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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진 않았지만 기분 좀 낼게요 그냥 그럴 때가 있다. 듣는 음악에 따라 기분이 바뀌는 그런 날. ​ ​ 글을 쓸 땐 주로 단조로 이루어진 곡을 자주 틀어놓게 된다. 글을 쓰는 동안 차분하게 감정을 유지할 수 있기도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듯한 나의 글은, 주로 살짝 그늘진 음악이 겹겹이 쌓여 완성되곤 한다. ​ 하지만 사람 기분이란 게 일정한 것을 오랫동안 유지하기가, 아직 나에겐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내 감정이 느티나무 끄트머리처럼 축 처져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가끔 경쾌한 곡을 꾸역꾸역 찾아 듣곤 한다. 이렇게 가끔 통통 튀는 리듬을 듣고 있자면, 지금처럼 시답지 않은 말을 줄줄이 늘어놓고 싶은 생각이 들어, 하던걸 멈추고 아무 말이나 끄적이고 있는 지금 내 모습. ​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중에, 지금보다 조금 더 어른이 .. 2020. 9. 3.
읽기 좋은 책 ::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후기 ​ ​ ​ ​ 사실 온갖 극찬으로 도배가 된 이 책을 읽기 전엔 책에 대한 기대가 꽤 컸다.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고, 사랑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평을 많이 들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문학의 거장 괴테가 쓴 소설이라니. 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내가 기대한 것과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내가 주인공에게 꽤 실망을 했다는 점. 그는 매우 옹졸했고 이기적이었다. 또한 귀족의 지위를 거추장스러운 장신구 따위로 여기며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하지만 결국 그는 귀족이라는 지위의 수혜자 중 하나였다. 어쩔수없는 부분이었겠지만, 그는 스스로 인지 할 수 없을 정도로 귀족이라는 지위에 무뎌져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지위가 주는.. 2020. 9. 2.
2020. 08. 월간 글노트 이때쯤이면 끝날 줄 알았던 비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국 8월의 끝자락까지 대롱대롱 매달려왔다. 맑은 하늘을 온종일 본 날이 언제쯤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그래도 어떻게 알았는지, 우울해질 때 즈음 잠깐씩 얼굴을 들이밀고 안부를 알리는 하늘 덕분에 소소한 위안을 간간이 얻었다. ​ 벌써 9월이다. 작년 이맘때 즈음, 이때쯤이면 내 핸드폰 속 사진첩도 예정되어 있던 새로운 여행지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여행 일기를 쓰며 바로 얼마 전을 추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세상에 내 계획대로 되는 건 없구나. 새삼스레 세상의 수많은 어리석은 인간 중 하나가 나라는 걸 되새김질하게 된다. 꾸역꾸역 쥐어짜고 남은 일상을, 이쯤 되면 소중히 여길 법도 한데 말인데. 아직도 그렇게 당연하던.. 2020. 9. 1.
읽기 좋은 책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페스트(La Peste)' 후기 ​​그들은 재앙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재앙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앙이란 비현실적인 것이고 곧 지나가 버리게 될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앙이 늘 지나가 버리는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으로 계속 진행되며, 사라져버리는 것은 오히려 인간들인 경우도 있다. 특히 휴머니스트들이 가장 먼저 사라져버린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도시의 시민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잘못을 더 많이 저지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겸손하게 살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은 아직 모던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으므로, 재앙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은 사업을 계속했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으며, 각자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나 여.. 2020. 8. 31.
영화 :: '전함 포템킨(The Battleship Potemkin, Bronenosets Potemkin)' 후기 ​ ​ ​ 1925년에 제작되었지만, 소련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1994년에 공개된 영화. 이제 우리는 지난날보다 조금 더 성숙해져, 영화가 제작된 국가의 이념 배경보다는 예술적인 면을 볼 수 있게 되었나 보다. 자유라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타인을 인정해주는 것으로써 기본적인 자유는 실현된다. 인간은 인간임을 인정받을 때 비로소 인간으로서 행동을 할 수 있게 되기에 상대에게 인간다운 존중을 받길 바란다면 그에 대한 존중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어떤 일을 겪게 될지 한 치 앞도 알지 못한다. 욕심이 과하면 시선은 결국 짧은 거리에만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다. 나도 당신도, 가끔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욕심으로 스스로의 눈을 가리고 있을까. 살아가는 동안 적당한 수치.. 2020. 8. 27.
