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41 유럽 3-4.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Austria Hallstatt🇦🇹 우리는 끊임없이 내리는 눈을 피해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현 대장을 따라 일행들과 함께 현 대장 추천 할슈타트의 케밥 맛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걷던 길 끝에 펼쳐져있는 호수 앞에 조그마한 갑판이 있었고, 그 앞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 두세 개가 놓여있었다. 우리는 현 대장을 따라 주문한 케밥을 하나씩 받아 들고선 자리에 앉았다. 어느 방향으로 앉아도 아름다운 할슈타트 풍경이 보이는 명당이었다. 아마도 이 풍경이 케밥 맛에 한몫하는듯했다.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대용량 스리라차 소스를 케밥에 듬뿍 뿌린 뒤 한입 베어 물었다. 케밥은 맛있었고, 우리는 행복했다. 하늘을 숨기고 있던 구름들이 하나둘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케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맑아진 하늘 위 .. 2021. 12. 1. 영화 :: '남매의 여름밤' 후기 빨간 락카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내쫓겨버린 유일한 공간은 곧 기억 속으로 사라져버리겠지. 기억과의 이별을 실감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란 우리에게 사치일 뿐이었던가. 엄마라는 사람은 우릴 버리고 떠났다. 티브이 속에서는 엄마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처럼 비치지만 그건 단지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뿐일 테지. 아니, 다른 사람들에겐 엄마라는 존재의 기억일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엄마를 만나고 온 동생에게 그 분노가 향해 비수가 되었다. 그렇게 내몰리듯 도착했던 이곳에서 우리는 다시 마주했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긴 시간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우리가 여기에 앉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습게 느껴지지 .. 2021. 11. 30. 일상은 균형을 맞추어가는 과정이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 머물렀던 따스한 공기는 어디로 간 걸까. 하긴 생각보다 꽤 오래 머물고 갔으니 아쉬움이란 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시점마다 무언가에 급히 마무리 짓는 느낌을 지울 순 없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무리 짓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일상은 안녕할까. 안녕하기엔 여전히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겪어내야 할 실패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앞으로 나에게 찾아올 일들에 대한 설렘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나를 이뤄내는 대부분의 일이 나를 키워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도기를 살아가고 있다. 사실 우리는 언제나 과도기를 지나오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 2021. 11. 29. 유럽 3-3.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Austria Hallstatt🇦🇹 '띠리리리' 6시 반 즈음, 숙소에 누군가의 알람이 울려 퍼지고 룸메들은 느릿느릿 눈꺼풀을 껌뻑이기 시작했다. 알람이 귓속을 파고듦에도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은 눈을 한껏 더 세게 감고 있었다. 룸메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고, 물소리와 드라이기 소리가 번갈아가며 났다. 룸메들은 점점 관광객의 모습을 되찾아갔지만, 나는 느긋함을 얻은 대신 누가 봐도 방금 일어난 모습이었다. 우리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나는 숙소에 다시 올라가 준비를 했고, 준비를 이미 마친 룸메들은 로비에서 여유를 즐기며 일행들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준비를 마치고 나와 커피 한잔까지 마시고 나니 정신이 맑아졌다. 창 너머엔 여전히 눈이 날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할슈타트로 향했다. .. 2021. 11. 26. 영화 :: '시바 베이비(Shiva Baby)' 후기 이렇게나 잔인할 일인가.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모두의 속 사정을 어찌 알 수 있겠냐마는, 당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나의 거절을 그저 한낱 투정으로 받아들였더랬다. 결국 당신들의 욕심 덕에 고통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되어버렸구나. 원치 않는 공간 속에서 나는 지독한 이방인이었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좁디좁은 이 굴레 속에서 살아남기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홀로 서지 못하는 인생에게 세상은 여전히 냉정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익숙함을 마주했을 때 도망치고 싶지만 갈 곳 없던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고상한 척하던 당신들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발악하는 모습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어쩌면 스스로의 가증스러움을 뽐내기 위해 타인의 가증스러움을 알면서.. 2021. 11. 25. 영화 :: ‘게임의 규칙(La Regle Du Jeu)’ 후기 아름다움이란 인간이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하나의 허상일지도 모른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마음을 아름다움으로 규정하고선 누군가로부터 우러러볼 수 있도록 하는 타인의 상대적 박탈감을 입은 채로 말이다. 멀리서 비친 아름다움을 따라 가까이 가다 보면 신기루는 사라져있고 마주할 수 있는 건 말라비틀어진 껍데기뿐이었다. 그들이 얻고 싶었던 것은 결국 누군가를 눌러 얻어낼 우월함이었다. 타인의 결핍을 이용한 과시는 결국 균열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욕심으로 채워갔던 공간은 거리를 두고 보기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그들에겐 스스로 만들어낸 지옥이었으리라. 