 또 다른 느낌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믿어 왔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거짓들로 뒤덮인 세상을 인식했을 때 믿고 싶은 대로 믿게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겠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은 아니지만 의도치 않은 변수를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낯설다. 스스로를 믿는 만큼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네오. 믿어왔던 것들이 무너졌지만 그것으로 또 다른 믿음을 만들어냈다. “진짜 현실 같은 꿈을 꿔 본 적 있나? 그런 꿈에서 깨어날 수 없다면? 그것이 꿈인지.. 2020. 6. 16.
영화 ::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후기 ​ ​ ​ ​ ​ 얼마 전에 영화 ‘Her’에서 마주한 목소리를 ‘결혼 이야기’에서도 만나게 되다니. 2020년이 시작할 때 즈음까지도 살면서 본 영화를 통틀어도 50편이 넘지 않을 정도로 영상으로 보이는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는데, 과제로 이런저런 영화를 많이 보게 되니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면 자연스럽게 과제 이외의 영화도 찾아보게 된다. 지난 주말에 사전투표를 마친 나는 오래간만에 얻게 된 휴일을 어떤 영화와 보낼까 고민하다 선택하게 됐던 ‘결혼 이야기’. ​ ​ ​ 서로의 꿈을 이루다가 만나게 되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더 큰 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꿈뿐만 아니라 이뤄나가고 있던 꿈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 남은 가족같이 여기지만 가족인 자신에게는 철저하게 남과 같은 이기심을 뿜어대던 남편.. 2020. 6. 12.
영화 :: '마더(Mather)' 후기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줄게. ​ ​ 엄마라는 이름으로 감싸기엔 너무나도 벅찼던 무게. 자식에게 자신의 일부를 물려준 부모. 부정했던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 두 모자는 꽤 많이 닮아있었다. 아들은 자신의 결핍을, 엄마는 아들의 범죄사실을 정면으로 마주 할뻔한 순간이 올 때마다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 격하게 몸부림쳤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기에, 이해를 바랄 수 없던 몸짓을 보였는지도 모른다. 첫 장면과 끝 장면이 돌고 돌아 같은 곳으로 이어진듯했지만, 일상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듯 보이는 그들은 결코,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겠지. 자식은 어떤 존재일까. 공들여 쌓아 온 자신을 무너뜨려가며 지킬 만큼 가치 있는 존재일까. 물론 대부분의 부모는 그렇.. 2020. 6. 10.
영화 :: '가버나움(Capharnum, Capernaum)' 후기 가버나움[Capharnum, Capernaum]: 갈릴리호 북쪽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도시. 예수가 기적을 행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믿지 않고 회개하지 않아 멸망할 것이라는 저주가 내려진 지역. ​ ​ ​ ​ 태어날 때부터 ‘서류’를 가지지 못한 아이의 운명은 그저 그 아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몫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그의 탓일까. 탓을 한다고 해서 그들의 인생에 변화가 있을까.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던 부모에게서 받을 수 있는 대우는 비인간적인 대우뿐이었다. 부모의 경험 중 일부가 대물림 된다는 것, 그것 또한 유전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빛을 찾아볼 수 없는 인생 속에서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하다가 결국 자신의 탄생을 탓할 때에, 이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 ​ ​ ​ ​ 누군가에겐 경험,.. 2020. 6. 8.
영화 :: '러브레터(Love Letter)' 후기 이츠키만 몰랐던 그녀의 이야기. 이츠키만 알았던 그녀의 이야기. ​ ​ ​ 익숙한 OST, 대사, 그리고 따뜻한 색감. 일본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일본의 것을 굳이 찾아보는 편이 아니었기에, 과제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이번 영화. 아마도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온 시점, 그즈음 사람들에게 아련하고 따뜻한 영화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 기억과 기억이 이어져 현재로 닿았다. 그것은 한 사람으로 인한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과거일 뿐일까, 현재 진행형일까. 달콤했을까, 어쩌다 시큼해져 버린 것은 아닌지. ​ 어쩌다 알게 된 과거는, 그 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말이 되지 않을 것만 같던 이야기가 말이 되어버렸을 때의 기분은 어떤 것일까. 서로의 닮은 점에 끌렸을까, 서로의 다른.. 2020. 6. 4.
영화 :: '동주(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후기 ​ ​ ​ ​ ‘언젠간 봐야지 ‘ 하고 미뤄뒀던 영화 중 하나. ​ 최근 박정민 배우의 인터뷰를 보고,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중국 룽징시에 있는 윤동주 선생과 송몽규 선생의 묘를 다녀와서 촬영에 임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 ’ 이번 주말 할 일’에 영화‘동주’ 보기를 끄적여냈다. 박정민 배우가 느꼈던 그 울림이 무엇인지, 어쩌면 알 수도 있을듯한 기분이 들며, 작년에 다녀왔던 나라들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데이투어를 신청하지 않으면 여행자 스스로는 찾아가기 힘든 블라디보스토크(신한촌)의 신한촌 기념비, 지하철 타고 한 시간 이동 후 또다시 택시 타고 들어갔던 대련의 뤼순감옥, 상하이 시내의 북적이는 가게들 사이에 위치했던, 자칫하면 지나쳐버리기 십상인 상해 임시정부 입구. 직장인이란 제약 속에 가.. 2020.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