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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152

영화 ::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후기 ​ ​ 카이저 소제.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인물이었나, 아니면 범죄를 위하여 만들어진 대상이었나. 모든 범죄는 카이저 소제를 통했다.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의 영향력은 실제 존재하는 인물보다 강렬했다. 없어지지 않는 루머는 루머가 아니라지. 실제로 그는, 사람들이 두려워할 만한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를 기억한다고 했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서 그는 얼마나 덧붙여졌을까. 카이저소제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였지만, 단 한 번도 사람들이 그를 알아본 적은 없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던 거겠지. 악마는 의외로 악마답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악마를 만들어내는 것도 인간이며, 악마가 되는 것 또한 인간이다. 결국 악마라는 것은, 인간의 필요에.. 2020. 10. 8.
영화 :: '세븐(Seven,Se7en)' 후기 인간은 누군가를 심판할 수 있는 존재로 설 수 있을까. 성서의 7가지 죄악. ‘식탐, 탐욕, 나태, 분노, 교만, 욕정, 시기‘. 추상적으로 정의된 죄악의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정하는가. 누군가를 심판하는 인간은 이러한 죄악들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 “선배님 다시 잘 생각해보세요. 선배님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문제라고 하셨죠. 그러면 저도 무관심한 거겠네요. 그건 말이 안 돼요. 왜인지 아세요? 이유는...” “자네는 관심이 있나?” “그럼요” “자네는 바꿔보고 싶은가?” “어쨌든 선배님은 아까 한 얘기 때문에 은퇴하시는 게 아니에요. 제가 볼 땐 그래요. 은퇴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싶은 것뿐이에요. 제가 선배님이 옳다고 동의하기를 원하죠? 모두 엉망이라고 하면서요. 멀리.. 2020. 10. 6.
영화 :: '옥자(Okja)' 후기 우린 죽은 것을 취급하니까 (Because we can't sell them alive) 우리가 생각하는 동물은 우리에게 도움인가, 도구인가. 인간은 흔히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수많은 슈퍼돼지들은 실험실에서 태어나 실험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모든 동물들은 자연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애초에 타의로 인해 자연을 벗어난 동물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긴 한 걸까. 수십 마리의 슈퍼돼지를 등지며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과연 해피앤딩일까 생각해본다. 물론 옥자와 아기돼지에겐 결과적으로 해피엔딩 일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어딘가 불편하다는 것. 주인공에게만 국한된 해피엔딩이라니. 아마도 이것은 해피엔딩을 위한 해피엔딩, 즉 불온전한 .. 2020. 10. 5.
영화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La forma del agua, The Shape of Water)' 후기 ​ ​ ​ ​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과연 얼마만큼 일치할 수 있을까. 일부의 결핍으로 인해 구 석 한편으로 미뤄져 있던 엘라이자는, 모순적이게도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세상은 의외로 입체적이다. 당연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발견한 단면으로 전체를 평가하기 바쁘다.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발견했던 몇 가지의 단면을 모아 성급하게 일반화시키고는 아는 체를 하려 든다. 엘라이자는 세상이, 자신이 입체적임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타인을 볼 때에도 입체적인 시각으로 인지 할 수 있었다. 의외로 모든 것은 한 번에 망가지.. 2020. 9. 29.
영화 :: '뱅뱅클럽(The Bang Bang Club)' 후기 “흑인 피로 돈을 버는 백인 사진사가 또 등장했군.” 누군가에겐 목숨이 걸린 문제, 또 다른 누군가에겐 돈벌이 수단. 그들에게 흑인이란, 사람일까, 아니면 그저 사진에 찍히는 피사체일 뿐일까. 이렇게 타인의 고통을 팔아 돈과 명예를 얻는 사람들은 과연 본인이 인간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살고 있을까. 그러고 보면 퓰리처 상이란, 카메라를 가진 눈앞의 고통을 얼마나 고통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느냐의 경쟁이 아닐까 싶다. 그들에게 카메라는 세상을 편집하는 도구, 그리고 동시에 권력이다. ​ ​ ​ “흑인 사진기자들은 상황이 훨씬 힘들거든. 잉카 타를 지지하면 ANC가 노릴 테고, ANC를 지지하면 잉카타가 노리겠지. 어느 편이든 늘 생명이 위태롭지. 근데 너는 백인이니 운이 좋은 거지. 피부색 덕에.. 2020. 9. 25.
영화 ::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El Laberinto Del Fauno, Pan's Labyrinth)' 후기 ​ ​ ​ ​ ​ 세상은 우리가 어릴 때 생각했던 것처럼 아름다울까, 혹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그 대답을 이미 알고 있고 그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건지, 혹은 외면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엄마가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내던지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오필리아는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세상에 내던져졌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잔인한 세상을 오롯이 받아내며 그 누구도 도와주거나 보호해주지 않았다. 내가 의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언덕이 무너져 내리면서 모든 것을 고스란히 내가 떠안아야 할 때, 나는 과연 모두 감당해낼 수 있을까.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겠지만, 현실은 동화 속 세상과 달라. 냉혹하고 잔인하지. 때론 고통도 받아들여야 돼. 동화는 자비 없는 세상.. 2020. 9. 22.