모순적이게도 도덕과 윤리를 규정한 자들의 세상이었다. 규칙이란 것이 의미 있을까 싶다가도 무질서해 보이는 그들 사이에서도 나름의 규.. 2021. 11. 24. 익숙함은 속이려 한 적이 없었다 벌써 올해의 마지막 계절을 지나고 있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날짜 기입란에 2021 끝의 1이라는 숫자가 그렇게나 낯설게 느껴졌는데 이제 익숙해지려 할 때쯤 되니 또다시 낯선 숫자를 마주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마도 일 년이란 시간은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나 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잃지 말자는 누군가의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권태기라는 말로 익숙함을 능숙하게 표현하면서도 익숙함이라는 것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처럼 멍하니 서성이고 있는 모습이 모순적이게 느껴질 뿐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속아주는 건지, 아니면 속았다는 말로 스스로의 변덕을 둘러대고 싶은 건지. 익숙함은 속이려 한 적이 없었다. 단지 그 끄트머리.. 2021. 11. 22. 읽기 좋은 책 :: '피크 퍼포먼스' 후기 세상의 모든 인간의 활동을 놓고봤을때 인간이 살아가고있는 지구는 24시간동안 쉼없이 돌아간다. 한국에서 누군가 이불속에 들어가 잠들기를 바라고있다면, 지구반대편의 누군가는 하루일과를 위해 이불밖으로 나오고있을것이다. 그렇기에 해가지지않는 경쟁의 레일안에서 살아가는것은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누구도 이러한 경쟁을 강요한적은 없다고들하지만 경쟁을 하지않고는 살아남을수없는 세상임은 틀림없다. 우리가 경쟁해야할 범위는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지구안에서 살아가고있는 모든 이들, 심지어 AI라는 무생물까지 그 범위는 점차 확장되어가고있다. 우리가 경쟁해야할 상대가 인간의 범위를 넘어선 순간부터 우리는 '오랜시간을 들여 열심히'만으로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시간과 노력이라는 가치를 기계는 최상의 능력치를 지치지않고 .. 2021. 11. 20. 읽기 좋은 책 :: '가면 산장 살인사건' 후기 아닐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니길 바라왔다. 그날 이후 스스로 그런 사람의 부류와 분리되려 지난날 얼마나 고군분투했는가. 열심히 살아왔기에 손에 잡은 행운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아마 이건 누구라도 같은 생각일 거야. 네가 떠난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는 너를 붙잡고 있다. 단지 나의 미래를 맡아줄 너의 배경 때문일까 생각해 보다가도 이내 고개를 저으며 너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다짐해 본다. 우리는 행복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그래왔다. 그래야만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너의 일부를 정당화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남아있는 사람은 남은 나날들을 살아내야지. 여남은 나의 생을 원만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너의 가죽을 어깨에 두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날 이해해 주길 바라... 2021. 11. 19. 영화 :: '버닝' 후기 어디까지 진실이었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귓가에 맴도는 모든 것들이 거짓을 향하고 있다. 굳게 믿고 있었던 것들조차 하나둘 연기 속으로 자취를 감춰오고 있다. 당신이 모아둔 흔적에 낯익은 시계가 눈에 띄었다. 채도 낮은 서랍 안에서 유난히 돋보였던 촌스러운 분홍색은 확실히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 단지 어울리지 않아 사라졌다기엔 그 이유가 너무나도 잔인해 다른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들이 널려있다던 세상이란다. 그 말이 비수로 날아와 당신으로부터 뽑아냈던 붉은빛은 잃을 것조차 없던 나의 분노였다. 걷잡을 수 없던 분노에 당황스러워 그 많던 골목 그 사이로 도망 쳐봤지만, 당신이 찾았다던 그 비닐하우스를 어쩌면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또다시 나.. 2021. 11. 17.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끊임없는 주말 약속과 오랜만에 연락 오는 사람들에 지쳐 갈 무렵, 몇 달 전에 예약해두었던 콘서트의 디데이가 벌써 오늘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콘서트장까지의 거리는 최소 한 시간 반 그리고 두 번의 환승, 다시 말해 왕복 세 시간 그리고 네 번의 환승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티켓을 취소할까 하는 생각으로 콘서트 예약 앱을 열었으나 당일 취소는 불가능한지 예매 취소 버튼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집에서 좀 더 쉬고 싶은 마음에 짓눌려 티켓값을 기억 속에 묻어둘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몸을 일으켜 어느새 하늘색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있었다. 여전히 경기도는 너무나 넓었고, 가야 할 길은 멀었다. 그렇게 꽤 많은 역을 지나쳤고, 공연시간보다 몇 분.. 2021. 11. 15. 유럽 3-2.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Austria Salzburg🇦🇹 주문한 두부김치 우리 앞에 하나둘 놓였다. 빨간 플라스틱 밥공기를 넘어 높이 솟아있는 고봉밥을 몇 개 받아 들고선 두부김치와 데리야키 고기 그릇에 꾹꾹 눌러 담았다. 여러 개의 숟가락이 비슷한 리듬을 타며 설레는 마음으로 밥을 섞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잘츠부르크에서 먹었던 두부김치의 맛은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조금 달랐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때를 그리워하며 두부김치의 맛을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두둑해진 몸과 마음으로 잘츠부르크의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잘츠부르크 시내가 하나의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졌던 이유를 길따라 늘어져있던 가게들의 간판으로부터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자신의 가게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보다 다른 가게들과 함께 조화를 이뤄 이 거리를.. 2021. 11. 12.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7 다음