나이에 비해, 나잇값의 비애 ‘나잇값’을 해내는 것이 이전보다 더 퍽퍽해졌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숫자는 뭐가 그리 바쁜지. 꾸준히 늘어가는 숫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정표 없는 갈래길을 수도 없이 선택해오면서도, 여전히 선택에 익숙해지지 않는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을러지고 싶다. 너무 빠른 속도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다가 하나둘 나이를 따라가는 것을 보니 나도 불안함이 밀려온다. 기분 탓인 걸까, 아직은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고 싶은데. 아니, 잠깐이라도 멈춰보고 싶은 걸까. 천천히, 혹은 쉬어가도 좋다고 말하는 책들이, 세상에 수없이 나오고 있다. 물론 나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이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은 천천히 할.. 2020. 8. 26.
읽기 좋은 책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후기 ​ ​ ​ ​ ​ ​ 페미니즘의 교과서. 그 이름에 걸맞게 인상적이었다. 15년 전에 출판된 책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더욱이.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는 가정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는 국가가 제지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것. 요즘은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추세이기에 개인을 가장 작은 단위로 보는 견해가 조금씩 커지곤 있지만, 또 그 사람들이 가정을 이룬다면 최소 단위는 개인에서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는 것은 가정에서 질서를 세워 줄, 심판자 역할의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 대부분 이 역할은 아버지, 남편이 맡게 되며 그들은 가정 내에서 아무리 범죄를 저질러도 면죄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남자의 권위의식은 우리.. 2020. 8. 25.
영화 :: '인터스텔라(Interstellar)' 후기 ​ ​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과, 실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아니, 몇십 년 전 우리가 생각했던 2020년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의 모습과 같았을까. 사람들은 미래라는 단어에 엄청난 서사가 담겨있길 바란다. 하지만 그 바람과는 다르게, 단어는 무색무취여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미래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인생은 우주를 누비는 것과 같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우리가 거쳐가야 할 일들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곤 한다. 하지만 다르게 본다면, 우리가 어떤 길을 거쳐가게 될지 모르는데 계획을 세워서 무엇하나. 어느 공간이든 남은 곳이 있어야 새로운 것이 들어올 .. 2020. 8. 24.
영화 :: '빽투더퓨쳐1(Back To The Future 1)' 후기 ​ ​ ​ ​ ​ 흔히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바꾸지 못한 결정적인 순간들을 후회하곤 한다. 누군가는 더 용기를 내지 못한 것, 또 누군가는 너무나 용기 있었던 것 등을 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그 근본에 있는 과거를 바꾸길 원한다. 과거라는 걷는 의외로 꽤나 민감해서 사소한 요소들 하나하나에 반응하곤 한다. 나비효과라 하던가, 작은 우연은 우리가 거치게 될 미래의 방향을 이전과는 아예 다른 방향으로 향하도록 돌려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긍정적인, 다시 말해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에서도 나타나듯 그 어느 누구도 부정적인 결과.. 2020. 8. 21.
읽기 좋은 책 :: 피터 싱어(Peter Singer)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 후기 인종차별과 종차 별의 차이는 의외로 크게 다른 맥락에 있지 않다. 아마도 같은 종끼리의 차별인 것인가, 다른 종끼리의 차별인 것인가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자신의 시선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엔 주로 피라미드의 상위계층에 있다는 가정하에 인간이라는 종의 시선을 적용하는듯하다. 물론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 아닌 다른 종들의 온전한 입장이 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들을 대변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이라는 말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인간의 선택적 노력은, 인간이 자비를 베풀기 원하는 일부의 종에 국한되어있다. 또한 이러한 종차 별은 이전부터 현재까지 만연하게 퍼져있는 인종차별, 성차별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2020. 8. 20.
영화 :: '신의 은총으로(Grace a Dieu, By the Grace of God)' 후기 ​ 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으며.... 가장 이타적이어야 할 집단에서 가장 이기적인 행동을 자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그들은 지나버린 공소시효에 대해서도 신의 은총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신은 누구인가. 과연 그들은 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 혹은 그들을 위해 희생할 신을 만들어낸 것인지 그건 신만이 알 수 있겠지. 가끔은 무자비하다던 사회보다 종교가 더 잔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때로는 종교가 신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을 믿기 위해 종교를 가지는 것인가, 혹은 종교를 가져보기 위해 신을 인정하는 것인가. 삶의 대부분을 종교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아직도 영화의 소재로 성폭행 사건의 남성 .. 2020. 8. 19.
독재의 끝 영원한 독점 권력은 없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소련도 어느 날 붕괴됐다. 우리는 그들이 무너졌다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무너졌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분명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 우리는 공산주의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 물론 단순히 정치적 이슈로만 끝나면 좋으련만, 이 모든 것들은 당신들이 그렇게나 관심을 가지는 경제를 한 번에 뒤흔들만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환율부터 시작해서 유가, 기업의 흥망, 당신들이 그렇게나 온 정성을 다해 지켜보고 있는 주식시장까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자유를 당연시 받아들였고, 꽤 오랜 기간 동안 익숙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 조금 더 깊게 .. 2020.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