영화 :: '아이 엠 러브(Io sono l'amore , I Am Love)' 후기 ​ ​ ​ 행복하려고 사랑을 시작했는데, 행복하지 않다. 당신 앞에선 가장 나다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했던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스스로를 옮아 매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찾아가야 하는 거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인생은 꽤 악명 높아서 단순히 엉켜버린 실을 푸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 ​ “행복해 보여서 좋다.” “행복? ‘행복’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말이야.” ​ ​ ​ 러시아에서 온 그녀가 이탈리아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누르고, 버렸다. 사랑이 아름다운가, 혹은 잔인한가. 한 끗 차이로 갈라지는 이 감정은, 가끔씩 사랑이란 게 인간을 괴롭게 하는 쇠사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랑의 잔혹.. 2020. 9. 21.
영화 :: '가장 따뜻한 색, 블루(La vie d'Adele, Blue Is The Warmest Color)' 후기 ​ ​ 세상은 다양성을 외치면서도 막상 내가 나의 이야기를 꺼낼때면 차가운 눈길로 나를 당황스럽게 하곤한다. 결국 세상은 겉모습만 화려했지, 그 내부까지 화려해지진 못했나보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살아간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더더욱. 나의 취향, 원하는 것들, 하고싶은 것들, 어쩔수없이 끌리는 것 등. 내가 나이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아니, 애초부터 이 질문이 스스로에게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긴 할까. 그들은 파란색이라고 용기내어 말했다. 맞다, 네가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이다. 아델은, 그리고 엠마는 파란색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어둠속에서 살아왔을까. 어둠을 극복한것일까, 아니면 그대로 받아들인것일까. 나또한 스스로에.. 2020. 9. 15.
영화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후기 ​ ​ ​ ​ ​ ​ 세상은 알면 알수록 살 수 없는 곳이다.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노인들은 이 세상을 버틸 수 있을까. 결국 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세상은 없다. ​ 우리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달리, 세상은 꽤나 무자비하며 극단적인 선택의 연속이다. 모 아니면 도, 매 순간이 지뢰를 밟게 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기에 선택으로 인해 파생된 우연은 실낱같은 희망조차 쉽사리 뭉그러버리 곤한다. 인생이 주는 패배에 익숙해질 때 즈음, 아등바등하며 인생을 우여곡절 살아냈다 해도 우리는 결국 사람들이 말하는 ‘노인’이 되어버린다. 이쯤 되면 삶에 희망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나 싶다. 감독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 2020. 9. 11.
영화 :: '추격자(The Chaser)' 후기 ​ ​ 그는 무엇을 위해 그녀를 죽였는가. 그리고 또 다른 그는 왜 그녀를 찾기 위해 몸부림쳤는가. 모순이다. 일을 나가라며 아픈 사람에게 소리쳐대던 사람이, 그 여자가 없어졌다고 온 동네방네 찾았다니 다니 말이다. 분실물 찾듯, 그저 돈벌이 수단 중 하나 없어졌기에 찾아오기 위함이었나. 정의를 실현하는듯하지만 알고 보면 그저 자신을 농락하던 살인자에 대한 분노에 대한 앙갚음의 행동일 뿐이었다. 정의 따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인간은 더 이상 정의라는 허황된 이름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의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정의의 탈을 쓴 자들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보는 내내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영화가 끝난 다음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어낸다 해도 뉴스 속에서, 혹은 바로 옆에서.. 2020. 9. 9.
영화 ::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후기 ​ ​ ​ ‘퓨처 랜드‘, 그리고 그 이름과 대비되는 그들의 삶. 그들에게 미래란 무엇일까. 미디어에서 종일 내보내듯 활기찬 것일까, 혹은 하루하루 견뎌내야만 하는 짐과 같은 존재인 것일까. 아이들은 부모를 닮는다. 함께 살고 있는 부모는 그들의 세상이기에 그들의 습관부터 생각까지 모든 것을 닮게 된다. 마찬가지로 무니 또한 핼리의 모습을 모방하며 자라오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겨나게 된 자기 방어적 태도 또한 무니가 자신을 쌓아갈 때에 영향을 주었겠지. 아이를 데리고 향수를 파는 핼리. 그리고 아이가 있는 집에서 매춘까지 하는 핼리. 무니에게 핼리는 항상 자신과 함께였고,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방법대로 노력했다고 기억되겠지. 하지만 핼리의 방법이 사회적 기준으로 정상적인.. 2020. 9. 4.
영화 :: '전함 포템킨(The Battleship Potemkin, Bronenosets Potemkin)' 후기 ​ ​ ​ 1925년에 제작되었지만, 소련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1994년에 공개된 영화. 이제 우리는 지난날보다 조금 더 성숙해져, 영화가 제작된 국가의 이념 배경보다는 예술적인 면을 볼 수 있게 되었나 보다. 자유라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타인을 인정해주는 것으로써 기본적인 자유는 실현된다. 인간은 인간임을 인정받을 때 비로소 인간으로서 행동을 할 수 있게 되기에 상대에게 인간다운 존중을 받길 바란다면 그에 대한 존중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어떤 일을 겪게 될지 한 치 앞도 알지 못한다. 욕심이 과하면 시선은 결국 짧은 거리에만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다. 나도 당신도, 가끔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욕심으로 스스로의 눈을 가리고 있을까. 살아가는 동안 적당한 수치.. 2020.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